ㅇ 열심히 굴렀던 지인들의 썰을 종합하였읍니다.



흑우들은 2주 출항 0.5주 입항의 스케쥴을 견뎌냈고 진해 오버홀 쿠폰을 획득했다.


흑우의 선임은 전역까지 3개월 정도 남은 상태였다.

후임이 없어 휴가를 못 나가 원기옥이 모여있었다.

한 번에 다 써도 상관없었지만 선임은 똑똑했다.

평일엔 휴가를 써서 사회에서 놀다가 주말에 복귀하는 것을 반복하며 남은 군생활을 녹일 계획을 세웠다.


어차피 출항 나갈 일도 없고 선임이 군생활을 잘 했기 때문에 지휘부는 그 계획을 승인해주었다.


흑우는 선임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역모를 맞췄고 선임이 돌아오는 마지막 주말에 건내줄 예정이었다.


그리고 흑우는 선임을 잃었다.


흑우의 선임이 휴가를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진 것이었다.

흑우의 선임은 부대로부터 복귀하지 말고 집에 있다가 전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흑우는 그렇게 갑작스레 선임을 잃고 혼자 남게 되었다.

흑우는 일병을 단지 겨우 2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아직 배울 것도 많고 갑작스런 전역에 인수인계도 받지 못하여 

중요한 백업본을 찾아야 하는데 비번이나 위치를 모를 때면 전화해서 물어보았다.


전역휴가자 미복귀 전역조치가 실행된 후 부대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외출과 외박, 그리고 휴가가 통제되었다.

흑우는 그렇게 휴가 하루 전날 휴가가 짤렸다.


복지관에 간부 한 명이 앉아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지 감시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꼭 쓰고 하루 3번 손소독제를 사용하자, 힘내자 라는 내용의 방송이 아침, 저녁마다 함내로 퍼졌다.

육상부대는 어땟는지 모르겠으나 함정 요원들은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다.


대체로 좁은 배 안에서 씻고 자고 밥먹는데 마스크가 무슨 소용이냐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간부와 수병 가릴 것 없이 배 안에서 생활할 때는 마스크를 벗고 현문을 지나 육상으로 갈 일이 있을 때만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러다가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옆 부두에 있던 배에서 확진자가 나왔단 것이다.


그 배는 즉시 현문을 철거하였다.

그들은 부두에 계류하고 있었지만

출항한 것처럼 배 안에서 2주간 지내야 했다.


어떤 배는 외국에 다녀온 인원이 적발됐다.

휴가인지 업무차 다녀온 것인지는 전파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배도 현문을 철거하고 2주간 격리되었다.


연이은 사고 때문인지 상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영외자 퇴근을 금지시킨 것이다.


그 때는 오버홀 기간이었기에 수병들은 육상 생활관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간부들은 퇴근하면 간부 숙소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이제 퇴근을 못하게 되었다.


흑우들의 배는 오버홀 기간이었다.

배를 상가대에 띄워놓은 상태였다.


배 안에 연료와 물은 당연히 없었다.

일과 시간이 끝나면 모든 전기 공급이 중단 되었다.

일과 시간이 끝나면 그냥 쇳덩어리일 뿐이었고 밖은 영하 10도를 왔다갔다 했다.

배 안에서 잠을 청한다는 것은 그냥 얼어뒤지겠단 뜻이다.


그래서 영외자들은 2주 동안 LST-I의 상륙군 침실에서 잠을 청했다.

상륙군 침실은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고 한다.

사슬로 이어진 3층 침대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건이 터지자 다들 코로나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이제 다들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당장 숨쉬기 답답해도 코로나가 터지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었다.


마스크를 쓰다보니 좋은 점도 있었다.

배 밑의 따게비를 딸 때 흐르는 따게비 시체와 국물,

그라인더로 지주를 갈고 있을 때 튀는 존나 따가운 무언가들을

마스크가 어느정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흑우는 상병이 되었고 여전히 후임은 없었다.

일병때부터 일을 혼자하다 처리하다 보니 몰래 가라치는 기술도 늘었다.


흑우가 병장을 달기 일주일 전 쯤 드디어 후임이 들어왔다.

흑우는 70일짜리 원기옥을 모아놓은 상태였다.


흑우는 한 방에 터트리려고 하였으나 동기들의 말이 자꾸 머리에 돌았다.


"휴가 다녀오면 2주간 격리인데 아무것도 안 시킨다."

"사실상 휴가를 2주간 더 다녀오는 것이다."


흑우는 격리가 정말 꿀인지 궁금했고 찍먹해보기로 하였다.


흑우는 1주일간 휴가를 다녀왔다.

8개월 만에 나온 사회는 흑우의 기억과 너무나도 달랐다.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QR 코드를 찍어야 했으며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다.


자주 가던 편의점은 폐업한 상태였다.

자주 가던 식당도 폐업한 상태였다.

자주 가던 피시방은 여전히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럿고 흑우는 격리를 위해 배가 아니라 예비군 생활관으로 복귀하였다.

시설은 너무 안 좋았다.


야교대에서 보던 침상이 눈 앞에 들어왔다.

이불과 베게에선 냄새가 났고 모포에는 액체가 흐른 자국이 있었다.

체스터 안에는 텅 빈 과자봉지가 있었다.


샤워실은 너무 더러웠고

나무로 만들어진 의류 보관함은 여기저기 깨져있거나

물이 흥건했다.


부족한 것도 많았다.


<중요> 화장실에 휴지가 없었다. <중요>


코로나 예방 차원인지 컵이 없었다.

정수기는 있는데 컵이 없었다.

스테인레스뿐만 아니라 종이컵도 없었다.

흑우는 동기가 텀블러를 가져다 줄 때까지 물을 마시지 못했다.


예비군 생활관은 규정이 빡빡했다.

청소도 빡세게 시켰지만 제일 큰 문제는

외부음식 반입 금지였다.


육상에서 주는 짬밥은

함정 생활로 다져진 흑우들의 미각을 사료시키긴 모자랐다.

점호 끝나고 매일 과자, 라면, 음료수를 먹던 흑우들에겐 간식이 너무나 고팠다.


그래서 흑우들은 근처 생활관에서 근무하는 동기를 몰래 불러서 각종 간식 배달을 부탁했다.

밥먹으러 가는 척하면서 간식과 생필품들을 전달받았다.

흑우들뿐만 아니라 다른 배 수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자는 척을 하다 당직사관이 순찰을 돌고 나면 몰래 군것질을 했다.


외부음식 반입 금지였지만 쓰레기통에는 항상 컵라면과 음료수 캔들이 가득했다.


예비군 생활관에는 PS4나 TV가 없었다.

점호 끝나고 군것질하며 철권을 즐기거나 영화를 보며 웃고 떠들던 흑우들에겐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만 흑우들 중 한 명은 투폰이 있었다.

복귀할 때 몰래 반입한 것이었다.


소등 후 당직사관의 순찰이 끝나면 스마트폰 하나에 9명이 달라붙어 넷플릭스를 봤다.

흑우들은 졸립지 않았다.


왜냐면 할게 없었기 때문이다.


오전 6시 15분에 총기상 후 간단한 발열 체크를 한다.


그리고 휴대폰을 주는 오후 6시까지 할게 없었다.

배에 있을 때 너무 바쁘게 살아서 그런지 

흑우들의 몸은12시간의 휴식시간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밤에는 항상 에너지가 넘쳤다.


뱃놈들에겐 예비군 생활관 식당이 매우 낯설었다.

밥먹고 나면 식판과 수저를 직접 닦아서 식기대에 꼽아야 했다.


처음엔 츄라이 당번을 안 들어가도 되니 짬찌들은 좋아했다.


군대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부지런한 사람도 있지만 게으른 사람,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수저 한 세트, 츄라이 하나 제대로 닦는 것도 귀찮아했다.


바로 옆에 수세미와 퐁퐁이 있지만 대충 물로 씻고 식기대에 꼽았다.

식판에는 밥풀이 묻어있었고 그 위로 누군가 잘 닦은 식판, 그저 그런 식판들이 쌓였다.

당연히 식판들의 위생상태는 매우 나빠졌다.

하지만 감독하는 사람이 없었고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다들 식판을 대충 닦기 시작했다.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츄라이 당번은 없었지만 식사 당번은 있었다.

배마다 돌아가며 조리병들이 밥하는걸 도와주는 것이다.


휴가자들을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한 곳에 모으고, 격리하는 것인데

휴가도 안 다녀온 조리병들과 같이 당번을 해야하는 현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 흑우들이었다.


그래도 좋은 점도 많았다.

군기나 과실 걱정이 없었다.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간부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웬만한건 터치하지 않았다.

정복말고 입을게 없어서 흰 나시에 흰색 정복 바지, 슬리퍼를 신고 밥먹으러 가도 터치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지나가던 사령관한테 걸리기 전까진 복장 문제로 터치하지 않았다.


격리 시설 상태가 어떤지 사령관이 점검하러 온다는 말에 각잡고 대청소를 하자 

더러웠던 샤워실과 냄새나고 막힌 변기가 있는 화장실이 깨끗하게 변했다.


적어도 마지막 3일은 깨끗한 시설에서 생활했다.


<중요> TF도 한 번 건너뛸 수 있었다. <중요> 


그러나 2주간 지옥같은 격리생활을 맛본 흑우는 원기옥을 터트릴 때까지 휴가를 나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