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쫓아 오는 미사일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플레어 이야기 했으니 플레어 관련해서 시작해보겠음.


플레어라는게 우리말로 하면 섬광탄임. 다만 전투기에 다는 플레어는 단순히 빛을 내뿜는 것보다 적외선을 내뿜는게 중요함. 왜냐면 이 플레어가 속여야 하는 적 미사일이 내 전투기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보고 날아오기 때문임.


적외선 추적방식 미사일은 흔히 열추적 미사일이라고도 하는데, 미사일 앞에 일종의 적외선 센서가 달려 있음. 공중에서 적외선이 많이 뿜어져 나오는 물체가 있으면 그걸 표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임. 그런데 적이선이라는게 실제로는 파장대역이 여러가지임. 의료기구에서 원적외선 어쩌구 하는거 들어봤겠지만 가시광선도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파장대역이 다양하듯 적외선도 근적외선, 중적외선, 원적외선 등으로 구분함. 그리고 미사일이 주로 추적하는게 근적외선~중적외선임. 이게 전투기에서 가장 많이 뿜어져 나오는 적외선이기 때문임. 근적외선은 전투기의 뜨겁게 달궈진 금속부분(엔진 배기구 등)에서, 중적외선은 엔진배기가스 열기에서 나옴.


그럼 플레어는 당연히 단순히 밝게 빛나고 온도가 뜨겁게 올라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런 근적외선~중적외선을 많이 내뿜어야 함. 그래서 플레어 안에 여러가지 화합물질등의 종류와 배합을 조정해서 원하는 적외선이 최대한 많이 나오게 만듬.


만약 전투기가 적 미사일이 날아오는걸 알고 플레어를 투하하면 기본적으로 미사일은 여름날 날벌레 마냥 더 밝아보이는 표적쪽을 쫓아가므로 전투기가 아니라 전투기에서 떨어져나오는 플레어를 쫓아감. 이런식으로 적 미사일을 속이는걸 통털어 미끼(디코이)라고 함.


근데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전투기들이 우수수 떨어진걸 보면 알겠지만 플레어 투하한다고 미사일 쉽게 피하고 그러진 못함.


우선 미사일 개발자들이 놀고 먹질 않음. 미사일이 플레어에 바보 같이 속지 않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추가함.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적외선 센서에 셔터를 다는것. 플레어는 전투기로부터 투하되면 아래로 떨어지기 마련임. 그래야 적 미사일이 플레어를 보고 쫓아올 때 멀리 떨어트려 놓을 수 있으니까. 그럼 미사일이 보기에 갑자기 큰 적외선을 내뿜는 물체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면 잠시 셔터를 닫는거임. 그 사이 플레어는 전투기로부터 떨어져서 거리가 멀어지고, 미사일이 다시 셔터를 열었을 때는 이미 플레어가 미사일의 시야 밖으로 떨어져나간 다음임. 미사일은 다시 전투기(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계속 쫓아가면 됨. 그래서 전투기들이 플레어를 그냥 한번 투하하는게 아니라 실제로는 여러발을 일정주기로 투하함. 에어쇼 같은데서는 아주 짧은 시간에 부다다닥 투하하는데 이건 그냥 멋있어 보일라고 하는거고, 실제로는 1초 이상 긴 주기로 투하함. 만약 운좋게도 적 미사일이 셔터를 열고 닫는 주기를 알아 냈다면 그 주기에 맞춰서 플레어를 투하하면, 적 미사일은 계속 셔터 닫다가 볼일 다보게 됨. 물론 이런건 엄청난 군사기밀이니 운 좋게 적 미사일을 빼돌린게 아닌 이상 쉽게 알 수 없음.


또, 적 미사일이 셔터를 닫았다 열어도 계속 플레어가 전투기 근처에 머물게 하는 방법도 있음. Su-27이나 MiG-29는 플레어를 아래가 아니라 위로 쏘아 올리는데, 이러면 플레어가 일단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지니까 전투기 근처에 더 오래 머물게 됨. 그러면 미사일이 셔터를 열었다 닫아도 계속 플레어가 전투기 근처에 머뭄. 근데 만약 적 미사일이 플레어를 물었다면, 플레어가 빨리 전투기로부터 멀어져야 전투기가 미사일을 피할 확률이 더 높아지므로 마냥 좋은 방법만은 아니고 일장일단이 있음.


셔터 말고 미사일이 플레어에 속지 않게 하는 다른 방법으로 나온게 센서를 두 종류를 다는 것. 적외선은 파장대역이 여러개 있고, 플레어는 그 중 일반적으로 미사일이 쫓는 적외선 파장대역을 특별히 많이 내뿜게 되어 있다고 설명하였음. 그런데 전투기는 상당히 다양한 대역의 적외선 신호가 나오지만, 플레어는 특정한 대역의 적외선만 집중하여 내뿜음. 그래서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파장대역이 다른 센서 두 개를 미사일에 달아 놓고 두 대역을 비교함. 만약 갑자기 한쪽 대역 신호는 높아졌는데, 나머지 대역신호는 그냥 그렇다면 그건 적 전투기가 아니라 플레어일 가능성이 높은거임. 혹은 아예 적외선이 아니라 자외선 감지 센서를 추가로 다는 경우도 있음.



한편 21세기 들어서는 플레어에 쉽게 속지 않도록 아예 적외선 영상 센서를 단 미사일이 속속 등장함. 열영상 방식이라고도 부르는데, 쉽게 말해 미사일에 단순 적외선 센서가 아니라 적외선 카메라를 달아 놓은거임. 이 방식의 미사일은 전투기의 형상을 구별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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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처럼 미사일이 전투기를 인식하고 있다가 갑자기 플레어가 튀어나오면, 전투기랑 플레어랑 모양이 다르니까 이걸 구분해내고 계속 전투기만 쫓아가는거임. 그럼 이제 우리 전투기는 플레어 쏘나 마나이니 다 죽었냐 하면 그건 아니고...


저렇게 전투기의 '모양'이 보일 정도면 미사일이 전투기에 꽤나 근접한 상황임. 미사일이 먼 거리에서 적 전투기를 바라보면 미사일 적외선 카메라의 보잘것 없는 영상 해상도(보통 640 x 640 이하)로는 그냥 픽셀 한 두개로 보이니까 여전히 플레어가 먹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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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영상은 그나마 해상도가 좋은 카메라로 봤을 때 이야기고 보통은 저 뒤쪽 플레어 2개와 앞의 전투기 1개 모두 그냥 점으로 보임. 한편으로 적외선 카메라 방식의 대공 미사일은 각겨문제나 크기 문제도 있어서, 보병이 들고 다니는 보병휴대용 미사일은 아직은 앞서 설명한 센서 두 종류 박아 넣는 정도가 한계임. 여전히 플레어가 적 미사일을 속일 가능성은 있다는 이야기. 어차피 전투기 입장에서 플레어는 그렇게 비싸지도, 덩치가 크지도 않은 물건이라 넣고 다니는게 나쁠 것도 없고.



좀 더 본격적인 방법으로 DIRCM(지향성 적외선 기만장치)라는게 있는데, 쉽게 말해 적 미사일을 레이저 포인터로 눈뽕시키는 장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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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적외선 레이저를 쏘는 장치를 달고 있다가 적 미사일을 향해 레이저를 비추면 미사일 입장에선 그냥 눈뽕을 맞는 격이라 비행기를 정확히 추적할 수 없게 됨. 적외선 추적 방식 미사일이건, 적외선 영상 추적 방식 미사일이건 할 것 없이 다 먹히는 방식임. 근데 이게 가능하려면 적 미사일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레이저를 쏴야하고, 레이저도 여러방향으로 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치가 상당히 복잡하고, 큰 데다가 레이저 쏘는 장치가 동체 밖으로 튀어나와 있어야 함. 그래서 아직은 전투기에는 잘 안달고 주로 덩치큰 수송기나, 느리게 날면서 특히나 열추적 미사일 만날 일이 큰 헬리콥터에만 주로 달고 있음. 물론 소형화해서 전투기에도 꾸준히 달려는 시도는 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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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까지에서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음. 


'적이 미사일을 쐈는지 알아야 한다.' 임.


게임이나 영화 같은데서는 너무나 당연스럽게도 적이 미사일을 쏘면 막 알람이 울리고 어디서 미사일이 어떻게 날아오는지 조종사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지만, 현실에선 이게 절대로 쉬운일이 아님. 특히나 적외선 추적 미사일은 뭐 스스로 전파를 내뿜고 하는 것도 없다보니. 과거에는 그냥 주변 열심히 잘 살피다가 미사일 로켓이 내뿜는 연기 보고 '아 미사일 날아오는구나!'라고 알아내야 했는데, 미사일 개발자들도 놀고 먹진 않아서 요근래 미사일은 로켓에서 연기도 잘 안생김(다만 이렇게 만들라면 로켓 추진력은 좀 손해 봄).


그나마 21세기 들어서 전투기에 보편적으로 탑재하기 시작한게 미사일 접근 경보장치라는거임. 전투기의 여기저기에 적외선 감지 센서를 달아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적외선 신호(=적 미사일의 로켓화염 또는 고속 비행중 공기에 의해 달궈진 미사일 몸체)를 감지하는 장치임. 근데 이걸로 감지해내도 보통 가까운 거리에서나 알 수 있고, 또 날아오는 방향정도만 알 수 있을 뿐, 그 미사일이 얼마나 나한테 접근했는지 까지는는 정확히 알 수 없음.


현실에서는 미사일을 피할 생각은 거의 최후의 수단인거고 보통은 아예 적이 미사일 발사조차 못하게 할 궁리를 함. 적 미사일이 닿을 수 있는 거리/고도보다 더 멀찍히 떨어져서 날아다니면서 더 사거리가 긴 무기로 후드려 팬다거나, 요근래 말하는 스텔스 이런식으로 아예 적이 내가 여기 있다는 것도 모르게 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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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까지는 적외선/적외선 영상 추적 방식 미사일 이야기 였음. 이 방식의 미사일은 크기가 작고 가볍고 싸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센서의 한계상 탐지거리가 10~20km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멀리 있는 적 비행기는 못 맞춤. 멀리 있는 적 비행기를 쫓아가서 맞추는 미사일은 주로 레이더 추적 방식임. 레이더를 교란하려면 적외선 내뿜는 플레어 말고 다른걸 쓰는데 흔히 쓰는게 채프임.


레이더의 원리는 레이더가 전파를 내보내고,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를 감지해서 적을 찾아내는건데 전투기보 전파를 더 많이 반사해내는 물체를 만들어 적을 속이는게 채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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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채프 통안에 저런게 들어있는데, 유리섬유 같이 아주 얇은 섬유에 전파를 잘 반사하는 알루미늄 같은것을 코팅해둔 것임. 이게 하늘에 뿌려지면 사람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전파는 기가 막히게 잘 반사해서 적 레이더 상에는 큰 물체가 등장한 것처럼 보임. 사진에 잘 보면 통 안에 들어있는 섬유조각들이 길이가 여러 종류로 재단 되어 있는데, 레이더가 보통 전파 파장을 여러종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리 각 파장에 맞춰 가장 잘 반사하는 크기로 미리 재단해 둔 거임.


물론 위의 미사일-플레어 개발자간 눈물의 X꼬쇼를 보아서 알겠지만 미사일-채프 개발자간에도 눈물의 X꼬쇼를 하며 서로 어떻게든 이겨볼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음. 흔히 말하는 방해전파 장치로 적 레이더(및 미사일에 탑재된 레이더)를 속인다던지, 그 방해전파에 안속도록 레이더를 개발한다던지, 전투기는 빠른데 채프는 그냥 하늘에 떠 다니니까 그 속도 차이를 이용해서 전투기와 채프를 구분해 낸다던지, 그럼 전투기랑 비슷한 속도로 날도록 전파를 잘 반사하도록 만든 작은 미끼를 전투기가 견인줄을 이용해서 끌고 다닌다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