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SpaceBattles Forums이란 영어권 SF/밀리테리 커뮤에서 IXJac이란 닉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어느 아프간 참전용사분의 썰을 번역한 것입니다.

해당 분은 캐나다 육군 예비역 하사로써 2008년, 그리고 2011-2012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셨습니다.

모든 번역은 IXJac님의 허가를 얻고 진행된것이며, 그 분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수정 및 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웬만한 역주는 [숫자] 식으로 따로 밑에다 분리하였으나, 코멘트가 짧을 경우 본문 내에 그대로 [역주: 내용] 식으로 넣은 것도 있습니다.

전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타나 문법적 오류들이 흔재할 수 있으며, 관용구나 직역이 의미가 불분명할때에는 상당한 수준의 의역이 활용되었습니다. 또한 지명은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너무 많아서 그냥 영어 원문 그대로 웬만하면 뒀습니다. 양해 부탁바랍니다.

(원문글: https://forums.spacebattles.com/threads/best-afghanistan-withdrawal-and-outcome-what-should-the-plan-be-and-what-leverage-does-the-coalition-have.918450/post-76042551 )

번역:

> (대충 아프간 썰 풀어달라는 요청)

예전에 Pashmul 지역의 Zhari 지구의 탈레반 지휘관 카카 압둘 칼리크(Kaka Abdul Khaliq)를 죽이려 시도했던 썰을 푼적이 있었던 것 같다. 칼리크는 무자헤딘 출신의 노장으로, 은퇴했었다가 외세(즉 우리)에 맞서 싸우기 위해 탈레반에 합류했다(참고로, "카카"는 "삼촌"이란 뜻이다). 2006년에는 메두사 작전[1]를 상대로 탈레반의 Pashmul 지역 방어를 지휘했었고, 당시 사상자 5명 부상자 40명이란 막심한 피해를 우리에게 입히며 우리의 1차 공세를 저지했었던 경력이 있었다. 칼리크 본인도 해당 전투에서 머리를 피격당해 눈 한쪽을 잃어버려서 치료를 위해 파키스탄으로 호송됐는데, 지휘권을 물려받은 칼리크의 아들은 우리 캐나다군이 방어선을 돌파할때 사살 당했다.

2008년 칼리크는 아들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Pashmul로 돌아왔다. 아들이 죽었던 언덕 위에 깃발을 꽂고서는, 대략 100명 정도의 충직한 병력을 모아 방어진지들을 재구축하였다. 그러고 나선 우리 순찰대들을 공격하며 우리 PRT의 CIMIC팀 하나를 짓뭉개 버렸다. 우리는 5월 말쯤에 보병 중대 1개로 칼리크를 공격했는데 그 정도 병력으로 칼리크를 몰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2]. 칼리크의 병사들은 매우 숙련된 방어전을 펼쳤는데, 한 진지에서 다른 진지로 계속 옮겨 다니면서 결국 우리의 탄약, 물, 그리고 공군 지원이 고갈될 때까지( RC(S)[3] 이 X새끼들아! >:( ) 싸움을 질질 끌었다. 덕분에 우리는 2라운드에서는 아예 캐나다 전투군을 통째로 모아 칼리크를 크게 혼내줄 계획을 세웠다. 당연히 칼리크에게도 우리 병력이 집결하는게 빤히 보였겠지만, 우리 생각에 어차피 칼리크는 도망치는거 말고는 딱히 이길 수단이 없었고, 만약 그가 도망친다면 칼리크의 "불패" 신화를 깨뜨리는 이득을 취할 수 있다 판단했다.

도주 외 방법이 없을 거라던 우리의 생각은 대차게 틀렸다. 공세 개시 전날, 정말 기발하고 탁월하게 수행된 작전으로 탈레반은 칸다하르(Kandahar)시 최서쪽에 있었던 Sarpoza 감옥을 터뜨려서 800명 정도의 죄수들을 탈옥시켰다. 동시에 북쪽에 있던 Shah Wali Kot에 있던 반군들이 Arghandab 지구로 공세 작전을 펼치며 칸다하르시를 위협했다. 사령부는 지금 당장 칸다하르시로 돌아와 도시를 보호하라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Pashmul에서 공세를 펼칠 기회가 딱 한 번밖에 안 될 만큼 시간이 촉박해졌다. 우리는 일단 동쪽에서 중대 한 개를 접근시켜 칼리크군을 고정하고, 보병과 기갑전력이 합쳐진 전투부대를 북쪽에서 투입해 칼리크의 측면으로 파고드는 작전을 개시했다. 칼리크는 우리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빠르게 눈치를 채고선 자신의 모든 예비 병력을 북쪽에서 오는 우리 주공을 막는 데 투입했다[4]. 매우 짧은 교전이 발생했고,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됐던 재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 칼리크의 예비대는 우리 기갑 전투부대를 잠시 후퇴시키는 데 성공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저 노망난 삼촌이 이교도들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걸 지켜보기 위해 숨어서 관전하던 Zhari 지구의 모든 탈레반이 "맙소사, 칼리크가 해냈어! 이기고 있다고!" 하며 전투 지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때에도 Arghandab에선 전투가 계속 지속되고 있었고, Panjwayi 지구에선 탈옥한 탈레반들이 개미 떼처럼 득실거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결국 작전이 실패했다 판단하고 물러섰다. 캐나다 군사사에서 다시는 이 작전이 언급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목숨을 걸며 도박을 하던 칼리크의 경우는 전투 후 자신의 상관들에게 불려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것인지 보고를 했다. 탈레반은 바로 영웅이 탄생했음을 판단했고, 어떻게든 이 영웅이 또 이상한 짓 하다 목숨을 잃는 사태를 막아야겠다 판단했다. 반면 우리는 상처받은 자존심을 달래기 위해 칼리크를 꼭 죽이고 싶어 벼르고 있었다.

이런 사건들 때문에 Pashmul 시골 길을 달리는 칼리크의 도요타 SUV, 그를 호위하는 오토바이들, 그리고 그 위에 헬파이어 미사일 4발로 무장한 캐나다 리퍼 드론이란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는 SUV에 헬파이어 미사일 2발을 쐈다. 커다란 먼지와 연기구름이 피어오르며 SUV는 정차했다. 도요타는 자동차를 정말로 튼튼하게 잘 만드는 것 같다. 헬파이어 2발 모두 자동차의 가장 튼튼한 부위인 엔진 블럭에 명중했고, 이게 파편과 폭발 대부분을 흡수해 차량에 탑승해있던 전원 모두 탈출에 성공했다. 괜찮다 - 아직 미사일이 2발이나 남아있었다. 차량에서 탈출한 인원 중 한 명이 핸드폰을 사용하며 다른 이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 녀석이 칼리크라 판단하고 헬파이어 한 발을 더 쏘았다. 미사일은 칼리크의 발밑으로 정확히 떨어졌고.....툭. 불발이었다!

이때쯤 주변 마을 주민들이 소란 때문에 길로 나왔다. 칼리크는 이들에게 원형으로 둘러싸였다. 칼리크는 항상 공세를 개시하기 전에 해당 지역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습관이 있었다. 이는 우리에게도 이득이 되었다 - 칼리크의 공격들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우리의 우세한 화력 운용을 더 손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덕분에 칼리크는 모든 민심(hearts and minds)을 챙겨갈 수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마을 주민들이 칼리크를 둘러 쌓자 우리는 욕을 하며, 칼리크를 죽일 기회를 놓쳤다 생각했다 - 그런데 그때 칼리크는 주민들에게 빨리 집 안으로 다시 대피하라며 명령하더니, 군중을 피해 도로 한가운데로 뛰쳐나갔다! 우리가 민간인 한가운데로 폭탄을 떨굴 만큼 사악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뭐 우리는 그렇게 사악하지는 않았지만, 칼리크가 스스로 자신을 우리 화력에 노출시킨 이상 우리는 싱글벙글 기뻐하며 마지막 헬파이어를 쐈다.

...그러나 착탄 직전에 칼리크를 데리러 온 다른 탈레반 차량이 칼리크 앞을 가로막았고, 헬파이어는 그 차량에 명중했다!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칼리크는 부상을 입은 듯했으나 목숨은 붙어 있었고, 그대로 탈레반은 칼리크를 파키스탄으로 실어 날랐다. 이쯤 나는 진지하게, 이 전쟁에서 신이 도대체 누구 편이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어난 사건들로만 보면, 신은 대담한 탈옥 작전으로 수백 명의 자유 투사들을 해방하고, 전차와 폭격기와 건쉽으로 무장한 데다 10:1의 수적 우위를 점하던 적을 상대로 이겼으며, 사악한 침략자들의 로봇으로부터 암살시도를 피해간 녀석의 편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매 주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코드기아스"의 주인공의 이름을 본떠 "탈레반 제로"라는 별명을 녀석에게 붙여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 전투 때문에 우리는 Zhari 지구의 대부분에서 통제력을 상실했고, 덕분에 Kandahar에서 Helmand까지의 순환도로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다. 고속도로 위는 수일 만에 불타는 연료 트럭들로 뒤덮였고 우리가 그 도로를 다시 탈취할 때까지 정말 많은 ISAF와 ANSF[5] 군이 목숨을 바쳐야 했다.

칼리크는 이 전투 이후로 계속 살아남아 탈레반들 사이에서 작은 전설이 되었다. ISAF와 맞서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은 지휘관으로서 말이다. 죽은 순교자보단 살아있는 영웅이 더 좋다고 판단한 탈레반은 칼리크를 최전선에 돌려보내기 꺼렸는데, 내가 마지막 확인했을 때 칼리크는 2012년 쯤 아직도 Kandahar에서 미군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됬는지 잘 모르겠다. 이후에도 칼리크가 죽었다는 보고가 여러 개 있기는 한데, 뭐 우리도 칼리크를 여섯 번 정도는 죽였다고 판단했던 걸 고려하면 진실은 아무도 모를 것 같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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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P MEDUSA, 추후 글에 메두사 작전 썰도 번역할 계획입니다.

[2] OP RAWA TANDER, 이것도 아마 추후 글에서 관련 썰 번역할 계획입니다.

[3] RC(S) 는 Regional Command (South)의 약자입니다. 2010년까지 아프간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Zabul, Kandahar, Daykundi, Uruzgan, Helmand, Nimruz 지방의 군사작전 사령부였습니다. 얘네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작전 도중 항공 지원이 끊기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추후 다른 썰로 번역할 계획입니다.

[4] Maloney, Sean M. “Panjwayi Alamo The Defence of Strongpoint Mushan.” Canadian Military History 18, no. 3 (2009): 47–63.   https://scholars.wlu.ca/cmh/vol18/iss3/7/ 는 NOLAI 작전지역의 남쪽에 있었던 Strongpoint Mushan과 거기에 배치되있었던 아프간 정부군의 활약을 주로 다루는 논문입니다. 57-60 쪽에서 2008년 7월 NOLAI작전 당시 Mushan에 배치되어있던 아프간 정부군은 남쪽에서도 북쪽 탈레반을 향해 공세를 펼쳐 탈레반군을 헷갈리게 만들라는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위 썰에서 서술된 것처럼 주력 캐나다군의 공세가 개시되자 남쪽에서 아프간 정부군과 대치하던 탈레반군의 공세가 약해졌다는(==캐나다군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간 정부군과 싸울 여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되는) 내용이 서술되어있습니다.

[5] Afghan National Security Forces. 아프간군과 경찰을 합쳐 부르는 명칭입니다.

[6] 아프간 정부군이 칼리크를 죽였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의 기사(2008년 6월): https://www.smh.com.au/world/27-killed-so-far-in-afghan-militant-hunt-20080616-2r2l.html

아프간 정부군이 칼리크를 또 죽였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의 기사(2010년 10월): https://www.tehrantimes.com/news/228763/Afghan-Consult-system-on-military-ops-not-working

칸다하르시 주변 Pashmul 마을 주민들이 인터뷰 도중 탈레반 지휘관중 카카 압둘 칼리크는 착하다고 칭찬하는  기사(2011년 11월): https://www.independent.co.uk/news/world/asia/kandahar-warlord-who-has-presidential-protection-19347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