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당국이 자국 내에서의 외화 사용을 전면 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금지된 외화에는 대표적으로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가 포함됐다.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북한이 화폐개혁을 계속하면서 주민들이 자국 화폐를 신뢰하지 않고 달러와 위안으로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외화 사용에 대한 통제에 반대 입장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제재로 인해 외화 유입이 한정된 북한에서 개인들의 외화 사용을 독려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외화 유통이 활성화 되면 정권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외화 유통 정책은 독으로 돌아왔다. 북한 주민들은 외화를 사용하면서 그 안정성을 차츰 알기 시작했고, 달러나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달러와 위안은 정부에서 화폐개혁을 해도 자신들의 재산을 지킬 수 있었기에 외화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늘었다. 자국 내 백화점이나 장마당을 포함한 모든 경제생활 영역에서의 거래는 달러와 위안으로 체결됐고, 북한 화폐인 원화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에서 쌀 1kg를 사도 달러와 위안으로 지불했고, 평양은 물론 지방에서도 달러와 위안으로 사지 못하는 물건이 없을 정도였다. 혹여 원화로 물건을 사려 하면 판매상들은 난색을 표했다. 이런 현상으로 환율은 급등했다. 2019년 말까지 북한에서의 달러 환율은 1달러 당 8300원(북한 화폐단위)을 육박했다. 개인들은 외화를 저축했고, 북한 경제는 달러와 위안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

 

북한 당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에서 찍어내는 화폐의 가치가 하락을 거듭하며 주민들이 외면으로 일관하자 경제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통제력을 상실해갔다. 또한 외화를 쓰는 주민들 속에서는 이미 북한 경제가 미국과 중국에 의해 돌아간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특단의 조치가 아니면 외화로 운영되는 북한이라는 국가를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외화 전면 통제라는 칼을 빼들었다. 북한 전역에서 달러화와 위안화, 엔화(일본 화폐)에 대한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만일 방침을 어기고 사용할 시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반대하는 반역자로 여겨 엄중히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이로 인해 북한 전역에서는 외화를 쓸 수 없게 됐고, 환전을 하려는 사람들은 ‘돈데꼬’라 불리는 개인 환전상들을 찾아다니느라 시장 바닥은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외화 통제는 금세 힘을 잃고 있는 것 같다. 이유는 1달러 당 3300원까지 떨어졌던 달러 환율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외화 금지 정책이 시행 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지난달 16일 달러는 북한 전역 평균 1달러 당 4900원으로 치솟았고, 지난 주에는 평균 5100원까지 올랐다. 이미 외화의 맛을 본 주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외화 보유액 없이 환율 조절로 원화에 대한 사용을 확대하려던 김 위원장의 꿈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북한 당국이 원화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높이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부자와 중산층을 죽이려 시도 때도 없이 화폐개혁을 강행해 주민들이 저축한 화폐를 종이 쪼가리로 만들지 않는 방법, 이 한 가지뿐이다. 화폐개혁을 해봤자 베네수엘라처럼 북한 주민들만 고통받을 것이며, 그 책임은 오로지 김 위원장에게 돌아갈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인민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북한 주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경제는 경제인들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