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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원조는 수여국에 대해 악영향을 끼치는데, 이는 해외원조가 수여국의 필요가 아니라 공여국의 정책요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공여국 유권자들의 정책선호가 이타성을 띄어 수여국에 절대적으로 많은 양을 원조한다면 수여국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수 있을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선출인단이론이라는 게 있는데, 보통 모든 정치체제는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관한 두 가지 제도적 특징을 지녔습니다. 첫번째는 선출인단(S)이라고 해서 지도자를 선출하는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가리킵니다. 두번째는 승자연합, 또는 지배연합(W)이라고 해서 지도자가 권력을 유지하는데 필요로 하는 지지자들의 수를 말합니다. 표준적인 민주정권에서는 S값과 W값이 모두 큽니다만 독재정권에서는 W값은 확실히 작아지고, S값은 체제에 따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에 따라 보통 민주정권에서는 승자연합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재 또는 공익을 증진시키려 노력하지만 독재정권에서는 사유재 또는 사익을 채워주는 방법으로 승자연합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여국은 가난한 독재국가죠.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원조는 수여국 정책결정자의 권력유지를 위해 쓰입니다. 그렇다면 수여국 정책결정자는 아예 공공재를 공급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공공재에 대해서는 두 가지 명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공공재(특히 언론 자유, 출판 자유, 집회 자유 등의 조정재)가 많을수록 국민이 만족해 불만도가 낮아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반대로 그러한 공공재가 많을수록 반란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란위협에 처한 정책결정자는 상반되는 두 가지 결정 중 하나를 고르는데, 하나는 공공재를 엄청 많이 공급하여 국민들을 만족시키거나, 다른 하나는 공공재를 팍 줄이고 사유재 공급을 늘려 승자연합을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전자는 승자연합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후자는 보통 정부가 부정부패로 완전히 망가져 제 기능을 못하는 지경까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결정자는 승자연합의 수를 더 줄이려고 노력하고 이는 정권의 독재화를 가속화합니다. 물론 승자연합의 일부가 이를 알아차린다면 권력투쟁과 쿠데타의 가능성이 증가하구요.


그러한 상황에서 아프간을 바라봤을 때, 더 들이붓는다고 해봤자 정권의 권위주의적 성격만 강화시킬 가능성을 높이죠. 전에도 민주국가의 간섭이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걸 쓴 것 같은데, 여튼 요 며칠간 아프간에 세속 독재정권이 들어서면 성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건 사실 환상에 불과합니다. 뭣보다 나지불라 공산정권이라는 실제 사례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