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대에 있을 때 유해발굴 지원을 좀 했었음
나는 강원도 인제 쪽이었는데
당시 발굴방식은
1. 유해발굴단 쪽에서 사료나 증언을 바탕으로 발굴지역을 선정
2. 유해발굴단을 지원하기로 정해진 부대가 그 발굴지역 근처 부대로 텐트랑 물자 들고 이동해서 연병장에 텐트치고 샤워장, 식당 등 지원시설은 근처 부대 이용
3. 먼저 유해발굴단 아재들이 다니면서 참호로 짐작되는 곳에 팻말을 꽂거나 근처에 있는 일반병에게 알려줌 " 아저씨 여기 좀 파요"
4. 그러면 일반병들이 삽으로 존나 판다. 깊이는 가슴까지 올라오게 팜. 너비는 한 팔 벌린 정도였는데 상황에 따라 다름. 계속 파다가 보면 나중에는 유해 찾기보다는 얼마나 빨리 직사각형으로 예쁘게 파냐로 경쟁함 시발ㅋㅋㅋㅋㅋㅋㅋ구덩이 아티스트들임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우리막사 버리고 남의 막사에 가서 텐트 생활 몇 주씩 하면서 남의 눈치 보면서 시설 쓴다고 좆같다는 분위기였음.
근데 우리 사단장이 기본 휴가 2박3일에 유해 한 구당 하루씩 붙여주겠다고 하니까 다들 원피스 찾는 해적 분위기됨. 열 구 찾아서 정기휴가 만들겠다는 놈도 있었고ㅋㅋㅋ
막상 발굴해보니 아주 좆같음. 기본 700~900 고지에 굽이굽이 완전 산중인 경우가 태반이었음. 설사 도로나 부대 가까이에서 시작하더라도 몇 주 동안 점점 이동하면서 파다가보면 산중에 와있음.
당연히 밥차는 못오니 처음에는 전투식량 먹다가 나중에는 질려서 밥 당번들이 가방에 밥, 반찬, 국을 넣어서 메고 산을 타야됨. 문제는 국, 밥이 존나 뜨겁다는 거임. 안그래도 한여름에 방금한 국, 밥을 1시간씩 메고 산을 타니 죽을 맛일 수밖에 없음. 가방 멘 등은 뜨거워 죽겠는데 햇빛도 뜨겁고 숨은 차고 어휴... 나중에는 꼼수로 국을 버려버림. 그랬다가 발굴현장 방문한다고 산타던 행보관한테 걸려 개욕처먹고ㅋㅋㅋ
유해는 또 좆나게 안나옴. 처음에는 금방 나오겠지했는데 1주일 동안 한 구도 안나오더라. 그러니까 사람들의 열기도 식어버림. 그러다 첫 유골 나온게 밥 처먹고 짬을 묻으려고 분대장이 짬들고 구석에 짬처리하러 갔음(내가 군 입대한게 09년이었는데 우리 부대만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는 이등병도 맘대로 누워서 과자먹으면서 티비보고 분대장이 같이 청소하고 짬도 치우고 했었음. 좋은 거 생기면 이등병들부터 챙기고 갈굼도 몇번 당한 적 없음. 쌍욕 먹은 적도 거의 없고.. 소대 자체가 그런걸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여서 전입 초에는 적응이 안되더라.. 난 몰랐는데 전역하고 보니 안 그런데도 많았음.)
근데 분대장이 삽질 몇 번 안했는데 사람 머리통만한 돌이 있더라 보통 멘탈이면 그냥 딴데를 파는데 우리 분대장은 좀 그런 쪽으로 또라이라 돌을 낑낑대면서 치웠음. 그리고 구덩이에 짬을 넣으려고 했는데 거기 뼈가 있더라..
뼈가 하나라도 나오면 그 때부터는 발굴단 아저씨들이 함. 가로 세로 몇 m 단위로 엄청크게 파는데 유해발굴단 아저씨들은 거의 인간굴삭기 수준임. 맨날 땅만 팠는지 보병인 우리보다 땅 더 잘파더라 순식간에ㅋㅋ 그래서 그 때 첫 발굴한게 나중에 조사해보니까 인민군 시체였음. 시발 태극기 감아가지고 존나 공손하게 선두에서 모시고 왔는데 빨갱이였음...
그렇게 한 번 터지니까 막 나옴. 총 30구 정도 찾았는데 나도 한 구 찾았음. 시발 난 안될 놈이야 내휴가 ㅠㅠ 하면서 막 파다가 나뭇가지같은게 삽에 찍혀서 나옴. 그래서 버릴려고 했다가 혹시나 하고 들여다봤는데 골수의 흔적이 있음. 보는 순간 사람 뼈라는 생각이 드니까 슬프거나 무섭기보다는 휴가 하루 더 붙는다는게 존나 좋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리 지르면서 존나 뛰어다니고..
근데 추가로 발굴하다가 보니까 근처에서 M1탄이랑 탄이 그대로 남은 클립이랑 군화랑 이것저것 보급품이 나오는데 발굴단 쪽 아저씨말로는 연구소로 가져가서 분석해봐야겠지만 그냥 보기에는 아마도 한국군이었던 거 같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점심에 참치주먹밥 처먹는데(시발 진작에 주먹밥줫으면 국가방, 밥가방메고 고지전은 안했을텐데..빡통새끼들) 갑자기 슬퍼지더라. 그냥 단순히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호국영령을 위한 발굴사업이라고 할 때는 몰랐는데 그 아저씨가 전투 중 급박한 상황에서 빨갱이 총에 맞거나 대검에 찔려죽었으니 이 산에서 발견된 것일텐데 죽어갈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한국군이라고 한다면 정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이니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이 들었음. 분대원들은 개폼 잡는다고 욕했지만 ㅋㅋㅋㅋ
그 때부터 오히려 더 진지해지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 땅 파면서 희생, 조국 뭐 그런 거에 대해서도 더 생각하게되고.. 최소한 나한테는 학교나 사회에서 천날만날 들은 애국, 나라사랑 구호보다 그분의 뼛조각이 조국을 더 사랑하게 만들었음.
그렇게 몇 달 동안 유해발굴 끝나고 뒷정리하는데ㅋㅋ 뭐하냐하면 지금까지 팠던 구덩이를 거꾸로 가면서 다 메워야함. 시발시발 그렇게 좃뺑이 치고 사단장이 4박5일 대대원 전체 휴가 줘서 중대별로 생활관 폐쇄하고 돌아가면서 중대 전체 휴가나감ㅋㅋㅋ
아 여담으로 발굴전에 중대장이 여기가 한국군 참호고 저기가 북한군 참호고 설명해주는데 시발 내가 당시 군인이었으면 죽을 맛이었을꺼 같음.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듦. 저쪽 고지에서 평지까지 치고 내려와서 적들이 총쏴대는 고지로 다시 기어올라가야되는데 경사는 또 어마어마해서 뒤로 구르면 낙사할 각도임. 그런 곳에서 전쟁했다는 참전용사분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고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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