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abcc2&no=24b0d769e1d32ca73deb87fa11d02831de04ca5aee4f7f339edb1c2bdb417832d3228e7936e3563a933133ab65b53e1517331fdd3433c859c716e5d32d9702



마수드와의 휴전협정은 소련군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굴욕적인 사건이었음.


미국과 함께 세계를 양분하는 초강대국 소련이 고작 아프간 산골짜기 수괴 하나를 이겨내질 못해서 거진 살려줍쇼에 가까운 철군 협정이라니!


해를 넘긴 1984년 2월. 지금까지 판지시르 작전을 총괄해오던 유리 안드로포프 장군은 소련에서 급파된 콘스탄틴 체르넨코 장군으로 교체됨. 브레즈네프 서기장의 측근이나 다름없었던 체르넨코 장군은 소련에게 굴욕을 준 이 게릴라 잔당들을 완전히 쓸어버릴 것을 천명하고서 곧바로 작전계획 수립에 들어감. 여기에는 수도 카불을 코앞에서 위협하고 있는 마수드에게 위협을 느낀 아프가니스탄 인민공화국 대통령 바브락 카말의 의향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음.


새로운 공격작전은 카말 대통령의 입을 빌리자면 ‘아주 결정적이고도 무자비한 작전이 될 것이며, 판지시르에 똬리를 튼 적들을 기반까지 아주 쓸어버리고 필요하다면 판지시르 주의 주민들까지도 모조리 죽여버릴 각오’로 진행되는 것이었음.



viewimage.php?id=3abcc2&no=24b0d769e1d32ca73deb87fa11d02831de04ca5aee4f7f339edb1c2bdb417832d3228e7936e3563a933133ab65b53e1517331fd73564cf55c710b5d32d9702



제7차 공세.


이번에야말로 소련군은 역대 최대의 공세작전을 가동하기 시작했음.


그러나 소련군 내부에서 잡음이 점점 커지기 시작함. 순식간에 좌천된 안드로포프 장군을 따르던 파벌이 체르넨코의 정신나간 계획을 막아세워야겠다고 결심한 것.


이들은 곧바로 내통자를 통해 판지시르로 전갈을 보냄. 거기에는 당연히 체르넨코의 작전계획이 고스란히 들어있었음. 마수드는 곧바로 반격준비에 들어감.


먼저, 민간인 학살을 피하기 위해 최소 3만이 넘는 판지시르 주민들이 안전지대로 대피했고, 소련군의 전진을 지연시키기 위한 매복부대들이 예상 진격로 곳곳에 배치되었음.


모든 가도와 마을 그리고 헬기가 내릴 수 있는 예상 착륙지점들에는 무수한 지뢰가 도포되다시피 깔리기 시작. 이 모든 작전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었음. 당장 소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아나바 지구의 소련병들에게 계획이 누설되어서는 안되었기 때문임.


때문에 이 모든 준비과정을 소련군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음. 그들은 당연히 이전과 같이 마수드가 계곡 입구에 전력을 집중시켜 자신들을 상대하리라 예상하고 있었음.



viewimage.php?id=3abcc2&no=24b0d769e1d32ca73deb87fa11d02831de04ca5aee4f7f339edb1c2bdb417832d3228e7936e3563a933133ab65b53e1517331fdb3f30c856911bb7d32d9702


마수드가 병신이냐? 당했던 거 또 당하게.



4월 22일. 세르게이 소콜로프 원수의 지휘 하에 11,000명의 소련군, 2,600명의 아프간 정부군 거기에 200대의 항공기와 190대의 헬기까지 동원된 대대적인 공세작전이 마침내 개시.


날아오른 Tu-16, Tu-22M, Su-24 폭격기 편대들이 산맥을 불사르고, 대대급 규모로 편성된 지상전력이 여러 통로들을 향해 물밀듯이 나아가는 사이 헬기에 탑승한 스페츠나츠 대원들은 판지시르 주계곡으로 이어지는 작은 계곡들로 물샐틈없이 강하했음.


무자헤딘들이 이전처럼 산 속 고지대로 후퇴해서 흩어지는 것을 차단하고 아주 가두리로 계곡 바닥에 다 몰아넣고 몰살시켜버리겠다는 소리. 더 높은 고지대에도 공정 별동대가 강습을 감행해 아주 도망칠 길마저 막아세웠음.


이전과는 달리 철두철미하게도 작은 계곡마다 소규모 전선기지까지 일일이 박아가며 전진했는데, 그만큼 퇴로 하나 주지 않고 철저히 박멸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까지 내비치는 작전이었음. 그렇게 소련군은 다시금 판지시르 계곡 전체를 장악하고 마수드의 병력에게 괴멸적인 타격을 가했음.


그러나 소련군의 피해도 결코 작지는 않았으니. 곳곳에서 사전에 준비된 매복과 지뢰밭을 맞닥뜨린 소련군 또한 참혹한 피해를 입으며 악전고투했음.


그렇게 8일 간의 혈전 끝에 4월 30일이 되자 소련군에게도 끔찍한 손실이 계산서가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음. 하자라 계곡에서는 소련군 기계화 보병 1개 대대가 매복에 걸려 통째로 전멸당하기도 했음.


이렇게까지나 대대적으로 준비해서 밀어붙였음에도 작전은 기대했던 완벽한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음. 어찌됐건 초기에는 작전의 성공을 축하하며 아프간 대통령 바브락 카말이 직접 판지시르를 방문하기도 하는 쇼까지 펼쳤음. 마수드는 다시 한번 생사불명이었고 판지시르의 저항세력은 완전히 격파된 것으로 보였으니까. 그렇게 한동안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모두가 생각했음.



viewimage.php?id=3abcc2&no=24b0d769e1d32ca73deb87fa11d02831de04ca5aee4f7f339edb1c2bdb417832d3228e7936e3563a933133ab65b53e1517331f886a30c805c513e7d32d9702


HEAR ME ROAR!



마수드가 다시금 불사신처럼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 이번에 나타난 무자헤딘들은 소련군이 바로 그들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계곡의 지류마다 박아놓았던 소규모 전초기지들을 향해 공격을 반복함. 소련군의 초토화 전술의 약점이 드러나버린 것임.


계곡 지류마다 박힌 소규모 전초기지들은 패퇴하는 무자헤딘들의 퇴로를 막기에는 좋았지만, 반대로 주 통로와 시가지에서는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따로따로 서 있는 외로운 성이었음. 무자헤딘들에게 포위당하기 딱 좋은 상태였던 거임.


다시 소련군과 정부군이 피를 보기 시작했음. 외딴 곳에 떨어진 작은 기지들부터 하나하나 떨어지기 시작하고, 주요 시가지에 배치된 주력부대에게는 절박하게 구원을 요청하는 단말마만이 날아들 뿐.



viewimage.php?id=3abcc2&no=24b0d769e1d32ca73deb87fa11d02831de04ca5aee4f7f339edb1c2bdb417832d3228e7936e3563a933133ab65b53e1517331f8a6a389950c447b2d32d9702



동년 9월. 마침내 지속되는 공격을 버티지 못한 소련군 및 아프간 정부군은 다시 한번 판지시르 계곡에서 철수하게 됨. 이전과는 달리 계곡 내 주요 시가지에 상당한 병력을 남기고 가긴 했지만 이전과 상황은 마찬가지였음. 고지대로부터 끝없이 달려드는 유령과도 같은 무자헤딘들과 잔뜩 성난 주민들 사이에 갇힌 외로운 성.


이 7차 공세로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이름은 적어도 판지시르 내에서는 이제 더는 전설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어떤 신화의 영역에 다다르게 됨. 결코 정복되지 않는 사자의 계곡.



viewimage.php?id=3abcc2&no=24b0d769e1d32ca73deb87fa11d02831de04ca5aee4f7f339edb1c2bdb417832d3228e7936e3563a933133ab65b53e1517331fdb6f64ce079112b2d32d9702


아프가니스탄 그 어느 곳도 이 정도나 되는 대군세의 공세를 연거푸 맞이해낸 곳이 없었음.

그토록 커다란 역경을 딛고 그와 같은 위업을 성취해낸 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