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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창 전투식량 붐이 불 때, 이 풀지 못하는 욕구를 어찌해야하나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음.

MRE를 구매하자니 가격이 창렬 그 자체고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나, 유통기한이 지나서 설사를 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있었음.




2.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전투식량 관련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은 역사적인 전투 시 병사(또는 장교)들이 먹은 식사를 소개해주고 있었음.


그 책에서는 여러 요리법을 소개하였으나 대체로 병사는 저급한 식사에 미각을 무시할 정도로 노맛인 음식들을 먹었으며, 장교는 그나마 먹을만한 음식들을 먹었음.




3. 본인은 오히려 병사의 식사에 더욱 이끌렸음. 아직도 그 책에서 떠오르는 문구가 있음.

"그 병사는 요리도구를 챙기고 요리를 준비합니다. 바위와 부딪혀도 깨지지 않을 크래커(건빵)와 약간의 말라 비틀어진 채소, 염장고기로 이루어진 만찬."





4. 본인은 2일 동안 자체 "전투'를 진행하며 식사추진을 하기로 결정했음. 전투를 진행하기 위해 아래의 물품들을 구매했었음.

(1) 건빵 2Kg 4,500원
(2) 커클랜드 베이컨 454g 8200원
(3) 우유가루 500g 2400원
(4) 집 곳간에 모셔져있는 보리 및 쌀
(5) 부엌에 있는 소금, 후추, 설탕


따지고보면 약 15000원 정도에 6끼를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의 식사법이었음.

단 그대로 실행하기에는 무서웠기에 2개의 비타민알약과 2개의 유산균영양제를 먹기로 했음.

염장 고기를 구할 수 없기에 미리 금요일날 베이컨들을 굵은소금에 절여놓았음. 엄마한테 뭐하는 짓이냐면서 맞을 뻔 함.






5. 시간은 토요일, 일요일로 잡고 토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시작했음. 식단별 소감은 아래와 같음.





6. 1일차 아침 - 건빵
아침에 일어나고서는 다소 입맛이 없어 그저 컴퓨터를 하며 건빵조각을 입에 우겨넣었음. 처음에는 밀의 단맛이 느껴졌으나 이내 입이 쩍쩍 말라가며 고통스러워졌음.
다행히 우유 가루를 탄 물과 함께 먹어서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음.




7. 1일차 점심 - 곡물베이컨죽
큰 반합을 준비했음.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먼저 물을 끓이고, 그곳에다가 생 쌀과 보리를 조금 넣고 죽처럼 만들기 시작했음. 어느정도 곡물이 익자 맛을 봤고 정말 아무 맛도 없는(솔직히 말하면 곡물의 단맛이 아주 약간 나는) 환자식을 먹는 느낌이었음.

이후 반합을 놓고 베이컨을 그릇에다가 살짝 털어 소금을 떼어내고 잘게 칩처럼 잘라 반합에 쏟아넣었음.

베이컨 기름의 짭짤한 맛, 고소한 곡물이 어우러진 맛있는 맛이 날 줄 알았으나 그냥 고기 들어간 부분은 짜고 나머지는 싱거운 미친 괴식이 탄생함.

그래도 못 먹을 것은 아니라 다 먹었음.




8. 1일차 저녁 - 건빵 우유죽
점심 때 사용한 반합을 다시 사용했음. 이번엔 꽤 간단하게 물을 끓이고, 우유 가루를 넣고, 건빵을 넣고, 소금과 설탕, 후추를 넣어 마무리 하였음.

비쥬얼은 퉁퉁 불어터진 겐지스강을 보는 것 같았지만 의외로 맛은 크게 나쁘지 않았음.

우유 가루의 고소함과 건빵의 은은한 맛이 합쳐져 생각보다 꽤 본격적인 맛이 났음.

다만 어디까지나 그렇다는 이야기고, 먹다가 너무 심심해서 반찬좀 곁들이자는 생각에 베이컨을 한입 먹었다가 너무 짜서 뱉었음.






9. 2일차 아침 - 곡물후추죽
물을 끓이고, 쌀과 보리를 넣고, 후추를 꽤 본격적으로 넣은 후 어느정도 죽이 되었다싶으면 아주 약간의 염장고기를 넣어 간을 맞추면 되는 간단한 요리임.
사실 말이 좋아 베이컨이지, 먹을 때 마다 해당 부분만 극한의 짠맛을 보여줬기에 아주 약간을 넣었음에도 후추+짠맛이 먹는 내내 날 괴롭혔음.
그래도 먹을 만은 해서 다 먹었음.





10. 2일차 점심 - 염장베이컨기름죽(?)
뭘 잘못했는지 몰라도 코스트코 베이컨은 소금 그 자체가 되어있었고,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소금을 살짝 털어내고 먹었던 경험들은 소금알갱이를 씹으며 스탈린그라드를 버티어냈던 붉은 소련혁명가들이 생각날 정도였음.

그렇기에 생각을 바꾸었음.

염장베이컨을 물로 씻어버리는 생각이었음.

결과는 대성공이었음. 짜 터질 것 같은 베이컨은 그나마 덜 짠 맛이 되었고 이를 통해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음.


먼저 반합에 물을 끓이고 쌀, 보리를 넣어 익을 때 까지 더욱 끓였음. 이후 어느정도 죽이 되려는 시점에 건빵을 넣어 고소한 맛을 늘리고자 하였음.
이후 후라이팬에서 베이컨 5장 정도를 볶아, 기름을 추출해내었고 이를 그대로 반합에 쏟아부어 염장베이컨기름죽을 만들어냈음.

사실 이건 러시아 전통요리인 투숑카(?)를 흉내내려고 만든것이었고 굉장히 짜고 기름지고 느끼한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음.

이 음식의 특징은 식을수록 하얀 기름이 생기며 점점 반합 내의 내용물이 굳어간다는(...) 것 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운 베이컨과 함께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음.





11. 2일차 저녁 - 건빵 베이컨 우유죽

남은 재료들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다 때려붇기로 했음.
사실 이 시점에서도 음식은 다 소비할 수 없었는데, 베이컨은 사실상 너무 짜서 이때까지 150g 정도를 소비한 것이 다였고. 우유 가루도 별반 다를 바 없었음.


먼저 반합의 물을 끓이고 우유가루를 살살 뿌려주었음. 건빵 3~4개 정도를 넣어 어느정도 점도를 생기게 한 후 후추를 살살 뿌리고, 건빵을 10~12개 더 넣은 후, 베이컨 한장을 구워 건빵우유죽 위에 살포시 얹음으로서 완성시켰음.

맛은 우유 가루 맛+건빵 불어터진 맛+베이컨 기름의 짜고 고소한 맛 이었음. 무슨 말이냐면 정말 안어울리는 맛이라고 할 수 있었음.








12. 후기
다음날 치킨을 시켜먹었으나 의외로 나쁜 경험은 아니었음. 죽은 위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염장고기는 맛이 없지만 그래도 고기는 고기다 라는 것도 알 수 있었음.

군붕이들도 츄라이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