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이러한 기여가 한국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심지어 일각에선 소련의 역할을 폄하하고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그 이면엔 연합국의 원조, 특히 미국의 ‘렌드-리스(Lend-Lease)’ 프로그램에 따른 물자 원조가 소련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냉전 시기 일부 보수 냉전사가들에 의해 유포된 이런 견해는 명백히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렌드리스가 물자 보급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화된 것은 승부가 소련으로 기운 43년 겨울 이후의 일이다. 렌드리스로 보급된 장비 중 소련군에 큰 도움이 된 물품은 지프나 트럭과 같은 수송 수단이었다. 이런 장비는 기동력이 약한 소련군 보병의 기동화에 크게 기여했다. 렌드리스가 본격화된 뒤 벌어진 바그라티온 공세에서 차량화되고 기계화된 소련군 보병부대는 소련 육군의 자랑인 전차부대와 함께 전쟁 초 독일군의 장기이던 ‘전격전’을 역으로 적용해 대성공시켰고 나치에 사상 최대의 참패를 안긴 것이다.

이처럼 독일의 패배를 앞당겼다는 점에서 렌드리스의 의미와 기여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렌드리스가 없었어도 - 심지어 소련 혼자 싸웠다 해도- 소련이 궁극적으로 승리했으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소비에트 연방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며, 그 승리의 이면에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진 수많은 소련 국민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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