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과 그의 대사관 동료들은 금요일부터 공관에 있는 모든 기밀문서와 집기를 처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입수한 내부문서에는 직원들에게 소각기와 분쇄기 거기에 필요하다면 ‘깡통에 모조리 쏟아 넣고 불을 붙여서라도’ 민감한 내부문서들을 소각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이 지침은 또한 ‘성조기 혹은 적의 프로파간다에 오용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물건들 또한 철저히 파괴할 것’을 강조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윌슨은 직원들이 모든 작업을 완료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상사인 오스틴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이제 더는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카불 시각으로 토요일 저녁, 가니와 블린컨은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다. 블린컨은 수도에서 적과 전투를 벌이게 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싶어했다. 이를 위해 그가 제시한 것은 미국이 중계하는 탈레반과 정부군 사이의 협상이었다. 정부측 인사들이 순순히 자리를 내놓고 다가올 탈레반으로의 평화로운 정권이양이 가능하다면 그동안 도시 바깥에 적을 붙들어놓을 수 있을 터였다. 미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일차적인 협상의 목표는 보다 포용적인 과도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추가 협상의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잘만 풀리면 새로 태어날 정부는 탈레반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정파의 인물들도 포괄하게 될 것이었다.  
 

대통령은 협상안에 마지못해 동의했다.  
 

불안정하기는 해도 아직까지는 평화로운 정치적 이양의 길이 열려있는 것처럼 보였다. - 지난 시절 반복되었던 폭력적인 정권의 전복이 아닌 협상의 길이. 
 
 



함락.
 

일요일 아침, 막 잠에서 깨어난 카불이 받아든 소식은 불길하기 그지없었다. 밤 사이 잘랄라바드가 무너졌고, 카불은 꼼짝없이 고립된 상태였다. 시가지의 많은 상점들이 문을 열지 않았고 시민들은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서 집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함락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인식은 희미했다. 
 

전 인권 운동가인 네이더 네이드리(Nader Nadery)는 그날 아침 탈레반과의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로 날아가고 있었다. 탈레반 전사들이 카불 지척까지 밀려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외교를 통해 탈레반이 전국을 완전히 장악했던 1990년대 암흑기의 재래를 피할 수 있으리라고 그는 믿었다. 
 

로터리를 돌아 공항 입구로 접어들었을 무렵, 공항 검문소를 경비하던 경관 한 명이 차창을 내렸다. 곧바로 그를 알아본 경관의 모습에서는 지친 기색이 드러나 보였다. 
 

“그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어요.” 네이드리는 그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치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듯 보였고, 내게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죠. 그러면서도 ‘도하로 가는 길이시군요. 부디 평화를 가져다주십시오. 어떻게든 길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카불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음에도 미로같이 꼬인 방폭벽에 둘러싸여 도시의 다른 부분들과 철저히 단절되어있던 대통령궁에서도 아침은 찾아왔다.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침이었다. 
 

그러나 평소답지 않은 회의가 소집되었다. 전직 아프가니스탄 관리에 따르면,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져버린 것으로 보이는 몇몇 고위 관료들이 가니와 다른 이들을 긴급히 대피시킬 계획에 대해 물어왔다고 한다. 대통령의 개인 보좌관은 자신조차 그런 계획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다고 답했다. 기존의 정부는 미군이 모두 철수하게 되는 8월 31일까지 정상적으로 존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것이 지난밤 가니가 성사한 협상의 성과라 보좌관은 말했다. 
 

“그때까지도 그렇게 불안하지만은 않았어요. 미군과 영국군 병사들이 여전히 남아있었고 다들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었으니까요.” 대통령궁의 선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였던 28세의 마르야 마틴은 그렇게 회상했다. 
 

그날 늦은 아침, 그녀는 일터로 향하기 위해 방탄차량에 올라 카불 시내를 가로지르던 중이었다.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먼저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허둥지둥 귀갓길을 서두르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이었다. 그러고선 이미 문을 열고 있던 상점들이 모두 가게 문을 내려버리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이 곳곳에서 혼란에 빠져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도시의 중심 대로에 탈레반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마침내 전투가 목전에 다가왔다는 생각에 주민들 모두가 겁에 질려있었다.  
 

“무슨 공포영화 같았죠.” 그녀가 말했다. “마치 그 안에 뛰어든 것만 같았어요.” 
 




같은 시각, 대통령궁에서도 고요한 아침의 환상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대부분의 직원들은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관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수석 보좌관이 대통령에게 탈레반 진입 소식을 알린 것이 바로 이때라고 한다. 그는 가니에게 탈레반 전사들이 그를 찾기 위해 온 도시를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탈레반은 그 시점에서 비록 일부 부대가 도시의 주도로로 진입해 보안군이 후퇴한 검문소들을 장악하긴 했어도, 대부분은 여전히 카불 외곽에 대기 중이었다고 후에 공표했다. 도시를 폭력적으로 접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이다.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위한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탈레반은 자신들이 그 협상을 존중하려 했다고 강변한다. 
 

가니에게 전달된 소식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대통령은 가장 가까운 참모들만을 불러 그의 계획을 밝혔다.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한 고문의 증언에 따르면, 대통령이 참모들로부터 전해 받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지금 떠나지 않으시면 운이 좋아 탈레반의 손에 죽지 않아도 대통령궁을 지키는 경비들 손에 죽게 되실 겁니다.” 
 

여기서 탈레반이 카불을 마지막으로 정복했던 1996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면, 당시 승리를 거두었던 전사들은 소련의 지원을 받고 있던 대통령을 찾아 그의 내장을 도려내고서 가로등에 매달아 전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 가니는 도주에 동의했다. 
 

대통령은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어했지만, 참모들은 시간이 없다며 그를 몰아세웠다. 정오에 접어들었을 무렵, 플라스틱 샌들과 얇은 코트만을 걸친 대통령은 영부인과 극소수의 참모들만을 이끌고서 군용헬기에 몸을 실었다. 
 




대통령과 함께 도주한 한 고위 관계자는 카불 북쪽에 펼쳐진 거대한 산맥인 힌두쿠시가 창밖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결국 그들이 도착한 곳은 우즈베키스탄이었다. 그곳에서 일행은 다시 한번 아랍에미리트행 소형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니의 야반도주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대부분의 직원들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대통령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통령실은 휑하니 비어 있었다. 
 

수차례 주어진 해명의 기회에도 입을 다물고 있던 그는 뒷날 페이스북에 “조국을 피바다에서 구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변명을 게시함으로써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라고는 “그대로 살해당하느냐 아니면 지난 20년 동안 모든 것을 바쳐왔던 사랑하는 조국을 떠나느냐”하는 둘 중 한 가지뿐이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두 명의 부통령을 포함한 정부 고위층 대부분에게도 자신의 사임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미국조차도 그의 도주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지도자 때문에 미 정부는 온갖 뜬소문과 미디어로부터의 공격에 시달렸다. 
 

가니가 떠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일부 아프간 고위 관료들은 계속해서 대통령궁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오후 어느 시점에 접어들자 가니의 비서실마저 침묵에 빠져들었다. 
 

곧 뒤에 남겨진 관료들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눈치채고 말았다. 그날 저녁 공항은 어떻게든 민항기에 몸을 실으려 무작정 달려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국회의장을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파키스탄으로 빠져나갔다. 비스밀라 칸 모하마디 국방장관은 아랍에미리트로 향하는 군용기에 탑승했고, 가니의 제2 부통령이었던 사르와르 대니시와 아프가니스탄 정보부 수장 아마드 지아 사라즈도 국외로 도피해버렸다. 
 

모두가 그렇게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전 탈레반 출신으로 지난날 탈레반에 대해 강경발언을 이어왔던 하지 장관은 원래 탑승하려던 비행편이 결항되면서 탈출로를 잃어버렸다. 그는 결국 옛 전우들이자 지금은 적이 된 탈레반들이 변절자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도시로 터덜터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안전한 곳에 도착한 후에도 대통령과 그 일행들은 여전히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던 고위 관료들의 외침을 외면했다. 지난날 그와 긴밀히 협력하며 국정을 운영해왔던 측근들조차도 이러한 처사에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관료들은 가니가 그들을 죽게 내던져버렸다고 생각했다.


요약 :


1. 미국은 일이 글러버리자 황급히 빤쓰런 계획을 세웠다. 함락 하루 전에.


2. 미국이 내세운 협상안은 사실상 시간벌기용이었다. 잘 되면 포용적이고 평화로운 정권이양이라지만 아프간 정부의 누가 그런 약속을 믿을 수 있었을까. 무책임에도 정도가 있다.


3. 함락 당일 가니는 이미 패닉에 빠져 잘못된 정보에 놀아났다. 결과는 희대의 빤쓰런.


4. 정부수장이 아무런 인수인계도 없이 실종되어버리자 마침내 도미노가 무너졌다. 누구도 바로잡을 생각 없이 혼란 속에 정부 고관들이 너도나도 도망쳐버렸다.


5. 결국 미국의 황당할 정도의 낙관적이던 상황파악과 막판의 미칠 듯한 무책임함이 가니의 병신성과 콜라보를 일으켜 인구 500만의 도시를 하루 만에 적의 손에 넘겨주는 결과를 만들었다.


6. 탈레반은 한 게 없다. 얘네는 진짜 미국의 협상안을 믿고서 도시 밖에서 놀고 있었다. 아이고 탈붕이들아...





??? :  정권이양 해준다매? 이양해준다던 새끼들 다 어데갔노?????





이제는 뭐했노도 묻기 질린다. 도대체 이딴 식으로 할 거면 왜 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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