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밀덕후여서 중딩때부터 장교가 꿈이였음.

하지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는 아니였고 추상적인, 두루뭉술한 수준이였음.

장교가 꿈이라면서 장교가 될 수 있는 방법도 잘 모르고, 사관학교에 가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정도 ㅇㅇ

애초에 장래 희망을 장교라고 친것도, 당시 내 기준에서 제일 뽀대나는 직업이였던것뿐임.

어른이 되고 취직해서 직업을 갖는건 먼 미래의 일이였으니까.

그러다가 고딩쯤되서 입시 준비를 하면서 상담을 하다가 ROTC라는 제도를 알게되고

적당한 대학에 성적 맞춰서 가서, 조기선발하는 1학년때 학군단 선발 필기 시험을 쳤음.

나름 5대 1 정도로 경쟁율이 있었는데

운빨 뽀록이였는지, 아니면 다른 지원자들이 간절하게 지원한게 아니라서 수준이 낮았던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별 노력도 안했는데 덜컥 붙어버렸음.
(ROTC 선발 문제집 사놓고 한문제도 안풀어봤는데 걍 붙음;;)

그리고 적당히 준비해서 체력 검정, 면접을 봤는데 그것들도 붙어버림.

이러고 나니까, 근자감에 가득차서 나는 장교 될거다~ 하고 군뽕에 차서 적당히 학교생활하다가

3학년이 되서 학군단 입단하고 군사 훈련을 받는데

밀덕후 답게 관심이 있는 분야만 열심히 해서 성적이 잘 나오고 관심없는 분야는 대충해서 중하위권 성적으로 임관하게 됨.

초군반도 마찬가지로 관심이 있는 분야만 열심히 하고 관심없는 분야는 대충함.

그렇게 근자감에 가득차서 자대로 왔는데

나는 군대에 대해서 환상을 지나치게 품고 있었다는걸 여실히 깨닫게 됨.

일개 초급 장교로써는, 고작 일반 알보병 야전부대는

밀덕후가 좋아할법한 군사적 지식이나 전술적 운용 같은게 전혀 필요가 없음.

맨날 하고 또 하는 부대정비 작업이나 쓸데없는 행정을 위한 행정 작업, 병사들 신상관리 업무가 주 컨텐츠...

즉, 내가 "전혀 관심없는" 부분만 모여있는게 실무였던 것임.

그러다보니 몇달만에 의지고 흥미고 싹 잃어버리고 억지로 의욕없이 대충대충 군생활했더니

동기들에 비해서 평정, 표창, 자격증, 체력 다 후달리게 됨.

여기서 제일 현타오는게

진심으로 장교를 원하고, 애국심, 군인정신이 있다면

관심없는 업무라도 열심히, 우수하게 일해서

내가 원하는 분야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책과 부대로 가려고 했을텐데

"나 있는 부대는 개판이야"

"내가 하는 보직은 완전 쓰레기 보직이야"

하는 핑계로 대충 뭉개고 지냈다는거임...

일단 연장복무 신청은 넣어놨지만 붙을거라는 기대는 안함...

중고등학교, 대학 내내 장교한다는 생각만 하고 지내와서 전역하고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