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인터내셔널 시큐리티에 흥미로운 논문 하나가 올라온 적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국제정치학자들은 평판(Reputation)이 동맹에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간주합니다. 아주 간단히 생각해서, 위기 상황에 어떤 동맹을 통수치면 당연히 신뢰성을 조져먹게 되고 그에 따라 다른 동맹들도 불신감을 가지고 막상 필요할 때 당사국에 도움을 안 주지 않겠습니까? 그러한 동맹의 상호의존성(Alliance Interdependence) 때문에 위기 상황시 정책결정자는 동맹에 충성(Loyalty)을 보여줘 평판을 얻고자 노력합니다.


물론 그러한 평판과 동맹의 행동이 별 상관 없다고 주장하는 평판 회의론자들도 있긴 한데 제가 그 사람들 저작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뭐라 설명을 못하겠네요. 여튼 논문 이야기로 돌아와서, 저자는 그러한 충성과 평판보다는 동맹의 신뢰도(Reliability)가 동맹이론에서 더 핵심적인 문제라고 말합니다. 논문에서는 1차 대만 해협 위기에 대한 사례분석을 하면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중화민국에 대한 충성을 보여준 것과는 별개로, 타 동맹국들은 연루되기 싫어 오히려 미국의 불충성을 부추겼다고 말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왜냐면 중화민국의 위기는 중화민국의 위기지 해당 동맹국들 자신의 이익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동맹 상호의존성과 그 평판을 생각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국가는 오히려 타 동맹을 원치 않은 분쟁에 휘말리게 하기 마련이고, 그 결과 오히려 동맹의 견고성을 약화시킨다는 겁니다.


그럼 국가가 적극적인 충성 대신 동맹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동맹의 이익이 자국의 이익에 합치되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길 바란다는 겁니다. 너무 소극적이어서 필요할 때 방관하거나, 적극적이어서 타 분쟁에 연루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유도리 있게 자기랑 같이 발 맞출 수 있는 그러한 동맹을 바란다는 거죠.



생각해보면 되게 당연한 말 같긴 한데, 어쨌든 양안전쟁 발발시 우리가 돕는다, 돕지 않는다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까 문득 생각나서 써봤읍니다. 아마 작년 인터내셔널 시큐리티 봄호에 있을테니 찾아서 읽어보실 분은 읽어보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