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북한의 수도가 어디겠습니까?"
김상훈수병의 후임 하나가 콧김을 벌름거리며 물어왔다. 전투배치가 예정된 위험지역 진입까지 고작 30분, 그 사이 항해당직에 재수도 없이 딱 걸려버린 김상훈수병은, 함께 윙브릿지에 올라 있는 후임의 텐션에 맞춰 줄 힘이 없었다.
"북한의 수도는 평양 아니겠습니까? 평양하면 평양냉면! 크아, 아무리 위험해도 외출은 시켜주겠지말입니다. 살아서 본고장 냉면을 먹어볼 수 있다니, 진짜 꿈만같습니다."
그렇다. 그는 유명한 냉면빌런이었다. 지난 봄, 그와 함께 나간 외출에서 그의 완강한 고집을 꺾지 못하고, 아직 이른 초봄의 추위 속에 벌벌 떨며 냉면을 씹었던 기억이, 김상훈수병의 잊혀졌던 고난사에서 툭 튀어올랐다.
"에이 썅, 넌 이 상황에 와서도 냉면타령이냐?"
"냉면은 완벽한 음식입니다."
"조리병한테 냉면 해 달라고는 왜 안하냐?"
"오...!"
"아 지랄, 진짜 해봐라. 그날 저녁에 바다에 버려지는 건 짬이 아니라 니가 될 거다."
문득 김상훈수병은 바다의 어색한 고요함을 깨닫고 깨끗한 수평선을 스윽 훑어보았다.
"김상훈수뱀! 듣고 계십니까?"
"야, 오늘 짱깨 어선이 없다?"
"그야 자기네 뒤 봐주던 북괴새끼들이 뒤졌으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렇겠지?"
그렇다고 이렇게 깨끗하게 사라져버릴 수 있는 건가? 그런 의문이 김상훈수병의 머릿속에서 뭉게뭉에 피어오르고 있었다.
[알림! 현 시각, 위험수역에 진입하였음. 총원 실전 전투배치! 이상, 함장 명 당직사관.]
해군에서 전투배치라 하면 으레 울려대는 [대앵-대앵-]하는 부저 알림은 없었다. 가쁘게 뛰어다니는 발소리도 없었다. 이미 총원이 숙지하고 있던, 예정된 전투배치상황이었으므로, 대원들은 미리 각자의 전투배치 장소에 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사이로 무겁지만 상기된,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좌현 강감찬함과의 거리, 이천!"
"좋아."
"우현 제주함과의 거리, 이천!"
"좋아."
CIC(전투정보실)의 분위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함장이 그 사이에서 약간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통일이 되긴 했나 보네. 저 제주함이 작전에 투입 될 정도면."
CIC의 대원들은 다들 소리죽여 키득댔다. 88년에 진수되어 낡기도 했거니와, 건함기술이 한참 부족하던 시기의 작품이라, 출동만 나갔다하면 엔진이 퍼져서 비실비실 입항하기 일쑤인, 그야말로 '똥배'가 바로 울산급FF들이었고, 그 중 함령이 오래된 제주함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그들의 배 역시 제주함이 퍼져서 급하게 대타 뛰러 나간 일이 몇 번 있었기에, 제주함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못했더랬다.
"포술장."
"네 선배님."
"알아봤나?"
"지혁이한테 통화해 보긴 했습니다만, 정확한 이야기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것 같았습니다."
"지혁이면 합참 부속실 근무하고 있지?"
"네, 자기 입으로는 말하기힘든 건지, 9함대 쪽에 알아보라고 넌지시 말은 하더군요."
"9함대에선 뭐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군."
함장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관자놀이를 문지르다가 전대통신망을 통해 강감찬함에 승조 중인 전대장에게 교신을 보냈다. 함장은 링스헬기를 사용한 정찰작전을 건의했고, 전대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잠시 뒤, CIC의 전투상황판에 해상작전헬기의 마커가 하나 떠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바였지만, 역시 통일은 우리만의 일로 끝나진 않을 모양인가 보네."
"그렇겠죠."
함장과 포술장이 앞을 응시한 채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이야기라기 보다는 독립적인 독백에 가까운 언어였다.
의무병은 저 멀리 날아가는 헬기를 망원경으로 응시했다.
"와, 저런 거 날리는 게 진짜 배지. 우리 배는 뭐냐? 맨날 청수 터져서 샤워도 제때 못하고."
회색 방탄모와 붉은 카포크, 그리고 파란 당가리 바지를 갖춰 입은 견시병들은 넋을 놓고 헬기의 규칙적인 로터소음과 그 회백색 자태를 감상하고 있었지만, 사실 조금 전까지 이들은 우현에 보이는 북한 땅의 꾀죄죄한 꼴에 혀를 차고 있었다. 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던 북한의 산하는, 나무조차 듬성듬성한 척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야, 저거 남포 아니냐?"
"저거? 오, 진짜 뭐가 있네?"
"병신나라라도 항구는 그래도 구색을 갖춰 놨구나?"
"병신나라라니, 말이 심하네. 불법점거단체지."
"씨바,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어?"
망원경에 눈을 붙이고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의문사를 뱉었다. 남포항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접안시설에서 뭔가 '반짝'하더니, 긴 꼬리를 달고 공중의 헬기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어어!!"
"우현견시보고! 방위.. 방위.. 에이씨! 해안에서 헬기로 미사일이 날아가는 중!"
-계속
헬기(였던것) - 시진핑김정은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