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알람이 울리자 전 예비역 공군 소령 김군붕은 슬쩍 마누라 옆자리에서 눈을 떴다

이제 2년째 백수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그는 마누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슬며시 일어나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성공했다

어릴적부터 꿔 오던, 하늘만큼이나 너른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장기복무 요청을 뿌리치고 의무복무기간을 마치고 당당하게 나온 사회... 그러나 찾아온 코로나 시국은 그를 실직 2년차 실업자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중위 시절 친구의 소개로 만난 시향의 소프라노였던 아내는 그의 앞에서 참 수줍은 목련꽃 같았었다

시향 연주에 맞춰 프랑스 노래 종달새를 부르는 모습은 남중 남고 공사테크를 타 여자의 ㅇ도 모르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이제는 쪼달리는 살림살이를 위해 학습지 교사나 하면서 남산같이 부푼 배를 끌어안고 제대로 눕지도 못한 채 겨우 눈만 붙이고 있는것을 보며 김군붕 소령은 눈물을 흘렸다

그런 아내를 위해 물류센터와 인력사무실 문을 두들겨 보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혹사해 버는 푼돈은 아내의 눈가에 더 짙은 눈물을 흘리게할 뿐이란걸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쿠팡에서 인센티브를 2만원이나 더 주어 호기롭게 치킨을 시킨 어느날 이었다

배달을 와 주섬주섬 단말기를 꺼내는 남자를 보고 김군붕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X전비 최군붕 소령...

한때 공사 동기로 공군참모총장 표창을 받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조종장교였었다

그덕분에 그보다 더 먼저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하늘길이 끊기는 바람에 무급휴가를 거쳐 정리해고를 당하게 될줄은 그 역시도 몰랐었다


이제는 정지를 앞둔 김군붕의 폰에는 며칠전부터 계속해서 다음과 같은 이상한 문자들이 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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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는 전역전에 잠깐 몰아본 적이 있어서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 너머 상담원은 다짜고짜 면접 날짜를 잡아주었다.

"그... 면접은 어디서 보는가요?"
"11월 17일 아침 7시에 댁 앞에 버스가 도착할거에요. 그걸 타시면 되세요."
"아니, 이력서도 안 썼는데 제 주소를 어떻게..."
"꼭 나오셔야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끊어진 알수없는 전화였지만 그래도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11월 17일 아침 6시에 눈을 뜬 그였던 것이다.

아침 7시 가 되자 정말 단지앞에 관광버스 한대가 멈춰섰다.

"어디로 가는거죠?"
"글쎄요... 저도 오늘 아침에 전화받고 나온거라.."

버스기사 역시 말을 얼버무리는 수상한 버스는 각 창문마다 선팅이 되어있어 도무지 밖을 내다볼수 없었다

그렇게 출발한 버스는 호법분기점을 벗어나 충주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낮 12시쯤에 브랜드를 알수 없는 햄버거를 하나씩 나눠 주었는데 우유가 나왔다는 점이 과거 기억을 불현듯 떠오르게 했지만 그래도 먹을 만 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버스는 어느 공터에 도착했다.

챡챡 소리를 내며 버스에 올라탄 빨간 모자의 군인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이들 하셨습니다 기사님은 이제 내리셔도 됩니다"

"무슨 소리에요 이 차 내찬데"

"내리라고!"

벼락같은 고함소리에 기사는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운전석에서 쫓겨났고

"개새끼들아! 문열어! 우리가 왜 진해로 온거야!"

하는 말을 남기다가 개머리판에 머리를 얻어맞고 좌석에 풀썩 몸을 부려놓은 앞자리의 남자가 그의 동기, 최군붕 소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김군붕은

그제서야 창밖에 어렴풋이 보이는 비석에 쓰인 글씨를 똑똑히 볼수 있었다

"해군의 출발점"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