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흔히들 사람들은 입영문화제를 생각하면
의장대의 멋있는 공연과 군가 진짜사나이, 그리고 어머니와의 이별을 앞두고 올리는 큰절 등을 생각할 것이다.

공익이라고? 고멘네.

그러나 이미 입대를 해본 적이 있는 예비역이라는 이유로 대부분이 생략된 그들 앞에는 대검을 착검한 소총으로 무장한 ADI들이 앞서 말한 것들을 대신하고 있었다
면접을 위한 정장 차림으로 이곳에 도착한 그들의 앞에는 나프탈렌 냄새가 풀풀 풍기는 개구리 전투복이 던져졌다

근처를 지나가는 수병들이 입은 산뜻한 회색빛 전투복과 자신들이 입어야 할 개구리전투복을 번갈아보는 그들의 표정에서는 낭패와 허탈함만이 묻어나고 있었다.

"야이 개새끼들아! 우리를 집에 돌려보내줘! 유흥업소에 팔려 온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옳소! 경찰을 부른다!"

"예비역은 민원 못 넣을줄 알아!"

그중에서 방금전 머리를 얻어맞은 최군붕이 한풀이라도 하듯 악을 쓰기 시작했다.

"난 이대로 못 넘어가! 언론이고 국민신문고고 싹 다 고발 할거야! 사람을 때리다니, 막 입대한 수병도 이렇게는 안 대해!"

"맞다! 이건 인권유린이다!"

"제독 아무나 나와라!"

"그 총들 부터 치워! 여기가 북한이냐?"

그러자 이들을 지켜보던 DI들이 수군거리더니 몇명이 병사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거둔 작은 승리에 연병장에 선 그들은 자신들의 예전 계급들도 잊고 마치 조교를 말싸움으로 이긴 훈련병들처럼 뿌듯함에 신나 떠들기 시작했다.

"와 말 잘하시네요 몇기세요?"
"저 공사 XX기요"
"어 제 선배님이시네요 필승!"
"에이 필승은 무슨... 근데 후배야 경찰은 전화 안받아?"
"제가 아까 해봤는데 통화권 이탈이래요"
"아니 조금만 나가면 진해시내인데 무슨 통화권 이탈이야... 아, 그러고보니 그 쪽은 몇기세요?"
"저는 조종특기 XX기요"
"어 사실상 동기네요?"

그때 어둠속 병사에서 대위 계급을 단 교육중대장이 나타났다.

"총원 차렷!"
"지랄하고 자빠졌네!"

방금전 조종특기 출신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손군붕 예비역 소령이 중대장의 명령을 걸걸한 욕설로 받아쳤다.
전역 일주일만에 다시 끌려온 그는 분노로 빨개진 눈을 치켜뜨고 중대장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어이 대위 아저씨, 우리는 대부분이 대위 소령이야. 그리고 당신 몇살이야? 난 내일모레 40이야! 좆빠는 소리하지 말고 교육사령관을 불러와. 장교로 부려먹을거면 장교 대접을 해주던가, 아니면 가족과 통화라도 하게 해줘!"

곧이어 사람들의 아우성이 뒤를 이었다

"우리 딸이 지금 입원해 있어!"
"우리 마누라는 내일이 산달이야.."
"나 아버지 풍맞았는데 요양병원 못들어가서 도와주는 사람 없으면 굶어죽는데... 나랑 아버지 둘이 사는데..."
"안보내주면! 인권센터 알지? 거기다가 전화한다!"

그들은 다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이제 예비역이 되었지만 부대가 뒤집히던 예전 기억을 되살리기는 싫었던 것일까?

"사령관이든 제독이든 지휘관 불러와! 그렇지 않으면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맞다맞다! 자! 시위간에! 군가한다! 군가는 빨간마후라!"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그때 번개같이 날아든 ADI의 전투화가 손군붕 전 소령의 배를 걷어찼다.
한참을 밟고 차던 ADI는 목봉체조용 목봉을 번쩍들어 그걸로 마구 내리찍기 시작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제발 그만때려! 아 씨발 제발 그만! 그만때려!"

"그만."

중대장의 한마디가 그 처절한 구타를 끊더니 일장연설이 이어졌다.

"우리는 한국형 항공모함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지시를 상부로부터 하달받았다."

서류철을 넘겨다보던 중대장이 김군붕을 불렀다.

"김군붕 후보생."

"뭐?"

김군붕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중대장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급양병을 성희롱한 적이 있지?"

"뭔 헛소리 하는거야!"

어이없어하는 그였지만 불현듯 따오르는 일이 있었다. 이전에 급양병에게 "이렇게 음식을 잘해서 나중에 라면멕이고 그러겠다"며 서로 낄낄거렸던 적이 있었다.

"최군붕 후보생은 국가물품에 손을 대었던데..."

전역날 원채 바쁘다보니 깜빡하고 전투복 한벌을 더 챙겨온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식으로 어느새 후보생이 되어버린 이들의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하던 중대장은 마지막에는 엄포까지 놓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곳을 나간다고 하더라도 후보생들이 꿈꾸는 자리는 없을것이다. 우리가 이미 각 항공사마다 메일을 보내놓았기 때문이다.
제목이 뭔지 아나? ㅇㅇㅇ소령은 절대 귀사에 취업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씨발 개샊...!"

웅성대는 소리를 누르며 중대장은 다시 큰소리로

"이렇게 범죄자의 굴레를 쓰고 무능한 가장으로서 눈치밥이나 처먹고 살텐가!
아니면 국가공무원이자 대양해군의 일원으로 새롭게 역사를 써내려갈텐가!
선택은 여러분의 자유다! 자! 30초를 주겠다!"

김군붕은 묵묵히 자신의 앞에 놓여진 개구리전투복을 주워들었다.

오래되어 삭을대로 삭은 전투복에서 일어나는 먼지 때문인지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지이이익... 땡! 땡!

"총기상 15분 전!"

"아이 씨발놈들아... 그냥 05시 45분에 저벅가틀어주면 되지... 왜 일어나는 시간이랑 점호 시간이 틀려 씨발..."

김군붕은 파란색 이불을 개면서도 졸음을 깨기위해 연신 투덜거렸다.
나이가 40이 다 되어 그런지 요즘들어 다리에 쥐가 자주 났지만 여기서는 전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15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잠이 들어서는 안되었다
입소 두번째 날 아침, 최군붕 소령이 그사이를 견디지 못하고 깜빡 잠이 들었다가 막내동생/큰조카뻘인 30대 중사 ADI에게 매를 맞고 너무 서러워 울었던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눈앞에는 앞으로 그들이 가야할 한국형 항공모함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배치된다는 이야기는 떠돌았는데 결국 저기에 가야한다니 김군붕은 몸서리를 쳤다

"또 누가 오는 모양인데..."

병사 밖에서 들려오는 실랑이들을 보며 손군붕 예비역 소령이 중얼거렸다.

그중 유달리 몸부림을 치는 한명을 본 김군붕의 표정이 웃는것도 우는것도 아닌 표정으로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이름은 조군붕(57). 대령으로 군생활을 마치고 공사의 교관으로 근무하던 그에게 생도시절의 김군붕은 비행도중 얼을 탄다는 이유로 그에게 마구 두들겨맞았던 것이다.

그나마 뒤통수만 맞았던 그와 달리 그가 군생활을 하며 만났던 대대장과 전대장들마저도 그에게 발로 차여본적이 있다며 몸서리를 칠 정도로 악명 높았던 인물이었다.

이제는 손자 영어유치원 동요나 틀어주며 연금이나 축낸다던 그가 시니어 취로사업 링크를 잘못 클릭해 여기 오게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좀 후의 일이었다.

"교... 교관님!"

"....아니 김군붕이가 여긴 어떻게..."

그때 교육중대장이 그들의 관계를 바로잡아주었다.

"후보생! 여기 있는 조군붕 후보생은 김군붕 후보생의 후배이다! 사회에서는 어떤 위치였는지 알수 없지만 여기 있는 김군붕 후보생은 조군붕 후보생보다 더 전에 입대하였다!"

그걸 본 김군붕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진해에 온 뒤로 처음으로 짓는 웃는 표정이었다.

"야 이 씹새끼야... 차렷..."



해군 공군붕이 들의 많은 지적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