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과 같이 서슬퍼렇던 겨우내 기억을 뒤로 하고 이제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돋아난 꽃봉오리들마다 움틀 징조를 보이며 새 봄이 오는것을 알리고 있었다
이제는 초등학교로 새 현판을 해 단 소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엉성하게 대열을 맞추어 서있었다
그 뒤에는 한무리의 남녀 어른들이 아이들보다도 더 흐트러진 모습으로 하염없이 모여서 웅성이고 있었는데, 이들은 아이들을 위해 입학식을 겸하는 개학식 행사에 얼굴을 내민 학부모들이었다.

남자아이 한명이 몸을 부르르떨며 목을 한껏 움츠렸다. 기존보다 한달이나 더 앞당겨져 3월 늦겨울에 시작되는 운동장 개학식에 옛 소년단이 해산하고 빨간 스카프가 금지되면서 발갛게 언 목을 칼라사이로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겨우내 전쟁이 끝나고 자유가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른들은 해방의 그 참뜻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역앞에서 벌어지는 장마당 풍경도 아랫쪽에서 올라온 물건들이 강건너에서 온 물건들을 대신한 것을 빼면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군인들의 모습도 군복 색깔이 초록색으로 바뀌고 안경이 추가된것을 빼면 별반 다른것이 없었다
상학이 한달이나 더 빨리 시작될줄을 알았다면 그놈의 자유고 통일이고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괜히 꽃봉오리처럼 부풀었던 마음을 꺼뜨리며 입을 삐죽 내밀 뿐이었다

아이와 어른들의 목소리로 요동치던 운동장 분위기는 교장 휘하 교원들과 귀빈들의 등장으로 점차 잦아들어갔다.
지난날 지역당비서와 보위지도원, 인민반, 협동농장의 지배인이 앉았던 자리는 무슨 군청의 부군수니 지역교육청의 과장이니 무슨 계엄군 몇사단 몇연대의 연대장 아무개 대령 등 생경한 직책을 단 낯선 이들이 단상 뒤에 깔린 철제 접이식 의자에 앉아 차지하고 있었다
새롭게 뽑혀 온 선생들이 교사 내에서 나타나면서 입방아를 찧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어갔다.
조선옷 치마저고리와 인민복을 말쑥한 정장으로 대신한 이들은 각 반대로 나눈 대열앞에 서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어갈 수록 제 아이들의 담임선생 얼굴을 보려는 학부모들의 무리는 웅성이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이어서 이천이십삼년 삼월 이일 ㅇㅇ 초등학교 개학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의례가 있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 주시기 바랍니다."

군인 두어명이 교사에서 나타났다. 손에 상자를 든 군인 한명과 그렇지 않은 군인 한명이었다.
군인 한명이 게양대 끝 도르레줄에 깃발을 내어걸었다. 통일과 함께 새롭게 바뀐 깃발은 흰 바탕에 붉고 푸르게 두동강난 원과 막대들로 수놓아져 있었다.

"국기에 대하여 경례!"

군인 한명이 도르레 줄을 천천히 끌어올리자 깃발은 바람을 받아 나부끼기 시작했다
도르레를 올리지 않은 군인은 경례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깃발 끄트머리를 날리지 않았다

"애국가 제창."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합쳐져 운동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교원과 귀빈들의 또박또박한 목소리가 운동장을 울렸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조회대 옆에 발전차를 세우고 화면을 띄워 가사를 볼수 있게 해 놓았지만 새 국가가 생경한듯 아이들의 목소리는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어른들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국가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운동장에는 늦겨울 아침공기같이 썰렁한 고요만이 이를 대신하고 있었다




어린 혁명의 전사들이 잼민이가 되어가는 모습

소설 추가분이다

게양식에 사족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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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권은 깃발 끄트머리를 잡고있다가 게양과 동시에 위로 집어던지거든

대한민국에 온걸 환영한다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