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포사에서는 그 해 봄부터 호크 후속 무기체계인 국산 중거리 지대공 방공무기체계(M-SAM)에 대한 시험평가를 진행하게 되었고, 방포사령관은 필자를 그 시험평가 단장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몇 년 전에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항사단으로 가게 되었던 때와 느낌은 비슷했다. 시험평가 단장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당시에는 한직(閑職)이라고 생각했고, 과연 내가 가야 할 자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명령은 명령이다.



한국형 M(Medium)-SAM(Surface to Air Missile, 지대공 미사일)은 꽤 오래전부터 국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연구 및 개발을 해왔고, 그 해에 드디어 시험평가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방공포병 입장에서는 정말 오래된 호크(HAWK, 60년대에 미국에서 실전배치)를 대체하는 국산 무기를 갖게 된다는 것에 큰 희망을 갖고 있었다. (미 육군에서는 꽤 오래전에 호크를 도태시켰고, 미 해병대가 비교적 오랫동안 호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미 해병대도 호크를 도태시킨 상태였고, 우방국 몇 개국만 오래된 호크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운영상 애로사항중의 하나가 수리부속의 고갈이었다.)

시험평가단이 구성된 후, 자체 교육 및 향후 시험평가 계획을 수립하였고, 이어서 연구기관에서 대상 무기체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설명대로라면 패트리어트 급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가진 매우 훌륭한 무기체계였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을까?

무기체계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시혐평가 팀은 분야별로 인원을 나누어서 세부적인 시험평가(Test & Evaluation)에 들어갔다. 시험평가는 사격통제장비, 레이다, 발사대, 적재차량 등의 분야로 구분되어 실시되었는데, M-SAM은 우리 또는 우리 후배 장병들이 운영할 무기체계인 만큼 시험평가단 인원들은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시험평가 임무에 임하였다.

그런데 시험평가가 시작되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부터 연구기관 연구원(대부분 분야별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었다)들과 시험평가단 인원들 간에 견해 차이가 발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연구원들은 실무(전장 환경, 운영/정비 요원들의 애로사항 등)를 모른채 이론적으로만 접근하여 무기체계를 만들었고, 시험평가단의 장교와 부사관들은 무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던 것이다.

연구원들은 자기들이 석사, 박사 학위 소지자인데 너희들이 뭘 아느냐는 다소 권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시험평가단 인원들은 실무 차원에서 이런 무기라면 실제 작전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 냉정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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