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품은 종종 상용품보다 질이 낮은 경우도 있다. 사진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지혈대로 지급품이다.

◆ 현실을 좀 알고 정책결정을 내리자 

이렇게 상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이유로 거론되는 것이 '대군 불신 관행 개선'이다. 믿을 수 없는 제품을 안 쓰겠다는 말이다. 우리가 지급품을 쓰는 이유도 그것이 충분히 공식적으로 검증된 절차에 따라서 들어온 제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지급품이 상용품보다 질이 낮은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지급품이란 근본적으로 최저입찰자가 만들어서 납품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일례를 들자. 최근 우리군은 미군처럼 개인용 응급처치 키트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키트 가운데 중요한 것이 총상시에 출혈을 막기 위한 지혈대인데, 미군의 제품과 외양이 유사한 제품이 나왔다. 문제는 막상 현장에서 이 지혈대를 사용해보니 천이 그냥 끊어져 버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원들은 미제 구급키트를 사서 쓰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제품으로 목숨을 잃느니 사비를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것을 써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겠다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겠는가? 

물론 돈이 넘치는 군대가 아닌 한에야 최고의 제품만 쓸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걸고 가장 먼저 적진에 뛰어들고, 가장 나중에 적진에서 나오는 이들이라면 싼 가격보다는 좋은 성능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얼마 안 되는 자신의 봉급을 쪼개어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장비를 스스로 구매하는 초급간부들이 많다. 물론 '아직 결혼을 안해서', '애들이 학원비 들어갈 만큼 크지 않아서' 씀씀이의 여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일을 잘하기 위해서 변화를 주기 위한 일선의 노력을 막는 게 아니라 권장하는 행정은 필요하다. 


2017년 1월 14일자 양욱 아죠씨 컬럼
http://m.it.chosun.com/m/m_article.html?no=2829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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