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분명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체제/이념 배틀에서 소비에트가 패배하면서 시작된건 맞는데, 그 세부적인 진행은 단순히 체제나 이념의 싸움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아님.
80년대 고르바초프가 소련을 물려받을 시절까지 거슬러가서 이야기를 해야할텐데, 고르바초프가 물려받을 당시 소비에트 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특유의 비효율성과 더불어서 고유가 시대의 종말으로 기름값 꿀빨던게 끝장나고, 그걸로도 모자라 브레즈네프가 체제경쟁이랍시고 가오잡고 쎈척을 해댄 값을 치르느라고 씹창이 나버린 상태였다.
이 개판을 물려받은 고르바초프는 이대로는 안되니 개혁을 한다고 페레스트로이카라는 대규모 개혁을 질러버렸는데 문제가 여기서부터 시작됨. 이 급진 개혁이 소련의 실제 현실과 전혀 떨어져있었다는게 문제의 발단이다.
소련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실제 체제의 구현은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구현되어 운영되고 있었음. 러시아 국내의 세력은 물론이고, 그 밖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념과 사상을 실제로 실천하게 만드는건 아가리로 말만 해가지고서는 힘들었으니까. 물론 이걸 그냥 맨입으로 우격다짐으로만 한건 아니었고, 구성원들에게도 돌아가는게 있으니까 이 체제가 유지가 되고 있었던건데, 소비에트 연방이 사회주의 세력권의 중심축을 맡아서 구성원들의 교통정리를 해줘가며 경제를 굴려서 먹여살려줘가며 지탱하고 있었음. 뭐 당연하지만 권위주의에 의존한 사회주의 특성상 효율이 씹창이어서 생산성이 좆구리기는 했고 그게 문제가 심각하긴 했는데 어영부영 굴러가기는 했고 그래서 소련이 살아있었지.
고르바초프는 거기서 권위주의에 의한 폐해만 보고서 이걸 날려버리고 자유를 선사하면 위대하신 인민들의 의지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거라는 이상적인 생각으로 그동안 이어진 사회와 경제 전반에 걸친 권위주의적 통제를 한큐에 풀어준건데 당연하지만 이론과 달리 실전에서는 마구 꼴아박기 시작한다. 우선 그동안 브레즈네프 독트린으로 대표되는 소련의 강압에 두들겨 맞고 살던 공화국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음. 이 동네들은 상당수가 이런저런 이유들로 연방에 불만이 많았던 동네들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신에 힘으로 찍어눌러 덮어두고 있는 곳이 많았는데 그걸 대책없이 풀어줬거든. 경제 부문도 크게 실책을 해버리는데 기존 관치주의 계획경제구조를 해체해서 자유경제로 재구축하는 과정을 착실하게 거치지 않고서, 그냥 시장주의 경제요소'만' 즉석에서 바로 도입해버리면서 경제가 사회주의식 관치계획경제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는채로 시장주의 경제의 문제가 더 추가된, 사회주의도 시장주의도 아닌 양쪽의 문제점만 둘 다 가져온 기묘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제대로 된 민간자본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정부소유의 생산수단은 그대로 노멘클라투라들이 쥐고 있는 상황임에도 그 통제권은 놓아버렸거든. 이 뻘짓은 이후의 옐친 시절에 해소되긴 커녕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올리가르히로 이어지고, 그 뒤를 이어서 푸틴도 이걸 제대로 해결하기는 커녕 자기도 올리가르히 두들겨 패는 시늉만 하면서 실로비키들을 만들어서 현재의 러시아 꼬라지로 이어진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러시아만 이렇게 좆되는게 아니고 이런 개같은 상황이 소련 밑에 있던 나라들은 상당수가 이 꼬라지가 났음.
그래도 이게 처음부터 상황이 이렇게 좆같진 않았음. 당장 소련 망할때만 해도 그동안 쳐맞고 살면서 꼭지가 돌대로 돌아버린 빡친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면 그래도 불만이 덜했던 나라들은 연방 유지하고 계속 하하호호 잘먹고 잘살아보자고 하는 의견도 있었음. 옐친이 그냥 러시아도 먹고 살기빠듯한데 무슨 연방이냐고 소속국들을 걷어차고 해체해버렸지만. 우크라이나도 당시엔 당장 독립해나오면 먹고사는거 자체가 막막해질게 눈에 보이니까(당시 경제구조가 소련, 정확히는 러시아에 종속적인 구조였거든.) 그냥 계속 살던대로 살자고 하던 입장이었는데 러시아가 걷어찼음. 그리고 여기서 현실은 어쩔수 없다고 그냥 구소련 구성원들이 다들 각자 자기 살 길 찾아서 뒤끝없이 깔끔하게 헤어질 수 있었으면 괜찮았을텐데 그렇게 되지 않았고 그게 지금 문제의 핵심임.
소련이 자발적으로 순탄하게 해체된게 아니라 위에 이야기한 뻘짓의 끝에 무너졌기 때문에 소련은 해체되었지만 기존 소련에 소속된 각국의 경제구조는 상당수의 국가가 여전히 러시아에 종속적이었음. 각 공화국들의 경제체제는 거슬러가면 소련의 계획경제의 일부였으니까. 페레스트로이카가 소련의 계획경제 자체를 해체한 것이 아니었을 뿐더러, 소련이 망해자빠지는 속도가 너무 급격했기때문에 경제기반 자체가 완전히 재구축된게 아니거든. 이 말인 즉슨 각국의 경제는 소련이 망해없어졌어도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소련의 똥무더기(러시아를 포함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단 이야기임. 여전히 러시아는 소련시절처럼 상전이고, 거기서 파생된 썩어빠진 기득권층이 굴려가는 병신같은 경제는 한층 업그레이드 되서 옛날엔 먹고사는거까진 되었는데 지금은 먹고살기도 힘든 지경이 되어버렸음. 나라가 똥독이 올라서 죽게 생긴거야. 그러니 사람들은 그 똥무더기의 수혜를 받는 기득권층 빼고는 다들 그 개같은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했고, 그 똥무더기의 원천인 러시아를 싫어할 수 밖에 없게되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입장입장에서는 소련시절과 달리 밑의 국가들을 달래줄 방법이 없음. 위에서 이야기 한대로의 이유로 자기들도 경제가 씹창이라 뭐 먹고 살기가 힘든데 인접국들 뒤치다꺼리까지 제대로 해줄 여력이 있을리가. 그렇다고 풀어주고 대등한 우호관계로 갈 수도 없음. 안그래도 아무것도 안남은 거덜난 나라가 얘들마저 풀어줘서 아무것도 안남으면 진짜 아무것도 안남은 좆병신으로 추락해버리는거라 가오에 죽고 사는 푸틴 입장에선 고를 수 없는 선택지기도 하고, 애시당초 그 나라들 기득권이 친러이고 걔들만 잘 구워삶아도 기본은 되는데 굳이 그 나라 민중들까지 신경쓸 이유가 없는것임. 근데 경제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달래줄 수가 없는데 놓아줄수도 없으면? 힘으로 찍어눌러야지. 각이 보이면 땅크 보내서 밟아주고, 반러 정치인들 앞에 킬러도 좀 보내드리고, 뭐 푸틴 입장에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거지.
근데 러시아가 그딴식으로 나오면 그 주변국가들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멍청히 당해주고만 있을까? 옛날엔 소련이 워낙 강력해서 덤비기도 힘들었고, 힘으로 찍어누르기는 했어도 반대로 사회주의 무역이랍시고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먹여살려주기도 했던 만큼 그 밑에서 굽신거리면 받아먹는것도 꽤 있어서 참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거 없는 판인데 굳이 참아줄 이유가 없는거야. 당장 유로마이단 사태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EU가 러시아처럼 관대한 조건의 대출을 해주는게 아니라 빡세게 구조조정하는 조건으로 돈꿔준다고 하는데도 EU애들 밑으로 가겠다고 한게 괜히 그런게 아냐. 러시아 돈을 빌리면 당장 빚은 유예가 되겠지만 그 빚의 댓가로 여전히 러시아 밑에서 따까리로 있어야 하는건 물론이고, 그 돈의 덕택으로 기득권층은 더 공고해질거고 그럼 병신같은 경제구조가 그대로 이어질테니까. 생기는 것도 없이 저 좆같은 행패를 받아주느니 죽건 살건 나토건 EU건 서방세력에 받아달라고 들이대면서 비벼볼 수 밖에 없게 된거임. 이걸 가지고 무분별한 반러정책으로 침략을 불러오니 뭐니 하는건 저런 사정도 모르고 하는 소리지.
나토가 동진한게 아니라 업보청산 때문에 나토로 간게 맞지 - dc App
이건 정보탭으로 넣으면 더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