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전을 때리는 예상치 못한 폭음에 다들 움직임이 일순 멈춘다.


   “이거 소리가 우리 똥포 같은데?”


  그것이 어디선가 날아와 주택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민망한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을 직격해 박살낸 눈 먼 포탄에 대한 우리들의 첫 반응이었다. 과연 폭발음도, 포탄이 땅을 치기 직전 들리는 ‘쉬익’하는 소리도, 날아온 방향도 아군의 105mm 포가 틀림없었다.


  그건 악몽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첫 포탄이 와장창 마을 어딘가의 민가를 박살낸 직후, 포탄이 머리 위로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포탄이 지면을 향해 죽음의 달음질을 치며 내뱉는 끔찍한 쉭쉭거림이 모두의 귓가를 간질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 다투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사력을 향해 달린다. 우습게도 그런 상황 속 나에게는, 살아야겠다는 절박감이나 죽음의 공포보다도 신경질과 짜증이 어디선가 가득 몰려와 울화통을 터뜨렸다.


 “씨발 아까는 빨갱이 새끼들 지랄이더니 이제는 우리 머리 위에 아군이 포격을 꽂네!”

 “아니! 왜! 우리한테! 쏘고! 으악 씨발! 지랄이야!”

 “화력 유도한 개좆같은 고문관 쏘가리 관측장교 새끼 내가 꼭 찾아내서 찢어발겨 죽여버린다!”

 “눈깔을 뽑은 새끼가 관측을 했나 어떻게 해야 우리가 거렁뱅이 빨갱이 새끼들처럼 보일 수가 있냐?! 어?!”

 

  그런 심정은 소대원 모두에게 공유되는 무언가였는지, 소대원들은 모두 사력을 다해 뛰며 오뉴월의 개새끼마냥 헐떡거리는 한편으로 포격을 요청한 관측장교에 대한 저주와 상황에 대한 욕지거리를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마을에 처음 진입한 입구인 비탈길 위로 - 난중에는 기어가다시피하며, 무질서하게 내달음질친 우리는, 비탈길의 중턱 즈음에서 아무렇게나 땅바닥에 쓰러지듯 퍼질러졌다. 가을날씨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타오르듯 후끈거린다. 마을에 처음 들어갈 때와 비교해서 머릿수가 확연히 줄어있다. 혹 친한 녀석이 죽어버린 것은 아닐까하고 고갤 드는 불안한 마음에 소대원들의 면면을 재빨리 살피니, 다행히도 보충병들 위주로 죽어버린 모양이다. 친한 녀석들은 모두 온갗 인상을 쓰고 퍼질러 드러누운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헉헉거리는 거친 숨소리와 꿀꺽꿀꺽 물 넘기는 소리, 침 뱉는 소리와 욕지거리만이 가득하다. 바싹 마른입에 단내가 풍긴다. 가래를 모아 탁 뱉는데, 콧물과 가래가 넘어오는 그 찰나조차 가쁜 숨에 숨이 막혀 헛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입안에 물기가 없으니 가래를 모으는데 올라가는 입안의 압력에 입천장과 목구멍이 잡아 당기듯 아파와 미간이 찌푸려진다. 


  침을 퉤!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동기 녀석이 텅 빈 수통을 내던지며 고함을 질러댔다.


 “씨팔새끼들이 왜 우리한테 쏘는 거야!”


  그 모습에 어째설까 욱하는 서러운 마음이 치솟는다.


 “씨발 병신아, 병신 같은 알티 등신 쏘가리 새끼가 좌표 잘못 땄겠지! 여기서 일어나는 일 중에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는 일이 어딨어?! 좆또 누가 상관한 적이나 있었냐?”


  그때였다. 우리가 빠져나온 마을 바로 너머서부터 희미한 함성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하하, 이래서는 아군이 적들을 위해 공격준비포격을 제공해준 꼴이 되어버렸다.


 ‘만세-! 만만세-! 김정은 최고령도자 동지 만세-! 공화국 만세에-!’

 “아 이 개 씨발... 적습-!”


  다 쉬어 갈라지는 목소리만 나오는 목이 너무 아파 나는 목을 한 번 더 축이고, 몇 발자국 뛰어 어느 말라비틀어진 나무 뒤에 자리를 잡은 뒤, 소총을 고쳐 잡아 견착했다. 남루한 행색에 보총을 꼬나 쥔, 잔뜩 찌푸린 사내가 마을 어느 민가 모퉁이를 돌아 나왔다. 가늠좌 사이에 정렬한 그의 겁에 질린 얼굴을 눈 안에 한 번 담고, 눈을 감고 숨을 한 번 들이마신 뒤, 나는 눈을 뜨고 가늠좌를 재정렬하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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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외상을 입고 사회로 돌아온 대학생의 이야기가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