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교를 볼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우리는 약간 착한아이 컴플렉스가 있는 거 같음.

우리가 워낙 최빈국에서 드라마틱한 성장을 했고, 제국주의 없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선진국에 안착한 유일한 나라다보니 세계적으로 모범적 성공사례로 평가받잖아? 그 스토리텔링을 올림픽 유치부터 시작해서 어디 기조연설 등등 국제사회 단위에서 뭐 할때마다 잘 써먹기도 하고.

그런데 그러다보니 우리 스스로 순결한(?) 이미지를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건지, 어떤 사안에 대해 다른 주요국들처럼 딱 부러지는 태도를 잘 안 보이고 아무튼 적을 안 만드는 게 최고라는 사고방식을 갖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우리보다 약소국인 터키나 이스라엘만 봐도 국제문제에 훨씬 공세적으로 나서고, 우리랑 비슷한 체급인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브라질 이런 나라들에 비해서도 한국은 대체로 '조용'하더라고. 옆 나라가 너무 세요 어쩌고 하는데 사실 그것도 핑계일 뿐이고, 위에 언급한 나라들도 브라질 빼면 다 비슷하게 옆에 자기보다 센 나라 있는데 뭐ㅋㅋ

그래서 난 이게 우리 체급의 한계라거나 국력의 논리적 귀결이라기보다는, 그냥 우리 현대사의 신화가 만든 대한민국 근대 외교의 첫 특색인 것 같음. 사실 우리가 국제사회의 진지한 열강으로 데뷔한 건 역사 이래로 지금이 최초잖아? 19세기 일본이 저자세 근대화부터 대동아공영권까지 별 뻘짓거리 해가면서 현재 포지션을 잡았고, 독일도 제국주의 나치즘부터 유럽통합까지 이것저것 해보고 오늘날에 이르렀듯, 우리는 이제 막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우리 외교를 포지셔닝하는 단계라 이거지.

만약 우리가 현재의 착한아이 외교를 깨고 본격적인 지역강국다운 외교 노선으로 선회하려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이 저자세 외교를 포기하고 재무장을 선택한 것처럼 우리 국민 전체에게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는 사건이 터져야 한다고 봐.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는 슬프지만, 우리나라의 위치나 인식에서는 사실 우크라이나나 아프간이나 남인 수준이니까.. 그런 획기적인 사건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아마 조만간 중국에 의해 생길 것 같고.

그냥 왜 무기지원 안해주냐 왜 우린 맨날 스탠스가 퍼플팀이냐 이런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 보여서 써봄.. 딱히 그런 주장 각각에 대한 옹호나 비판은 아니고, 다만 이런 시각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