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 중희당(重熙堂)에 거둥하였다. 전권대신이 입시할 때, 행 좌승지 이응하, 가주서 한영석, 기사관 김춘희ㆍ민정식, 전권대신 민영익, 종사관 서광범이 차례로 나아가 엎드렸다.
상이 이르기를,
“사관은 좌우로 나누어 앉으라.”
하였다. 상이 전권대신에게 명하여 앞으로 나오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먼 길을 잘 다녀왔는가?”
하니, 민영익이 이르기를,
“왕령(王靈)의 은택으로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미국 대통령을 몇 차례나 보았는가?”
하니, 민영익이 아뢰기를,
“들어갔을 때 한 번 보았고 떠날 때 또 보았으니, 모두 두 차례 보았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대통령을 어디에서 보았는가?”
하니, 민영익이 아뢰기를,
“그 당시 워싱턴[華城頓]에 있지 않았으므로 뉴욕[紐約]에 가서 보았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 접대하는 절차가 매우 후하다고 하던데, 과연 그렇던가?”
하니, 민영익이 아뢰기를,
“과연 매우 후하게 대접해 주었습니다. 각국의 공사(公使)에 비해 볼 때 특별히 예를 더하였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여기에 주재하는 미국 공사를 보면 그 나라 사람의 품성이 관후(寬厚)하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하였다. 이어 하교하기를,
“미국의 부강함은 천하 제일이라 하는데, 경이 지금 눈으로 보니 과연 그러하던가?”
하니, 민영익이 아뢰기를,
“그 나라는 곡식을 생산하는 땅이 많고 사람들이 모두 실제에 힘씁니다. 그래서 상무(商務)가 가장 왕성하니,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올 때 몇 나라를 두루 보았는가?”
하니, 민영익이 아뢰기를,
“작년 11월 3일에 미국 뉴욕에서 배로 출발하여, 19일에 포르투갈 소속 섬에 정박하였고, 12월 1일에 영국 소속 섬에 정박하였으며, 11일에 불계(佛界) 마르세유[馬塞]에 정박하여 4일을 머물렀고, 15일에 불란서 서울 파리[巴黎]에 도착하여 당일에 출발하였으며, 영국 서울 런던[倫敦]에 도착하여 8일을 머물렀고, 다시 파리에 도착하여 7일을 머물렀으며, 마르세유에 도착하여 다시 배에 올랐습니다. 갑신년(甲申年, 1884) 1월 9일에 이탈리아[伊太利]에 정박하였고, 16일에 로마[羅馬]에 도착하여 2일을 머물렀으며, 29일에 이집트[埃及]에 정박하였고, 2월 3일에 이집트 서울로 들어가 4일을 머물렀으며, 13일에 영국 소속 아정(亞丁)에 정박하여 3일을 머물렀고, 24일에 인도(印渡)에 정박하여 13일을 머물렀으며, 3월 11일에 실론[錫蘭]에 정박하여 5일을 머물렀고, 23일에 싱가포르[新加坡]에 정박하여 5일을 머물렀으며, 4월 6일에 영국 소속 홍콩[香港]에 정박하여 9일을 머물렀고, 다시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정박하였다가 지금 막 나왔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다녀온 이수(里數)는 얼마나 되는가?”
하니, 민영익이 아뢰기를,
“우리나라의 이수로 어림짐작하면 7, 8만 리는 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두루 본 가운데 어느 곳이 가장 명승지던가?”
하니, 민영익이 아뢰기를,
“서양이 모두 불란서의 서울인 파리를 제일로 여깁니다만, 신이 본 바로는 미국의 뉴욕이 명승지로 생각됩니다. 파리는 번화하고 화려하지 않은 곳은 아니나, 그 웅장하고 성대하기로는 뉴욕만 못한 듯하였습니다.”
하였다.
승정원일기 고종 21년 갑신(1884) 5월 9일(계미)
잘 봤네.
이야.. 이런 기록 볼때마다 아무리 몰락하던 국가라 해도 나름대로 인재를 뽑아 좋은건 본받으려고 하고 열강들 틈사이에서 살아남아보려고 안간힘 썼다는게 느껴진다..
한국철학 공부할 때 유길준 서유견문록 조금 공부했었는데 불과 10여년 전까지 한학교육 받던 사람이 조선의 지배층을 상대로 올리려는 목적으로 쓴 글이라기엔 상당히 선진적이었음... 조선 말기 조정이 썩었다고 비난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망해가는 나라의 젊은 지식인들이 손놓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
그와중에 그런 인재들이 을사오적 같은거로 돌아서니 더 안타깝지 - dc App
동학운동이 메이지유신 같은걸로 발전하지 못해 안타깝네. 가장 베스트는 왕조가 스스로 적극적으로 개방정책과 자주적 무역보호 정책을 동시에 균형있게 이루는 것이었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쩝
역시 고위관료는 아무나 하는건 아닌가봐 ㅋㅋㅋ - dc App
저때나 지금이나 파리에 대한 환상은 여전하구나
미뽕 제대로 맞았네 당시 조선 사람들은 진짜 이세계 간 느낌이었겠지
미국은 진짜 떡잎부터 다른국가인것 같음 진짜 - dc App
저렇게 온 세상 다 둘러보고 다시 조선으로 갈 때 절망스러움을 표현한 글도 읽어볼만함
광명의 세계에서 어둠의 세계로 들어간다였나
나는 어둠 속에서 태어났다가 광명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나는 내가 갈 길을 분명하게 내다볼 수가 없으나, 머지않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세계간거같다...ㅋㅋ
사진에 나오는 마차 보니까 자동차는 말이 똥싸는거 신경 안쓸 수 있어서 부러웠을거 같아 - dc App
스미소니언 박물관 가봤으면 질질쌌을듯
감각있네
아정(亞丁)이 아덴만이라 하더라
뉴욕에서 OTIS 엘리베이터 처음 타보고 깜짝 놀랐다던....
이세카이 여행하고왔네 ㅋㅋㅋ - dc App
이미 늦어버린 개화기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