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키이우가 맞냐, 키이브가 맞냐 물어보지 말아라. 한글이 모든 발음을 다 표기할 수 있다, 한국어 발음이 일종의 표준이다라는 단단한 착각에서 비롯된 잘못된 질문이다.

베트남 축구선수 꽝하이 있지? 베트남 사람들한테 왕하이가 맞냐? 꽝하이가 맞냐? 물어보면 그게 그거 아니냐고 답해. 질문 자체를 이해 못 해. 이건 마치 우리가 영어권 사람들한테 크라이가 맞냐? 끄라이가 맞냐? 물어보면 질문을 이해 못하는 것과 같애. 영어권 사람들에게 ㅋ와 ㄲ가 같은 음소로 인식되는 것처럼 베트남 사람들한테는 왕과 꽝이 같은 음소로 인식되는 거야. 이를 모두 다른 음소로 인식하는 한국어 화자들에게는 어리둥절한 일이지. 아니, 왕하고 꽝을 어떻게 같은 발음으로 생각하지? 하지만 베트남어 화자들은 그렇다.

동슬라브어 계열 화자들한테는 브와 우 사이의 음가 차이가 매우 희미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음을 이해해야 해. 구글에서 kyiv의 발음 녹음한 거 찾아보면 우리 귀에는 브로 들리는 것과 우로 들리는 게 모두 있어. 그런데 그게 그들에게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 그들은 뭐가 맞냐고 물어보지 않아. 한국어 화자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
  
발음이란 건 사실 사람마다 다 달라. 이에 불구하고 특정한 언어권에서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발음의 차이를 무시하고 어떤 바운더리 안에서는 하나의 발음으로 인식하는 특정한 인식체계가 있어. 이건 언어권마다 다른 거야. 우크라이나 언어권에서는 브와 우가 그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개성에 불과한, 이 두 개를 하나의 발음으로 인식하는 데 문제가 없는 인식체계가 있는 거야.

오히려 외래어표기를 정하는 과정에서 문제됐던 건 그게 아니라 크이우냐 키이우냐였어. 우크라이나어 화자들은 이 발음과 이와 으 사이의 그 어떤 발음을 구분하거든. 후자는 한국어에는 없는 음소지. 뜻밖에도 비슷한 예가 일본어에 있어. 일본어에는 우에 해당하는 발음이 없고 우와 으 사이의 발음만 있거든. 한글로는 그냥 우로 표기하지만 현지 발음과는 상당히 다르지.

결론: 이제 브가 맞냐, 우가 맞냐 물어보지 마라. 무식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