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사별로 슬픔을 많이 겪었던 아바스왕조의 칼리프 하룬 알 라시드는 명군이면서도 괴팍한 일화가 많은 사람이었음


그는 어느날 궁정이 지루해서 일반 귀족처럼 빼입고는 바그다드 주변을 산책했는데, 거기서 한 호수에 생선을 잡는 어부를 발견했다.


어부는 투망이 찢어져서 고심중이었는데 칼리프는 그에게 다가가서 투망 낚시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 그물이 찢어져서 생선을 못잡으니 그물을 꿰멜 천을 주면 가르쳐주겠다고 칼리프 하룬에게 말했는데, 칼리프는 흔쾌히 바지를 벗어(??!??) 그걸 찢어서 천을 만들자고 했다.


착한 어부는 그가 만인지상의 칼리프인줄 모른 채 비단 천으로 만든 바지는 너무 비싸지 않냐고 걱정했지만, 칼리프는 '물고기 잡아서 그 값을 우리둘이 나누면 바짓값이 나올거야!'라고 안심시켰다.


결국 빤쓰만 입은 칼리프와 어부는 그물을 꿰메어 낚시를 시작했고, 엄청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 이정도 풍어면 절반정도는 팔아서 바지를 마련해줄만 했다.


둘은 만족스럽게 낚시를 하고 내일 같은 시간에 만나 고기를 팔아 바짓값을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헤어졌다.



궁궐은 발칵 뒤집혔다. 당시 최강 제국의 황제이자, 모든 이슬람교도들의 정신적 지주이신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가 빤쓰만 입은 채로 궁에 돌아오신것이다. 하지만 칼리프는 재미있는 경험을 한 터라 어부를 놀릴 생각밖에 부풀어있을 뿐이었다.



그날 오후, 바그다드 장터에서 어부는 싱싱한 고기를 열심히 팔았다. 한창 고길 파는 와중, 시내에 칼리프가 행차하였다.



위대한 칼리프를 마주하면 평민들은 모두 하던일을 멈추고 엎드려 받들어야했다. 칼리프의 행렬은 몇 시간에 걸쳐서 시장통을 지나갔고, 시민들은 꼼짝할수가 없었다.



결국 생선은 모두 상해버리고 말았다. 그 덕에 그는 돈 몇푼 벌지도 못하고 장을 파해야 했다.



다음 날, 칼리프는 또 정체를 속이고 그 호숫가로 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탓에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던 어부는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하룬에게 사과했다. 생선이 다 상한바람에 다시 잡아서 팔아야 바짓값을 줄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둘은 또 다시 많은 고기를 잡아서 서로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그날 오후, 칼리프는 또 시장통을 행차했고, 생선은 또 상했다. 그런 일이 사흘을 반복해서 일어났다.



신의있는 어부는 사흘째까지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그날은 하룬에게 결단코 바짓값을 돌려주겠다고 하고는 생선조차 잡지 않은 채 헤어졌다. 그는 자신을 믿어준 사람을 위해 큰 결심을 했다.



그날, 여김없이 칼리프가 행차하자, 어부는 무례하게도 고개조차 숙이지 않은 채 칼리프에게 항의했다.


'전하의 행차 때문에 내 삶의 도구인 그물을 비싼 비단바지를 찢어 고쳐준 분께 보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열릴수 있게 행차를 멈춰주소서!'


칼리프의 근위대가 그를 제지하자, 칼리프는 근위대를 말리고 준마에서 내려 어부의 손을 잡았다. 그제서야 어부는 바지를 전해준 남자가 지엄하신 칼리프임을 알게 되었다.


칼리프는 신의를 지키기 위해 임금 앞에 선 어부를 치하하고, 그의 행차때문에 피해를 본 모든 장사치들에게 후하게 보상했다. 또한 어부에게 궁정의 생선을 도매하는 직책을 주어 벼락출세시켰다. 이러한 미담으로 칼리프에 대한 칭송은 더더욱 커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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