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비우 주지사는 한국을 언급하며 '한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도하듯이 러시아보다 발전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 완전한 승리'라고 말했는데 이는 요즘 미국에서 나오는 소리와 대강 비슷함.



미국의 외교정책 전문가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러시아가 키이우 공략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남동부 점령에 집중한 것은 만약 작전이 성공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중요 지역과 항구들을 점거하여 경제적으로 휘청거리는 실패국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함. 또한 북, 동, 남에서 수시로 벌어질 군사도발에 매우 취약한 국경선을 조성할 수 있다고 언급함. 우크라이나의 알짜배기 지역을 점령한 후 나머지 우크라이나를 실패국가화 하는것,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를 푸틴의 플랜B라고 표현했음.


이웃국가를 실패국가화시키는 것은 러시아가 한 두번 해본 일이 아님. 이미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의 자유민주주의를 여러차례 좌절시키고 통제 가능한 독재자를 앉혀 나라를 장기간 허우적대도록 만들었고 벨라루스에서는 지금도 이게 현재진행형임. 우크라이나군 소속 벨라루스 의용군 병사들이 그토록 열심히 싸우는 건 다 이유가 있음.

또한 유럽 에너지 자원시장에서 독점 공급자에 가까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조지아,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개발을 열심히 방해해 왔던 전력도 있음. 특히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각각 조지아의 북서부, 우크라이나의 동부 지역에서 민족주의 분쟁 리스크를 격화시켰고 이를 통해 해당 자원지대에 대한 서방의 투자를 억제해왔음.


따라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 후부터 줄곧 여론조작, 정치인 매수 및 암살시도, 하이브리드전을 끊임없이 지속했던 것처럼 이번 전쟁이 끝난 뒤에도 우크라이나의 실패국가화를 포기하지 않을 거임. 그런데 이는 이웃국가를 견제하고 영향권 안에 두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함. 러시아는 자국 내 부패, 그리고 여지껏 병정놀음과 패권지랄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다 망해버린 경제에 대한 변명으로 서방에 대한 피해의식과 질투심을 이용해왔기 때문임.


서방이 러시아의 발전을 의도적으로 방해해 왔다고 국민들을 세뇌시키면서 서방은 러시아에 혼란을 유도하고, 경제발전을 방해하며, 궁극적으로 러시아를 해체시키기를 원한다는 가스라1이팅에 상당한 노력을 들여왔음. 그리고 이러한 가스라1이팅이 소위 '러시아를 위협할 나토의 전초기지로 활용되는 네오나치화된 우크라이나'라는 외부의 적 설정으로 발전하였고 이는 이번 전쟁에 대한 명분으로 사용되어 러시아 국내외의 개돼지들에게 적지 않은 효과를 발휘했음.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은 피해의식, 질투심, 외부의 적을 통한 위기의식, 군사력을 통한 국뽕을 조장하며 결과적으로 체제를 정당화시키고 독재를 용의하게 만들어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듯 전면전 상황에서 이악물고 특수 군사 작전이라는 '설정'을 고수하는 이유, 모든 상황이 좆되어가는 와중에도 소득 없이 전쟁을 중단할 수가 없는 이유, 전승절날 Z완장을 차고 붉은 광장을 행진하는 쇼를 벌이는 이유 모두 이 세계관을 지키기 위해서임. 이 세계관은 오늘날 러시아라는 체제의 유지를 정당화해주는 모든 것임. 공격적인 민족주의와 거짓말 말고는 이 막장 실패국가를 위대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단이 없음.


지난번에 쓴 글에서 언급했는데, 이 때문에 5월 9일 전승절 행사가 크렘린에 있어서 그토록 중요할 수밖에 없는 거임. 러시아에서 내세울 국뽕이란 것이 군사력과 2차대전 승전 밖에 없으니 이 두가지가 모두 과시되는 전승절 행사는 매년마다 없는 살림 짜내면서도 성대하게 개최되어야만 함(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ar&no=2496851).


마찬가지 이유로 처참한 수준의 지방공교육은 내비두면서도 유소년 군사학교는 운영하는 거임. 아이들에게 나토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과 AK분해조립 같은 병신같은 짓거리나 교육시키면서 미래의 개돼지로 육성해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임.


또한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 국영방송에서는 온갖 공격적인 프로파간다를 쏟아내며 '강한 러시아' '하나의 러시아' 등의 이미지를 주입하고 있음. 극장에서는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은 때깔 좋은 2차대전 전쟁 영화가 매년마다 나오고 있음. 그리고 이제 교회에서는 성직자라는 놈들이 침략을 성전으로 포장하는 지경에 이르렀음.


이런 세뇌의 결과로 아직도 상당수의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조만간 서방의 혼란스러운 경제 식민지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음.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화를 유도하거나 방조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인들을 포함한 소수민족들을 잔혹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여김.


이 모든 의도와 수단은 북한 그리고 중국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음. 사람들은 현실이 좆같으면 자신이 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이기를 원하게됨. 국수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프로파간다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쉽게 거짓된 비전을 제공함.


그런데 미래의 어느 시점에 우크라이나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거두고, 안정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다면 어떨까? 이는 러시아의 세계관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음.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발전 및 투자유치를 위한 모든 노력의 기회들, 이웃국가들과의 경제협력과 상호발전을 위한 모든 투자의 기회들. 그 많은 기회비용을 전부 병정놀음에 지불하고서 얻은 대가가 결국 조국의 고립되고 낙후된 모습이라는 것을 발전된 이웃나라 우크라이나의 모습을 통해 알게될 수 있음. 나라가 두번째 철의 장막으로 둘러쌓였다고 해도 중국만큼의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는 깨진 틈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가 없음.

서방으로 돈벌러 나가고 그곳에 남아 있으려고 애쓰는 수많은 러시아인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함. 소련 말기부터 이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임.


그러나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주는 충격의 임팩트가 다름. 러시아인들은 아직도 우크라이나를 여러 역사적, 문화적 특징을 공유하는 친척민족이 사는 나라로 여기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그곳 사람들을 자신들보다 한 수 아래로 보며 깔보는 의식이 팽배했음.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안정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러시아의 가오는 더 큰 피해를 입게됨. 이는 특정 시점에서 어떤 선택을 했냐의 결과로 비추어질 것이기 때문임. 지들은 왜 그런 희생을 감내했을까? 과연 무엇을 위해? 이런 의문을 낳게 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최종적인 승리임.


이때문에 러시아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을 필요가 있고 러시아의 북한화는 전시상황에서의 한정된 시간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또한 그와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작질과 군사도발 등의 지랄 또한 계속될 것임. 우크라이나는 이 모든 걸 이겨내고 한국처럼 경제발전과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을까?


독립 이후로 꾸준히 경제성장을 보여왔던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2014년부터 본격화된 러시아의 개지랄로 인해 크게 휘청였지만 다행히 우크라이나는 포로셴코 이후부터 꾸준히 부정부패 개혁과 산업 육성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음. 거의 절반에 달할 수도 있다는 지하경제 비율도 점점 줄어들고 있기는 함. 물론 이를 혼자 해낼 수는 없음.



존나 다행히도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마셜 플랜 계획에 착수하고 있음. 이번 전쟁은 이제 단순히 한 막장 독재국가의 개지랄 Z쇼가 아니라 자유주의와 전체주의의 체제 싸움으로 번졌고 신냉전이라는 수식어가 그래서 붙었음. 마셜 플랜은 체제 싸움을 벌이는 자유주의 진영의 수단임.


러시아의 군사적 침공은 어쩌면 더 길고 독립 이후부터 지속되어 왔던 보다 근본적인 싸움의 전초전일 수 있음. 러시아는 이미 애저녁에 실패국가의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결코 혼자 허우적대지 않음. 좆망해가는 속도를 어떻게든 늦춰보기 위해 이웃한 다른 나라들까지 발목 잡고 끌어내리는 게 크렘린의 방식이고 이번 전쟁도 그때문에 일어났음.

마셜플랜의 그 구체적인 규모와 효용은 미지수이고 이를 활용하는 것도 오로지 우크라이나의 역량임.

과연 우크라이나가 또다른 한국이 되어 깨진 틈새 사이로 바람을 흘려 넣을 수 있을지, 아니면 흘려오는 바람에 떨지는 오로지 우크라이나에게 달려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