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베로도네츠크 전투 : 도대체 서방은 뭘 기다리고 있는 건가?

2022년 5월 31일 (독일시각)

By 파비오 토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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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땅에서 : 리시찬스크 근방의 우크라이나군.


기사원문(독일어, 벨트)


- 이 기사는 현재 가장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세베로도네츠크-리시챤스크 전선의 상황을 취재한 르포 형식의 벨트플러스 기사임. 원문 제목은 마치 서방의 무기지원에 대해서만 성토할 것 같은 모양새인데, 사실 이건 일부고 전체적인 루한시크 최전선 상황을 다루고 있음. 인터뷰는 주로 바흐무트 인근의 "럭키 카페(Lucky Cafe)"에서 이루어짐.


- 기사는 독일시각으로 5월 31일에 작성됐으므로, 최신 전황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지도 않고, 특히 헤르손 지역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음. 전체적인 그림을 설명하려고 취재한 기사도 아닌 것 같으니, 그냥 최전선 상황이 이렇다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음. 특히나 장거리 미사일 얘기는 독일이 M270 인도를 발표한 게 불과 완전 최근이니, 이를 감안하고 읽어주길 바람.


- 아래에 주로 등장하는 아르템 상병(Gefreite Artem)의 경우, 독일어 원문에 Gefreite라고 적혀 있기에 상병으로 번역함. 하지만 군붕이가 독일군 및 우크라이나군 병 계급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안하고 읽어주길 바람.



본지 기자는 보기 드문 돈바스 전선 내부 사정을 보도한다. 러시아군의 계속되는 포격으로부터 불과 몇 km 떨어진 "럭키 카페(Lucky Café)"에서 우크라이나 전투병들을 만났다. 그들은 무기가 전달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명백한 의견을 표출했다.


최전선에서 마지막으로 마시는 커피는 언제나 최고다.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단맛이 난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컵이 너무 빨리 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르템 상병(Gefreite Artem)은 언제나처럼 "럭키 카페(Lucky Café)"에서 종이컵에 제공되는 미국식 커피를 다 마시자마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인 세베로도네츠크로 돌아가야만 한다. 러시아군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남아있는 루한시크주의 이 나머지 영역에 가장 치명적인 포병을 배치했다.


"(마시던) 커피가 절대로 다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르템은 속삭이면서 머그잔에 담긴 검은 액체를 자신의 생각으로 채우려는 듯이 비틀고 또 돌렸다. 바람에 날린 포플러 잎사귀가 아르템의 머리카락에 걸렸다. 아르템은 "나는 서른살이고, 폴타바에 두 딸과 거의 못 보는 아내가 있다. 죽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세베로도네츠크)에서 죽어가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 우리는 대량으로 죽어가고 있다. 러시아군은 포병으로 우리를 말 그대로 학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서방인들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언제 우리에게 장거리 미사일을 보내려는 건가?" 아르템의 푸른 눈은 분노로 타올랐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이내 다시 공포에 휩싸인다.


오늘 아침, 지금은 황폐해진 도시 바흐무트에 아직 열려 있는 유일한 “럭키 카페”는 우크라이나군 장병들로 붐볐다. 일종의 무인 지대로 왔다갔다한다. 무인지대의 측면은 서로 분리되어 있으며, 어떤 곳에서는 너비가 겨우 100m에 불과하다. 아르템은 "쌍안경으로 러시아군의 눈을 볼 수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트럭이 도착하고, 흠집이 난 차량의 창문은 손상되지 않았다. 군인들은 지치고, 더러워지고, 손은 흙과 칼라시니코프제 기름이 묻어 검게 변했다. 그들은 카운터에 기대어 거의 필터까지 훈제된 담배에불을 붙였다. 그들은 15분의 휴식 시간 동안 바닥에 앉아서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욕설을 외치는 지역의 “미치광이” 볼로디미르와 함께 웃는다.


57여단 보병 아르템의 솔직하고 절박한 말을 들은 동료는 위장복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 것들이 요즘 잘 안 되는 (우크라이나) 군대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아무도 아르템에 반박하지 않는다. 아르템은 냉담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리 부대는 원래 700명이었지만, 지금은 120명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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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 인근에서 차량에 탑승한 우크라이나군.


아르템은 바지 주머니에 강철 조각을 마치 자신을 내세에 보낼 일종의 부적처럼 보관하고 있다. "방탄조끼 없이는 못 산다. 우리는 위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세베로도네츠크 전선을 방어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며칠, 어쩌면 일주일, 더 이상은 안된다.”


포장된 돌이 노란색으로 칠해진 광장에 서 있는 용감한 올가(Brave Olga)의 작은 가게는 전기가 들어오는 한 계속 열려있다. 올가의 실명은 보안상의 이유로 기사에 언급되지 않는다. '럭키 카페'라고 불린 이유는 그냥 프론트가 이쪽으로 밀고 있는 모양이어서(아마 전선을 밀어낸다는 의미인듯)일 뿐이다.



후퇴란 말은 없다


"저녁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아오면 운이 좋은 것이다." 키가 2m나 되고, 가슴에 우크라이나 삼지창(tryzub) 문신이 있으며 앞니 두개가 금색인 스타니슬라브(Stanislav)가 웃으며 말했다. 올가는 그에게 차가운 샌드위치 6개와 타우린, 카페인이 든 가당 음료 논스톱 캔36개를 가져왔다. "우리가 어떻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스타니슬라브는 문짝에 "모스크바인들에게 죽음을"라는 문구가 적힌 SUV에 몸을 움츠리며 중얼거렸다.


돈바스의 병사들에게 '럭키 카페'는 높은 희망과 암울한 예감이 공존하는 장소다. 전쟁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관측소 역할을 하기에는 키이우와 군사 선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제 루한시크 지역의 상실은 불가피하며, 실제 전술적 목표는 러시아의 진격을 가능한 한 오래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동안 크라마토르스크의 방어선이 재건될 수 있도록, 80km 거리에서 155mm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NATO의 MLRS가 도착할 때까지 말이다. "우리의 반격은 6월 중순에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질문에 "후퇴"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즉시, 애국심이 솟아난다. 수미에서 온 36세의 상사 이고르는 "이것은 퇴각이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러시아군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돌아왔다는 말 대신, 살아남았다"


크라마토르스크 남쪽에 있는 바흐무트 성채는 교차점이다. 동쪽에선 포파스나 방향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이곳에서 4km만 가면 러시아군을 볼 수 있다. 여기서도 볼 수는 없지만 들을 수는 있다. 박격포와 로켓의 폭음이 병사들의 대화를 잠시 중단시켰다. 폭음은 착탄지점이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듣고 판단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길었다. 거리로 판단하건대 커피 브레이크는 계속 할 수 있었다.


북쪽으로 향하면 유채(Raps)와 포탄의 밭을 통과하는 67km 길이의 도로, 일명 "죽음의 고속도로(Highway of Death)"가 있다. 도로는 러시아인들이 감히 건널 수 없는 강변에 있는 세베로도네츠크의 자매도시 리시챤스크로 향한다. "죽음의 고속도로" 중간쯤에 있는 작은 마을 빌로호리브카에서 돌아온 군인 이반은 "러시아군은 네 번이나 부교 설치를 시도했지만 우리가 모두 파괴했다.”고 말했다. "돌아왔다는 말보다는 살아남았다는 말이 적절하다..."


이반은 올가에게 펜을 달라고 하고선, 종이 냅킨에 패배의 방정식처럼 보이는 것을 적는다. “러시아군에는 3개의 포병사단이 있다. 각 사단에는 160발을 발사할 수 있는 대포 18문이 있다.” 그의 계산을 따라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는 러시아군이 4제곱킬로미터 크기의 지역에 하루 8,000발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방에서 온 중화기 없이는 그들을 멈출 수 없다!”며 이반이 목소리를 높이자, “미치광이” 볼로디미르는 이반을 저주하고 지옥에나 가라고 한다.


라파라는 이름의 젊은 동료가 카운터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정오가 됐다. “쇄골이 부러졌는데,  진료를 받을 시간이 없다. 물 한 병만 가지고 포파스나로 돌아갈 것이다. 영국에서 온 M777 2문이 우리를 돕고 있다. 우리가 쓰는 소련제 화포는 목표물을 명중시키기 위해 5발은 발사해야 하는데, 영국제는 2발만 쏘면 됐다."


갑자기 올가의 카페는 문을 닫아야만 했다. 미로니우스키 발전소가 폭격을 당했고, 지역 전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아르템 상병은 곧 사라졌다. '럭키 카페' 카운터에는 그가 비운 머그잔만 남아 있었다.


이상임.


읽어줘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