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조종사에게 있어 시야문제는 항상 중요한 부분이었음. 심지어 레이더와 각종 센서로 잔뜩 무장한 현대의 전투기라 할지라도 가장 기본적인, 그러면서도 최후의 수단이자 가장 확실한 센서는 바로 조종사의 눈이기 때문임. 그래서 자료들에 따라 전투기의 기본 센서는 Eyeball Mk.1 (눈알 1호)라는 말도 있음.




아래는 2차대전 전투기인 P-51의 캐노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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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캐노피로 퉁쳐서 부르지만 세부적으로는 방풍창(windshield)와 캐노피로 나뉨. 2차대전보다도 더 오래전 전투기는 조종사를 바람으로 부터 보호해주기 위한 앞유리창만 있었기 때문에 방풍창으로 불렀음(사실 비슷한시기 쓰이던 자동차 용어에서 따온 말임).


잘 보면 조종사 머리 위를 덮는 캐노피는 거의 프레임이 없지만, 제일 중요한 조종사 전면의 방풍창 부분은 큼지막한 금속 프레임이 가로막고 있음. 이 P-51의 조종사 정면에 있는 투명한 부분은 다름아닌 방탄유리임. 위쪽 사진을 보면 가운데 부분만 유독 두꺼운게 이 때문. 당시 기술로 방탄유리는 곡면으로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부분은 완전 평판임.


그리고 방풍창 좌우 부분은 상대적으로 곡면이 들어가있는데, 이 부분은 아크릴 계열의 투명 플라스틱임. 더불어 조종사 머리위를 덮는 캐노피 역시 아크릴 계열 투명플라스틱임.



이후 전장에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방풍창의 방탄유리는 사라지게 됨. 방탄유리 '따위'로는 조종사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한거라 굳이 무겁고 비싼 방탄유리를 달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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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짜잔. 초음속 전투기 시대가 되어도 방풍창 부분에 여전히 구조가 거의 바뀌지 않은 금속 프레임을 쓰고 있음. 위 사진은 F-14의 캐노피임. 정면부는 곡면이 없는 강화유리이고 나머지 부분은 아크릴 계열 투명 플라스틱임.


방탄유리가 필요 없어졌음에도 왜 여전히 유리를 쓰고 있냐면, 유리는 온도에 강하기 때문임. 초음속 전투기의 방풍창 전면부는 속도에 따라서 150도 이상까지도 올라가는데, 1960년대의 아크릴 계열 플라스틱은 이 온도에서 견딜수 없었음. 그래서 가장 온도가 높게 올라가는 방풍창 전면부만은 강화유리를 쓸 수 밖에 없었음. 저 유리는 한장이 아니고 여러장의 유리를 겹쳐서 조립해놓은건데, 이러면 열이 바로 안으로 침투하지 않기 때문에 단열효과도 생기고 또 만에하나 외부 이물질이 부딪혀 유리 한장이 깨져도 전체가 바로 와장창 깨지는걸 어느정도 막을 수 있음.


바로 몇 년 뒤에 나온 F-15는 드디어 유리를 쓰지 않고 방풍창으로 플라스틱 계열 투명소재만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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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의 방풍창은 마찬가지로 아크릴 계열 플라스틱이지만 소재가 더 개선되었고 두께도 두꺼워지면서 유리를 빼버렸고, 그래서 프레임이 한결 간소화되었음.


그리고 뒤이어 나온 F-16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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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전면 프레임을 없애버리는데 성공함. 1970년대 당시로선 신소재였던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해서 고온에서도 견디면서도 금속 프레임이 없어도 강도를 유지하는게 가능하였음. 특히 폴리카보네이트는 아크릴 계열보다 더 유연하면서도 질기기 때문에 금속 프레임이 없어도 조류충돌에도 어느정도 버틸수 있음. 초기 F-16이 보장하는 조류충돌 안전기준은 350노트(650km/h)에서 4파운드(2kg)짜리 조류와 충돌해도 조종사를 보호할 수 있었음. 다만 폴리카보네이트는 단점도 있는데,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균열이 가기도 하고, 표면 긁힘에 약해서 전투기가 이착륙 중 먼지나 작은 알갱이들이 캐노피에 부딪힐 경우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임.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한 외부 보호 코팅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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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상 같은 F-16 계열기라 할 수 있는 일본의 F-2는 다시 금속 프레임이 등장함. 일본은 해상작전이 많기 때문에 조류충돌 빈도가 높아서 이에 대해 더 높은 요구조건이 있었기 때문임. 그래서 구조강도 확보를 위해 금속 프레임을 추가해야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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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F-16이 등장한지 워낙 오래되다 보니 그 사이 기술의 발전덕에 기존 F-16 캐노피와 동일 구조로 550노트(1020km/h)에서도 조종사를 보호할 수 있는 캐노피가 등장함. 두 겹의 폴리카보네이트 사이에 더 유연하면서도 질긴 소재를 끼워 넣어 저 속도에서도 최소한 조류충돌시 조류(였던 것)과 캐노피 파편이 조종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조종사를 덮치는 일을 막아줌. 참고로 Metal Coating은 사족부분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전파가 조종석 내로 들어오는걸 막아주는 코팅임.




F-15E도 상황이 비슷해짐. 주로 고고도에서 작전하는 제공기인 F-15에 비해 F-15E는 개발당시 저고도 침투가 주요임무였기 때문에 조류충돌에 대한 요구치가 높아짐. F-15A~D는 금속 프레임 + 두꺼운 아크릴 한장으로 구성된 방풍창이 350노트(680km/h) 정도에서 2kg짜리 조류랑 충돌해도 버텼지만, F-15E는 500노트(930km/h) 수준을 요구했기에 방풍창이 더 강화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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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의 F-15E 계열에는 위와 같이 폴리카보네이트 2겹 + 아크릴 2겹에 사이사이 보강구조를 덧댄 샌드위치 구조를 통해서 600노트 (1110km/h. 지표면 기준 마하 0.9) 에서도 2kg짜리 조류(였던 것)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구조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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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의 캐노피는 F-16처럼 방풍창/캐노피구조가 없는 일체형 구조임. 조류충돌 요구조건도 상대적으로 널럴한 350노트(680km/h)급인데 어차피 제공기라 저고도 비행할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임. 두 장의 폴리카보네이트 사이에 금속성분을 띈 투명소재(ITO, 즉 인듐 주석 화합물 계열을 사용)를 압착해서 성형함.



하지만 동시기 라팔, 유로파이터, JAS-39등은 F-15에서 설명한것처럼 금속프레임이 좌우로 가로지르는 캐노피를 사용함. 아래 사진은 라팔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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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의 경우에도 전방 방풍창에 프레임이 있는 구조임. 재질은 단일 아크릴 계열이고 조류충돌에 대한 내성은 2kg급 조류 상대로 410노트(760km/h)로 충돌하는 상황까진 조종사를 보호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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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는 좀 특이한 케이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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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의 캐노피는 한겹의 폴리카보네이트 계열인데 폴리카보네이트 자체는 전후방 구분이 없는 일체형임. 하지만 그 캐노피 안쪽에 금속 프레임이 이를 추가로 지지하는 구조임. 조류충돌에 대한 내성은 450노트 급으로, 욕심만 낸다면(=돈만 들인다면) F-16 최신형 캐노피의 사례처럼 프레임을 없앴을수도 있었을거임.


F-35의 위 그림과 같은 특이한 캐노피 구조는 사출시스템과 연관이 있음. 먼저 F-35의 캐노피는 위 그림처럼 특이하게 앞쪽에 경첩구조가 있어서 위로 들리는 방식인데, 이는 미 해군/해병대가 좁은 항모내에서 정비시 사출좌석을 쉽게 제거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 때문임. F-16 같은 전투기는 사출좌석을 제거하고 조종석 내부를 정비하려면 캐노피를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데, 위 그림처럼 열리면 캐노피 제거 없이도 사출좌석을 위로 뽑아낼수 있기 때문임(같은 이유로 라팔은 캐노피가 옆으로 열림)


그런데 경첩이 저렇게 앞쪽에 있을 경우, 공중에서 비상탈출시 캐노피를 날려버리기 곤란해짐.


전투기 비상탈출시 캐노피를 날려버리는 구조는 보통 경첩부분을 끊어내는데, 기존 F-16 같은 방식은 공기저항에 의해 자연스럽게 캐노피가 조종사 뒤쪽으로 떨어져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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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F-35의 캐노피구조는 끊어내도 캐노피가 조종사 뒤로 날아가긴 커녕 잘못하면 조종사를 덮칠수도 있음. 그래서 F-35는 캐노피에 얇은 도폭선을 깔아두고, 비상탈출시 캐노피를 잘라내어 구멍을 내고 조종사는 여기로 탈출함. 아래 사진 보면 F-35 캐노피 중앙을 가로지르는 선이 있는데 저게 도폭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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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속에서 조종사가 비상탈출할 경우, 캐노피 전체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면 조종사가 갑자기 폭발적인 외부 맞바람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캐노픽 구조가 깨지면서 앞쪽의 캐노피 부분이 외부 공기의 힘을 못버티고 무너져내리면서 조종사에게 덮쳐올수도 있음. 그래서 이를 막고자 부득불, 금속구조물을 덧대어 캐노피를 깨트려도 전방 방풍창 비슷한 구조가 남아있게 한 셈임.




한편으로 이런 프레임이 없어진 캐노피+윈드쉴드는 보통 구조적으로 더 외력에 잘 버티고 공기저항도 줄어들면서 시야 확보도 좋게 곡면으로 만드는데, 이게 뜻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킴. 바로 조종사가 바깥을 보았을대 물체가 왜곡되어 보니다는 점임. 뭐 엔간한 상황에는 문제가 없는데 무장을 조준하거나 할 때는 심각한 문제가 됨. 그래서 캐노피 설계시 이 부분을 고려하고, HUD 같은 것에 화면을 띄울 때도 왜곡되는 점을 고려하여 화면 위치를 보정하기도 함. 또 레이저 등으로 왜곡 정도를 일일히 검사 한다고 함. 아래는 F-35 캐노피의 왜곡 검사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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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바깥으로 레이저를 여러개 쏴서 캐노피를 통과하면 얼마나 굴절되는지 검사하는 장비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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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캐노피가 가끔 금색이나 다른 금속색을 띄는데 대표적으로 F-16과 F-22가 이러함. 레이더 전파가 조종석내로 들어오는 경우 난반사를 일으켜서 적 레이더로 전파가 상당수 되돌아가는데 이러면 적 레이더에 더 잘 잡히게 됨. 그래서 전파가 아예 못들어오게 하려면 전도성 물질(즉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 필요한데 문제는 그러면서도 투명해야 한다는 점임. 작은 센서용 창 같은 경우 아주 가는 철사로 만든 철망을 씌워서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전파가 통과 못하게 함.


그래서 F-16의 경우 캐노피 안쪽에 금이 함유된 코팅을 추가로 붙였었음. F-16이 비록 스텔스기는 아니지만 RCS를 줄이려고 여러 노력을 한 전투기다보니(심지어 공기흡입구 부근에 전파흡수 물질도 적용됨). 근데 금이 비싸기도 하고, 그래서 요근래는 ITO(인듐 주석 산화물)을 쓴다고 함. 참고로 이건 LCD 같이 투명하면서 전기가 통해야 하는 전자제품에도 사용되는 재질이라 함. 근데 F-16은 이 코팅을 캐노피 내측에 바르는데, 정비하거나 하면서 실수로 코팅을 긁어버릴 위험이 있음(덕분에 정비 메뉴얼에도 캐노피 닦을때 절대로 조심하라고 강조되어 있음). 반면 F-22는 아예 두 장의 폴리카보네이트 사이에 ITO 재질을 끼워넣고 압착해버리는 방식이라 이런 긁힘 문제가 없음. F-35는 한장의 아크릴 계열이라 하는걸 보니 아마 다시 외부 코팅 방식으로 돌아갔을 듯 함.



한편 '전파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한 투명창'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음. 바로 전자레인지. 공돌이 입장에선 전자파 손실 방지 + 전자파 안전규정 준수를 위하여 그 부분을 금속을 콱 막아버리고 싶지만 고갱님들은 내 음식이 잘 익고 있는지 꼭 눈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의 문짝에 투명재질의 전파투과 방지 코팅처리를 한 창을 내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