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예전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5년차 전역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가게 된 길이 어떤 계획이나 비전 없이 무심결에 넣은 원서가 덜컥 합격통지를 받게 되면서부터였기도 했고...
비로소 느끼게 된 계급장에 무게에....... 개인적으로 맘에 두었던 사람이 제 곁을 영원히 떠나며 정말로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병들을 상담해 주는 주제에 정작 제 자신은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지금처럼 비오는 날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제 집에 와서 옷이란 옷은 다 빨아놓고 퍼질러 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는데
법원에서 실무관으로 일하는 친구가 뜬금없이 전화로 여자 동료 한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합니다...

날짜는 다음날... 일요일....
그런데 전화가 온 날은 토요일 저녁 여덟시...

아침이 되었지만 옷은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까지 나고...

제가 입고 있던 옷은 무슨 예전에 저희 살던 집이 재건축 될때 조합에서 나눠준 구호 쓰인 티셔츠였습니다ㅡㅡㅋ
이걸 입고 나가라고...?

저는 사정사정해서 다른 친구의 자취방에 들러 그녀석의 옷을 빌려 입었는데 이녀석도 본가를 두고 올라온 놈이라 옷이 변변한 게 없어서 어거지로 그놈의 은갈치같은 검회색 정장을 입고 나갔습니다

저를 보고 막 웃더군요.... 첫날부터 스타일을 구겼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헤어졌는데.... 다음에 언제 한번 더 만나자고 하더라구요...
그때는 첫날과 다르게 나름 꾸며서 케주얼하게 입고 갔습니다....
둘이 한강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영화 이야기부터...
동료들의 뒷다마....(친구가 회식때 드럽게 논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ㅡㅡㅋ)
이런저런 고민...
걷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고... 잠시 길을 걷다가 어떤 곳에서 발걸음을 잠시 멈추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남을 계속하다보니 어느날 제게 물었습니다...

ㅇㅇ씨는 전역하신거에요?....
아니요, 아직 군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늘 사복을 입고 나오세요....?
바깥에서는 사복이 더 편해서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게...

ㅇㅇ씨는 군복 입으신 모습도 멋있을것 같아요...

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흐르고.....
서로에게 하는 존댓말이 반말로 바뀌고 저와 그녀 사이에 아이들이 생긴 뒤에도.........
저는 지금도... 집에 들어갈때 전투복을 입고 갑니다...

이제는 보지도 않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