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공수부대를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어렸을때 간혹 '안되면 되게하라~'나 '~~구름을 찬다' 이런 군가를 하기도 하셨음
하지만 삼촌들은 아버지 군생활 이야기만 나오면 실실 웃으시다가 아버지는 곧잘 그 이슈를 회피하시곤 했다
201x년 명절에 친척들이 모인 자리,
사촌동생이 입대한다고 말하자 삼촌들은 다시 군대 이야기를 풀곤 했다
그냥 무난한 육군으로 전역한 둘째삼촌,
11사단 훈련소에서 만난 동기들과 30년째 연락하며 아직까지 모임을 유지하는 막내삼촌까지
그 이야기를 듣다가 드디어 아버지 군생활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다
"형님은 똥방위였잖아요 ㅎㅎ"
"내가 무슨 방위야!"
"에이 형님~ㅎㅎ"
이렇게 시작된 아버지 군생활 이야기는 꽤나 스펙타클했다
할아버지를 닮은 신체로 인해 몸이 매우 탄탄한 아버지는
훈련소에서 공수부대에 끌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당시 공수부대는 일반 부대보다 사망률이 더욱 높았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어서 나온다'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소중한 장남이 공수부대에 끌려가자 할머니는 기겁을 하시고
근처 지역 유지로 있던 퇴역 장교에게 사정을 하셨다
그 사람은 처음엔 힘들다며 퇴짜를 놓는 척을 하다, 밭 몇마지기 돈을 받고는 시간이 좀 지나 아버지를 나름 편한 부대로 빼 주었다
아마 후방부대의 보급계로 전출가셨다는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는 천상 군인체질이었고, 공수부대에서 나름 군생활도 잘 하셨던거 같다
그래서인지 일년가량의 공수부대 생활에 약간의 자부심이 있으셨던 것이고, 삼촌들은 후방으로 빠져 보급으로 꿀(?)을 빤 아버지를 놀렸던 것...
아버지는 그 사실이 밝혀지자 꿀을 빨았다는걸 부정하시고는
나에게 평생 들려주지 않았던 군생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덫이나 사냥으로 야생동물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부터,
(시골에서부터 덫이나 청산가리로 사냥을 꾸준히 하셨었다)
매우 더러운 드럼통에 식판을 그냥 넣었다 뺏다 하는 식기세척 이야기, 모 작전(정떡)에 투입되었던 선임과 하사관들 이야기 -아버지는 연관X- , 그리고 훈련 이야기까지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훈련이 끝나고 막사로 복귀했는데, 군장과 기타 물건들을 깜빡하고 몽땅 훈련장에 놓고 온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걸 뒤늦게 알아챈 아버지는 취침시간이 되자마자 초병을 눈을 피해 부대 담장을 넘었고
걸어서 왕복 몇시간은 넘는 부대 훈련장까지 달빛을 보고 걸어서 놓고 온 물건을 다 챙기고 다시 부대로 잠입에 성공했다고...
최근 남한산성에 갔을때 훈련장 이야기를 하시던데
아마 옛날 공수부대 훈련장이 거기었나 싶다
그렇게 공수부대에서 군생활을 하다 갑자기 뜬금없이 경상도의 후방 부대 보급으로 빠진 것이다
보급계 일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이야기해주시지 않았지만
실실 웃는 삼촌들 입에서는
아버지가 역대급 꿀을 빨았니,
부대 내 A급 물건을 빼돌렸느니,
똥방위 저리가라할정도의 가라 군생활이었느니 온갖 음해를 하셨고
아버지는 "그 물건들 니들도 썻잖아"하며 응수하셨다
아직도 시골 할머니집 장롱 한칸엔 아버지의 A급 민무늬 군복이 있다고는 하는데
내가 아주 어릴때 한번 본 기억이 있고 그 이후론 본적이 없다
방구석 한켠에 박혀있던 쌈지주머니
그걸 여니 곧바로 나온 공수?마크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
화투칠때 종종 꺼내곤 하는 담요
진짜 아직 봐도 A급에 새거같은데 군에서 들고왔다는 소리를 듣고 까보니 82년 물건이더라
삼촌들 왈 전역할때 A급 모포를 무지 챙겨 나오셨다고...
화투 칠 때 군용 모포는 국룰이지 - dc App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