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씨는 메고 왔던 총과 수류탄을 강가에 벗었다. 여기까지 올 동안엔 혹시 있을 모를 교전을 각오하며 무기를 휴대했지만 강을 넘어 남쪽에 도착하면 무기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총알이 날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비무장 상태라면 훨씬 안전할 것 같았다. 강을 헤엄치기엔 총이 무거운 이유도 있었다. 한국군 초소에 도착하면 흰 면내의를 벗어 흔들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는 북한강에 뛰어들었다. 강을 무사히 건너 한국군 최전방 감시초소(GP)를 향해 골짜기를 타고 올라갔다. 남쪽은 지뢰밭이 어디 있는지 몰라 그냥 정신없이 올라만 갔다. 한국군 초소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없었다.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기다렸는데도 사람이 나올 기미가 없었다. 그는 돌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군인 한 명이 문을 열었다.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던 군인은 안에다 뭐라고 소리쳤고, 그제야 병사들이 우르르 나왔다. 그는 병사들과 함께 내무반에 들어갔다. 포박하지도 않았다. 젖은 옷을 벗게 하고 운동복을 주며 입으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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