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대(의경중대, 방순대 포함)에는 부사관 역할을 하는 직원 경찰관(경장~경사)들이 존재함. 이들을 부관이라고 불렀음. 이분들이 소대장처럼 1개 소대씩 맡음.
보통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근무하다가 순환배치 되는 분들인데, 20대 애새끼들 다루는게 여간 기합이 아닌지라 좀 기피보직임. 그래도 잘 지내는 분들도 계심.
우리 부관중 한 분은 80년대에 전경 징집되서 전역했다가 나중에 다시 경찰순경으로 들어와서 경사까지 올라온 케이스였음.
당시 우리 중대는 서울 내에서도 훈련 못하기로 유명한 병신들이라서 소문이 자자했음.
근데 이양반은 사고만 치지 말라고 할 뿐 딱히 갈구지 않음. (근데 내무부조리는 다 묵인함. 씨발련.)
아무리 하꼬중대라도 훈련은 해야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뒷산에 만들어둔 연경장(오타 아님)에서 진압훈련을 함.
근데 우리가 봐도 우리 너무 못하는거임 ㅋㅋㅋㅋ
부관님 한숨 푹 쉬더니 전원 앉은 자리에서 담배 좀 태우라고 하더니 자신 군대 이야기를 해줌.
80년대 중반에 육군에 입대한 부관님은 훈련소에서 중대 전체가 전경으로 차출됐음. 시위가 많았던 당시에는 매우 흔한 일이었음.
서울로 보내진 부관님은 국방색 투성이던 보급품을 전부 푸른색 경찰 기동복으로 바꿔 입고 서울청 소속 전경대로 전입감.
전입오자마자 동기들하고 따블백을 입에 문 채로 연경장을 오리걸음으로 거의 백바퀴 돌았다고 함.
그 시절에는 시위가 너무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전의경들이 쉴 틈이 거의 없었음. 상황 나갔다가 하루 쉬고 다시 나가고, 또 검열훈련도 해야하고 기타 교통이나 행사지원 같은 잡무도 해야했음. 바쁠 땐 그냥 맨날 상황만 나감.
요즘에야 집회 하기 전에 경찰서에 신고를 하는게 일상이지만, 그때는 그런게 없었음. 좀 큰 규모의 시위는 쁘락치들한테서 사전에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대비를 하는데, 게릴라성으로 아무데서나 막 일어나는거는 알기 힘들었음. 그래서 어느 사거리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하면 5대기마냥 중대 전체가 기대마 타고 출동을 나감. 이를 '상황 나간다'고 표현함.
현장에 가서 방독면 쓰고 방석복 입고 오와열 맞추면 시위대도 본격적으로 보도블럭 깨고 화염병에 불 붙이고 싸울 준비를 함.
그 때가 전의경의 리즈시절이긴 했지만 그래봤자 전국 총인원이 육군 1~2개사단 될까 말까 할 정도였고 시위대들은 그것보다 많았으므로 시위현장에서는 숫적으로 항상 밀렸음. 최소 1:3의 머릿수가 나옴.
시위대들은 솔로플레이로 쇠파이프 좀 휘두르고 돌하고 화염병 좀 던져대는게 전부였음. 하지만 경찰쪽은 밀집대형으로 버티면서 조금씩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었으므로 쪽수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음. 마치 게르만족과 켈트족을 상대했던 로마군단병과 같음. 사실 따지고 보면 시위대들도 경찰을 때려죽이겠다는 마인드가 아니고 시위를 1분이라도 더 할 수 있게 앞에서 시간을 끌어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거품물고 달려들지 않음.
근데 만약에 시위대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면 그때부터 힘들어짐. 그럼 중대장이 상황을 보다가 "사과 까!"라고 외침.
중대원들 전원은 '사과탄'이라고 하는 동그란 최류탄을 1인당 1~2개씩 가지고 다님. 보통 방석복 주머니나 방독면 케이스에 넣었다고 함.
이건 지연신관이 꼴랑 2초라서 핀 뽑고 바로 던져야 함. 그러면 뻥 터지면서 최루분말이 퍼짐.
(비살상용이기 때문에 외피가 약함. 그래도 종종 이거 파편에 다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함.)
개당 위력은 생각보다 약하지만 수십명이 이걸 한꺼번에 집어던지면 소음 + 최루분말 때문에 시위대가 좀 동요함.
그래도 상활이 안 좋아진다 싶으면 최루탄 발사기 사수들에게 사격명령을 함. 이 탄은 사과탄하고 다르게 부피도 훨씬 크고, 1분 이상 가스를 계속 뿌리기 때문에 시위대들한테 도트뎀이 들어감. 거기다 탄 자체도 벽돌만해서 이게 날아오면 시위대들 전부 우왕좌왕했다고 함. 이게 경찰쪽의 메인 원거리딜러라서 탄소모가 아주 많았고 아예 이거 탄박스만 까는 보직도 있었다고 함.
보통 일반 대학생 시위대는 이정도 선에서 와해됨. 근데 여러개 단체가 연합한 좀 더 큰 규모의 시위에는 전문적으로 빠따질만 하는 사수대가 꼭 껴있기 때문에 더 어려워짐. 쪽수는 거의 1:10까지도 늘어남. 제일 골치 팠던건 일반시민들까지 가세하는 경우였다고 함. 진심 머릿속으로 "저걸 어떻게 막냐?" 생각이 들고 유서써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한번은 시위대가 너무 많아서 부관님이 있던 소대 전체가 포위 당해 항복한 적이 있었음. 근데 시위대들도 사람인지라 그냥 욕만 좀 하더니 방패랑 하이바 뺏고 보내줌.
근데 돌아오니까 이번엔 중대장 포함해서 내리갈굼으로 존나 갈궈댐. 특히 장비 빼앗긴거 가지고 개지랄을 해서 다시 시위대한테 가서 치욕적으로 방패 돌려달라고 했다고 함. 근데 다른 중대 넘버가 적힌 방패를 줘서 또 갈굼 당함. 거기다 부대복귀해서는 환복도 못하고 버스에서 선임들한테 개처럼 쳐맞으셨다고 함.
그래서 시위대한테 쳐맞는 것보다 털렸다는 죄목으로 선임들한테 쳐맞는게 더 두려웠다고 하셨음.
이럴 땐 '다연발'이라고 부르는 대형 최루탄 발사기를 꺼내서 방열하고 갈김. 위의 산탄총으로 쏘던걸 한번에 수십발 쏴제끼는 거임. 대신 재장전이 그만큼 오래 걸렸고 등짐으로 옮길 수 있는데 존나 무거웠다고 함. 원래는 페퍼포그에 달리는 건데 저것만 떼서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았다고 함.
가끔은 위의 최루탄들 전부 다 써도 버티는 시위대들이 있었다고 함. 그럴 때면 보도블럭 날아온거 주워서 다시 던지고, 하다못해 노획한 화염병까지 집어던졌다고 함.
결국엔 어떤 시위든 청자켓에 거북이방패를 든 사복중대(백골단)가 골목에서 막 튀어나와 막타를 갈김. 원래는 군출신 경찰관들로 만들어졌는데, 이 특유의 포스 때문에 시위대가 뜨기만 하면 도망침. 그래서 일부 부대는 전의경들한테도 사복을 입혀서 유사 사복중대로 운영함.
이 부관님도 전역하고 다시 경찰에 들어갔을 때 사복중대 소속으로 몇년 복무했었음.
이 양반이 이 이야기를 해주면서 담배를 한 3대 태움. 그러면서 "지금 니들이 하는건 완전 걸음마 수준의 훈련이니까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지 마라"면서 잘 좀 하자고 타이르심. 나 전역하기 몇 주 전에 다시 파출소로 돌아가셨던데, 지금은 어디서 뭐하고 계시려나 모르겠음. 아마 명퇴하고 치킨집이나 하지 않을까 싶음.
사과탄 파편에 맞아서 찢어진 사람들 많죠. 최루가스 뒤집어 쓰면 따갑다고 비비면 XX됨. 조금 참으면 여학우들이 주전자 가져와서 물로 흘려주면 괜찬아 집니다. 학교다니며 최루탄에 적응 되서 화생방할때 들가서 떠나가라 군가 6곡 부르고 나오니 포대장이 뭐 이런놈이 다 있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 시절엔 뭐, 전쟁이었으니까. 전경 애들도 피해자였고... 간혹 포위할 때도 일부 애들이 흥분해서 때릴려면은 대부분 못 때리게 말렸고.. 그래도 백골단 새끼들은 지금도 용서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