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수리온 이야기에도 댓글 달았지만....


보통 전투기건 뭐건 개발 사업 할 때 '임무중량 0000급' 혹은 '최대이륙중량 0000급' 이란식으로 중량을 표현하긴 함. 근데 개발시작도 안한 단계에서 이 숫자는 군이 무조건 지켜야 하는 요구사양으로 제시하는게 아니라 '대충 이정도 체급입니다.'라는 식으로 제시하는거임.


애당초 항공기 무게를 확정하는건 개발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나서야 가능함.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음.


항공기에 탑재할 전자장비를 설계하다보니 배선들이 예상보다 더 깔려야해서 무게가 0kg 늘어났음. 그럼 급기동중 뼈대 구조물이 늘어난 무게를 견뎌야 하므로 구조물도 강화를 위해 필연적으로 무게를 0kg 늘려야 함. 구조물 무게가 늘어나니까 이번엔 날개가 만들어야 할 양력이 무게대비 모자르니까 날개 면적도 또 늘려야 함. 당연히 이러면 날개 무게가 늘어남. 무게도 늘고 날개 면적도 늘어서 항력도 늘다보니 연료소모량이 더 많아진 관계로 이번엔 연료탑재량도 늘려야 함. 다 종합해 보니 무게가 00kg 늘어났으니까 착륙시 랜딩기어가 버티도록 랜딩기어 구조물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해서 무게가 또 늘어남. 그럼 이 랜딩기어 지지 구조물을 위해 무게는 또 늘고, 그러면 또 날개 면적이 더 필요하고, 그럼 또 나빠진 연비를 위해 연료탑재량은 더 늘리고......


다른 분야도 비슷하긴 한데, 특히나 항공기는 설계를 구체적으로 해 나갈수록 무게에 있어서 소위 말하는 눈덩이효과가 발생함.


그리고 항공기 설계는 워낙에 복잡 다양한 분야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계팀이 여러 조직으로 나뉘어 있음. 이를테면 누구는 공기역학을 담당하고, 누구는 구조물을 담당하고, 누구는 엔진을, 누구는 전자장비를, 누구는 환경제어 시스템을, 누구는 조종시스템을....


그리고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소위 '마진'을 두고 설계를 함. 그래서 서로 마진을 두려고 하기 시작하면 설계가 중구난방이 되기 때문에 일종의 이를 총괄하는 체계팀이 부체계들의 설계를 조율함. 이때 보통 형상, 내부공간, 그리고 중량을 조율하게 됨.


허나...



이건 군 입장에서 크게 신경쓸 부분이 아님. 사용자 입장인 군으로서는 무게 자체가 10kg이 늘어나건 100kg이 늘어나건 그것을 심각하게 신경쓰지 않음. 단지 성능과 비용을 신경쓰지. 하지만 십중팔구 중량이 늘면 성능과 비용에 악영향을 주게 되있음.


하지만 군이 연구자들도 아닌데 무게를 몇 kg 줄여라 마라 관여할 수는 없음. 군이 관심 있는 부분은 성능이나 비용쪽이고, 그게 요구조건을 만족하는지를 볼 뿐임.


그래서...


아래 다른 글에 있었고 다른 양반이 설명하긴 했지만 수리온이 임무 중량이 1만5천 파운드였는데 군이 임무중량을 1만6천 파운드로 늘렸다.라는건 말이 안되는 거임. 애당초 군이 직접 항공기 중량을 반드시 지켜야 할 목표 값으로 제시하지도, 그걸 실제 요구사양으로 내걸지도 않기 때문임.


보통 군이 제시하는 요구사양은 이런식임.


1. 고도 얼마에서 가속력 얼마

2. 고도 얼마에서 최대 속도 얼마

3. 탑재할 수 있는 무장은 최대 얼마

4. 탑재해야 할 레이더 성능은 어느정도, 전자전 장비 성능은 어느정도, 무전기는 어느정도, 항법장비 성능은 어느정도

5. 승무원은 몇 명



6. 아래 제시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함.




- 전투시 외부연료탱크 투하

- 미사일 발사 및 기관포 탄약 1/2 소모

- 전투개시후 선회 7회.

- 마하 0.9에서 (보안) 속도까지고도 3만피트에서 가속

- 고도 2만피트로 XXX만큼 떨어진 기지로 귀환


(이게 소위 말하는 임무 프로파일인데, 이걸가지고 공돌이들이 계산하면 주어진 임무를 만족하기 위한 성능과 필요한 연료량이 정해짐. 즉 군이 연료 얼마 탑재하라고 제시하는게 아니라 군이 요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연료를 얼마 실을지 공돌이들이 계산해야 함. 당연하지만 요구되는 임무 형상이 여러개인 경우도 있음.)


7. 비용은 얼마

8. 1회 임무당 소요되는 유지비는 얼마

9. 1회 임무를 위해 소요되는 정비는 정비사 몇 명이 붙어서 몇 시간 이내


.....



이런식임.


사실 구체적으로 설계를 해야만 정해지는 성능이나 기타 요구사양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보통 성능 : 000 (TBD)로 두기도 함. 즉 '추후 결정(To Be Determined)'이란 말임.


결론적으로, 항공기 중량은 성능과 비용등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항공기 체급을 이야기할때 기준이 되는 값이기도 하지만 그것 자체가 군의 요구사양 목표치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음.


물론 드물게 군이 항공기 개발시 제한무게를 두는 경우도 있긴 한데, 주로 항모운용 항공기들임. 이런 것들은 엘레베이터 사용하려면 제한 무게가 있으니까(더불어 당연하게도, 함재기들은 항모 갑판 아래 격납고에 넣어야 하므로 크기도 제한치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