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입니다. 유진 조던을 비롯해 많은 보병들이 수많은 상륙정에 몸을 실었습니다.

분위기는 좋습니다. 저마다 웃고 떠들면서 전공을 세우리라 재잘거립니다.

수송함의 램프 도어가 열리면서 상륙정이 하나둘 출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파도가 밀어닥칠 때면 어김없이 내부로 물이 쏟아졌습니다. 병사들은 물을 맞으며 웃었습니다.

상륙정과 함께 방수포를 뒤집어 쓴 셔먼이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천천히 앞으로 나가는 모습은 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조던은 바퀴가 달린 상자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상륙정이 어느정도 나아갔을 즘. 상륙 부대를 축복하기라도 하듯이 연합군 함정에서 예리한 소리와 함께 상륙정 머리 위로 로켓들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습니다.

병사들이 환호하면서 그 모습을 눈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기대하고 있던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뜬금없이 살려달라는 비명 소리가 방금까지 조던이 보고 있던 셔먼에서 들려왔습니다. 2m가 넘는 파도가 셔먼의 방수포 안으로 들이치고 있습니다. 어떤 차량은 이미 기동을 멈추고 침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다시 상륙정 안으로 파도가 밀어닥칩니다.

조던도, 다른 병사들도 더 이상 웃을 수 없었습니다.

첫 파의 상륙정 중 가장 먼저 해변에 도달한 함정이 램프 도어를 개방했습니다.

전장엔 탱크도, 약속한 로켓으로 만든 엄폐물도 없습니다. 철조망들과 각종 장애물들은 멀쩡합니다.

병사들이 선뜻 나서길 주저하는 순간, 안개 낀 저 멀리서 콩볶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비처럼 쏟아졌습니다.


해변에 닿지 않은 상륙정에서 참상을 바라본 병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뒤늦게 스물아홉 대 중 단 두 대의 셔먼이 상륙했지만 역부족입니다.

곧이어 조던이 탄 상륙정이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추고 램프 도어를 개방했습니다.

"RUUUUUN!"

누가 외친 소리인지 모릅니다. 돌격도 아닌, 뛰어! 를 들은 병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조던은 발을 헛디뎌 바닷물에 얼굴을 쳐박았습니다. 허우적거리며 몸을 일으킨 조던은 켁켁 거리면서 물이 허리까지 올라오는 바다를 가로지릅니다.

콩볶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면서 연신 북소리가 울립니다. 총탄이 물에 튀던, 직접 탄착 되던, 복부에 맞은 병사들은 작은 헛숨을 뱉으며 고꾸라졌습니다.

팔과 다리에 맞은 병사들은 비명과 함께 쓰러졌습니다.

모래사장으로 나온 조던의 숨은 턱까지 차올랐습니다. 손은 물에 젖은 솜처럼 처졌고, 다리는 뻘이된 모래를 긁습니다.

호승심과 공명심은 옛말이 됐습니다. 그저, 덫에 걸려 .22lr탄에 맞아 죽어가는 쥐처럼 후회와 분노만이 상륙한 연합군 사이에 감돕니다.

몸이 식은 조던의 눈가에 뜨거움이 차오릅니다. 눈앞이 흐려지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코끝이 아려옵니다.

조던은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 발을 내딛은 순간, 다진 핏덩이가 되어 날아갔습니다.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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