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4~72시간에 걸쳐 우크라이나는 북부/남부 하르키우 일대의 잔당들을 모조리 청소하고 하르키우 주를 완전히 수복했다고 선언할 것으로 보임


오스킬 강 동안으로 가는 요충지인 리만은 현지 부대가 '우리는 이빨로 버티고 있다'고 할 정도로 처절하게 항전중인 모양이지만. 리만이 마리우폴도 아닌데 오래버티진 못할것임


이정도면 하르키우 공방전의 승패가 결정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고, 이번 공방전의 전개로 드러난 점, 그리고 이 승리가 추후 전쟁 전개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보고자 함



1. 하르키우 공방전의 의미


1) 러시아 전략 예비대의 고갈


친러/친우 양쪽의 분석가들 및 우크라 정부 발표에 따르자면, 우크라는 헤르손에 양동을 건 뒤 러시아가 하르키우 일대의 병력을 빼서 헤르손으로 옮기자 텅 빈 이지움 일대를 급습한 것으로 추정됨


러시아 국방부 역시 하르키우 전선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았을텐데 그 일대의 병력을 차출해 한참 먼 남부전선으로 옮겼다는 뜻은, 러시아군 총참모부 차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전략 예비대가 부재함을 뜻함


혹자는 월면나치와 싸우는 전설의 3군단이 있지 않느냐 하겠지만, 러시아 국방부가 수개월에 걸쳐 짜낸 3군단은 현재 이지움~ 쿠퍈스크 일대의 어딘가에서 고철더미가 되어 뒹굴고 있을 것이라는게 관전자들의 중론으로 보임



2) 골든 크로스


'이제 우리 독일군과 소련군은 완전히 동격이다. 우리만 할 수 있고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


-쿠르스크 전투 이후 독일군 장성이 남긴 말-


이제 러시아군만 할 수 있고 우크라군이 할 수 없는 일은 학살과 도둑질을 제외하면 하나도 없음. 반면 우크라군만 할 수 있고 러시아군이 할 수 없는 일은 널려있음


지난 6개월에 걸쳐 러시아군은 숙련된 베테랑과 장비물자를 지속적으로 소모하며 약해져왔고, 우크라군은 각지에서 끌어모은 신병들을 훈련시키고 해외의 물자지원을 받으며 강해져왔음


한쪽은 강해지고 한쪽은 약해지는 상황에서는 언젠가 두 진영 간 파워밸런스가 역전되는 지점이 오게되어있고, 그것이 바로 지금임



3) 러시아 대전략의 붕괴


푸틴과 라브로프가 공식석상에서 지껄이는 헛소리를 제껴놓고 전장의 현실만 보자면, 6월에 돈바스 공세가 돈좌한 이후 러시아군의 목표는 뻔했음


참호 파고 우주방어태세로 전환한 뒤, 서방이 가스값에 지쳐 나가떨어질때까지 우크라군의 공세를 막아내어 전선을 교착상태로 질질 끌어 우크라를 협상장으로 끌어낸다


이번 전투에서 명백하게 밝혀진 것은, 러시아군은 교착상태를 만들 능력따위는 이제 없다는 것임



2. 하르키우 공방전으로 얻은 성과


승리는 단지 거뒀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꿈. 국민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고 정복지에서 얻은 수많은 자원들을 가져다주며 적의 전력을 깎아먹고 전략적 상황마저 타개할 수 있음


2차대전 독일은 양면전선이라는 전략적 난제를 폴란드/프랑스의 전술적 승리로 일시 극복했으며, 일제는 석유 끊기고 망할 처지였던 전략적 열위를 진주만과 뒤이은 남방작전으로 타개했음. 아마 독일과 일본 모두 초반의 대승이 없었다면 1943년쯤에는 베를린 공방전이나 구레군항 공습 뛰고 있었을껄


우크라 또한 이번 승리로 막대한 이득을 얻었는데, 이를 하나하나 검토해보도록 하겠음



1) 공세의 주도권 확보


이번 승리는 전적으로 러시아의 전략예비대 부재를 이용한 성동격서가 가능했기에 달성될 수 있었음. 그리고 러시아의 전략예비대 부재는 이번 전투로 인해 훨씬 더 심해졌으며, 앞으로 개선될 여지도 없음


이게 무슨 뜻이냐? 우크라는 똑같은 전략을 앞으로 계속해서 써먹을 수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가 때리는대로 맞아줄 수밖에 없다는 말임


하르키우 전투 이후 우크라가 다른 전선, 이를테면 자포리자나 도네츠크에 공세를 갈긴다고 해보자. 전략예비대가 없는 러시아로서는 다른 전선에서 역공을 할 수도 없고 우크라의 공세를 격퇴할 전략 예비대도 없음


결국 러시아는 그 전선을 방치하던가 다른 전선에서 전력을 추출해오던가 해야되는데, 전자의 경우 우크라는 예비대를 투입해 공세를 지속, 해당 전선을 붕괴시키면 그만이고, 후자의 경우 하르키우 시즌 2가 반복될뿐임


앞으로 우크라는 언제든 원하는 장소에서 공세를 할 수 있고, 러시아는 대규모 후퇴 이외에 그걸 막아낼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말임



2) 러시아의 불안 유도


이번 전역에서 러시아 밀블로거 등 선전매체에서 튀어나온 불만은 익히 알려져 있음. 강경매파들은 이제 푸틴 정권마저도 고까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며, 이번 전투가 끝나면 게라시모프든 쇼이구든 거물급 하나는 모가지 쳐서 제물로 바쳐야 할거임


더군다나 러시아 추계징병(10월 1일부터 시작)이 20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터진 이번 재앙은 전역이나 계약 갱신을 앞둔 고참병, 입대를 앞둔 징병자원들에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거임


※ 러시아군이 강제계약을 시도한다는 증언이 있긴 하지만, 10만명이 넘을 전역자원을 상대로 전부 그 짓을 하긴 불가능함. 헌병이나 독전대 애들은 전역 안하겠음?


전쟁이 6개월이 지난 현재, 징집병은 전선 안보낸다는 말은 이제 러시아 내에서는 누구도 믿지 않을거임. 하르키우에서 발송된 전사통지가 퍼지면 징집예정자들 중 과연 순순히 입대하려 하는 애들이 있을까?



3) 대 국제사회 선전


우크라 전쟁이 6개월 넘게 끌리면서, 세계인들의 시선이 점차 우크라를 떠나고 있던 건 사실임.


러시아로서는 '겨울이 되면 지친 서구인들 사이에서 협상론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전략을 밀어볼만한 가능성도 꽤 있었고, 실제로 가스값 관련해서 시위까지 났던것도 사실임


근데 이번 승리로 그 전략은 붕괴했음



이성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앞으로 우크라가 계속 우위를 잡을게 뻔한 전쟁에서 협상론이 나올 이유가 없음. 계속 싸우면 결국 이길텐데 왜 협상함? 러시아 프락치 소리 듣기 딱 좋지.


감성적인 측면에서 보면, 하르키우 전선 해방 이후 곳곳에서 제 2,3의 부차가 발견될 징후가 보이고 있음, 그리고 러시아군 꼬라지를 보건데 머잖아 크게 터질거임


매스미디어가 발달하고 NGO가 융성한 21세기에, 도덕적 명분은 때로 국가의 이해타산조차 넘어서기도 함. 부차 학살이 터졌을 당시 르펜이나 메르켈 등의 친러파 정치인조차도 비난성명을 날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기억할것임.


제 2,3의 부차가 터질게 뻔한 상황에서 협상을 하자고 나서는 사람은 '그럼 너는 러시아의 학살에 찬동한다는 뜻이냐?'는 비판을 각오해야 함


물론 가스값 오르는게 무서운 것이 학살 찬동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그닥 논리적이지 않지만, 원래 선전선동이 감성에 호소하는거지 이성에 호소하는게 아님



3. 결론


키이우 공세의 실패가 러시아의 승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 하르키우 전투의 승리는 이 전쟁에서 러시아의 패배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음


안그래도 부족한 러시아의 보병전력은 이번 전투로 완전히 결단났고, 전략예비대가 부재한 러시아는 앞으로 때리는대로 처맞을 수밖에 없음



물론 푸틴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기적을 바라면서 계속 버티긴 할거임. 아마 망하기 직전에는 총동원령 한번 때리려는 시도 정도는 할거고,


당장 나올 조치로는.... 우크라에 대한 전쟁선포가 있겠네. 처발려서 튄 이후 부랴부랴 전역원/계약해지 서류쓰고 있는 애들 탈주하는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할테니.


어차피 하르키우 전선의 참상은 숨길 수 없음. 그렇다면 전쟁선포를 통한 국가적인 위기감 고취 및 전시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해 지지율 결집을 노리고 반푸틴세력의 입을 틀어막은 뒤 이런저런 방법을 써서 의용병을 충원한다.... 정도의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함


의용병 충원이 잘 될리는 없으므로, 아마 상상을 초월한 행태가 여럿 벌어지지 않을까. 이를테면 우나르미야의 전선 투입이라던가 소수민족 공화국에서의 프레스갱이라던가 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