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코리아 시절 외국에서 올라왔던 월남전 수기중 한국어로 번역된 수기였는데, 많은 밀덕들 배꼽을 빠지게 만들었었음. 05년에는 플래툰에도 소개가 됐었고.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정보의 휘발성이 강한 월드와이드웹 시대의 특성상 그렇게 묻혀버렸는데...


  하지만 왜인지 오늘 그 수기가 생각나서 플래툰 과월호를 뒤져보니 역시 이 수기가 실려있더라고. 못 본 밀덕들도 한번 보고 웃어보라고 밤중에 열심히 필사해서 옮겨 적어봄.


  짤방은 수기에 실린 사진은 아니지만 수기에 깊은 영향을 준 총들이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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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규칙이나 규제는 저주가 될 수도 있지만 축복이 될 수도 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한테 물어보라. 분명 누군가는 규칙과 규제 속에서 평화를 얻겠지만 누군가는 혼란과 낭패를 겪을 것이다. 또한 누군가는 그것을 피하려고 하겠지만 누군가는 그것이 창의력과 혁신을 위한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자, 이제 1969년에 필자가 있던 베트남 주둔 미 해병 제 16항공단에 새로운 규정이 어떤 일을 만들었는지 보자.

  

  당시 이곳에서는 헬리콥터 조종사들에게 새로운 규정이 생겼다. 바로 스미스&웨슨(S&W)의 .38구경 「 에어웨이트 」 리볼버가 이들의 제식으로 지급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뜻밖에도 '창의적인 혁신'의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필자는 여기서 그중 기억나는 한 아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비록 필자와 동료들은 터프한 베테랑이 되려면 갈 길이 한참 남은 풋병아리 소위~중위들이었지만, 최소한 대학 수준의 학력 소지자로서 이 에어웨이트 리볼버가 실은 오떤 물건인지 깨닫기에는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무용지물이었다.


  이놈의 권총은 지금은 잊혀진지 오래인 공군의 요구조건에 의해 납품된 총이다. 아마도 그 요구조건은 '무조건 작고 가벼우면 된다' 였겠지만, 어쨌든 알미늄 프레임이라 가벼울 뿐, 5연발에 총열도 형편없이 짧은(아예 없지는 않다!) 이 총은 결국 공군에서조차 무용지물 판정을 받고 폐기처분만 기다리던 판이었다.


  마침 해병대에서 헬기 조종사들에게 줄 호신용 권총이 필요했고, 용광로애 들어가기 직전이던 에어웨이트를 얻어온 것이다. 사실 서류상으로만 보면 완벽했다! 좁은 핼기 조종석에서도 전혀 방해되지 않는 작고 가벼운 총인데다, 무엇보다도 '공짜'가 아닌가!


  이론상으로는 공군(재고 떨었다!)도 해병대(공짜로 총 생겼다!)도 모두 행복한 거래였지만, 그걸 받는 조종사들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집에 들어온 좀도둑 상대라면 모를까, 누가 봐도 전쟁터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같이 딸려온 섹시한 가죽제 숄더 홀스터조차도 그 사실은 바꾸지 못했다.


  물론 우리 모두 는 헬기의 스로틀이 아니라 총의 방아쇠를 당길 때는 정말 '갈데까지 간' 상황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참호가 아니라 조종석이야말로 우리가 능력을 발휘할 곳이라는 것도 물론 잘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에서는 '만의 하나'라도 대비하고 싶어지는 법. 나와 동료들은 사거나, 바꾸거나, 심지어 훔쳐서라도 '진짜 전쟁터'에서 안심하고 목숨을 맡길 무기를 조달했다.

 

  물론 가장 얻기 쉬운 것은 M16이었다. 부상병을 헬기로 나를 때에는 대개 소총을 포함한 부상병의 개인장비도 같이 실렸다. 이 장비와 무기는 야전병원에서 가지고 았다가 일정한 절차를 밟아 원래의 부대로 돌려보내야 하지만, 사실 어느 병원도 부상병이 올 때 총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아니, 많은 곳이 아예 대놓고 받지 않았다.


  사실 부상병 다루는데도 정신이 없는 병원 입장에서는 규칙대로 총과 장비를 돌려보내는대 필요한 수많은 절차까지 밟을 여유 따위가 없었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 쳐도 보관할 장소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많은 부상병들이 남기고 간 총은 우리 부대 곳곳에 넘쳐 흘렀다.


  당연히 부대에는 조종사들에게 주어진 뒤에도 엄청나게 많은 M16들이 남아 돌았는데,('남아 돌았다'고 쓰고 '불법적으로 쌓였다'고 읽는다- 규정상으로는 그곳에 있으면 안되니 말이다.) 결국 이 총들을 때때로 드럼통에 가득 채우고 근처 바다에 던져버려야 했다.


  물론 아무 의미도 없이 던지는 것은 아니었다. 물에 가라앉지는 않을 정도로 총을 채운 드럼통은 바다 위에서 딱 좋은 표적이 되었고, 헬기의 기관총수기관총 사수들은 이것으로 .50구경 중기관총 사격 연습을 신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총들은 역사적으로도 명품이지만 베트남에서도 많은 동료들의 목숨을 건졌다. 존 브라우닝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M16 외에도 산탄총이나 칼빈, 그리스건이나 심지어는 톰슨까지 있었고(이들 구식 총기는 정식으로 부대에 있던 총들이지만, M16이 넘쳐흐르던 판이라 아무도 쓰려고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몇 자루인가의 XM177(CAR-15라고도 흔히 불린)도 부대로 흘러 들어왔다. XM177은 M16에 비해 좁은 조종석에 넣기도 편리했고, 보기에도 '한가닥 하는' 인상이어서 많은 조종사들이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부대의 선망의 대사잉 된 것은 '스웨디시 K'였다. 우리가 가진 그 어떤 총과도 닮지 않은 이 총은 마치 제임스 본드가 카지노에 가득 찬 악의 무리를 쓸어버릴 때 쓰지 않을까 싶은 엑조틱한 느낌이 있엇다. 총의 주인은 숫제 "이 총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SMG중의 하나가"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아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 비행댕 조종사들중 이 총을 탐내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디자인도 이국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좁은 조종석에서 휴대하는데 이렇게 딱 맞는 자동화기는 적어도 우리 주변에는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총의 주인이었다.


  상급 부조종사이자 곧 기장으로 진급할 이 친구는 매우 거만하고 동료들로부터 매우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총이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었으며, 오히려 그걸 즐기기까지 했다.


  이 친구는 절대로 이 총의 출처는 밝히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에어 아메리카(베트남과 라오스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운영되던 민간 항공사. 실은 CIA가 운영에 깊숙히 관여했으며 CIA의 작전도 자주 수행했다) 조종사들로부터 사들인 것이 분명했다. 에어 아메리카의 조종사들은 우리 작전구역에 종종 출입했고 이들이 CIA와 관계됐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에어 아메리카의 조종사들은 종종 스웨디시 K나 우지같은 '「 쿨 」하게 생긴' 기관단총들을 차고 다녔다.


  비록 어디에서 총이 나왔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끝끝내 알 수 없었지만, 그 외의 비밀은 속속 드러났다. 장교조차 한 방을 서너명의 동료와 1년이나 나눠야 하는 전쟁터에서 프라이버시는 없는 법이다. 비록 스웨디시 K의 주인과 같은 방을 쓰지는 않았지만, 부대 주변의 소문은 순식간에 들어오는 법이다. 듣자하니 총의 주인은 총에 500달러를, 탄창을 하나에 50달러씩 내고 세 개를 샀다. 하지만 판 사람은 탄약은 한 발도 안 끼워준 모양인데, 불행히도 베트남전 당시 미군 공식 보급망에는 9밀리 탄약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 굴할 총 주인이 아니었다. 스웨디시 K를 쓰는 또 다른 곳, 바로 그린베레 기지에 들렀을 때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믄 여기서도 공따는 없었다. 2차 대전때 독일에서 만든 낡은 9밀리 탄을 한 발에 무려 1달러나 부른 것이다. 그걸 무려 300발이나 샀다!


  아무리 '「 쿨 」한' 총이라지만, 한자루에 1,000달러는 좀 심했다. 게다가 그때의 1,000달러는 지금보다 몇 배나 큰 가치를 사진 돈이었다. 하지만 총 주안은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었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조종석에 걸린 스웨디시 K는 정말 멋졌다!

  

  하지만 한 가지 불행이 있었다. 총 주인이 단 한발도 못 쐈다는 것이다. 기껏 비싼 돈 주고 멋진 장난감,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다는(진짜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총을 쏴보지도 못한는 것 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자, 이제 우리의 주인공은 헬기 기장으로 승진하자마자 이 불행을 끝낼 작전을 짰다.


  어느 날, 우리의 주인공은 해병 정찰팀을 픽업하기 위해 CH-46을 타고 출동했다. 미리 통보받은 대로 주변에 적의 저항은 전혀 없었다. '승객'을 모두 태우자 헬기는 이륙했고, 우리의 주인공깨서는 부조종사에게 조종간을 맡기고는 스웨디시 K를 들고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뒤쪽의 창 밖으로 총구를 내밀고는 아래의 정글에 신나게 갈겼다! 신난다! 한 탄창을 비운 그는 또 한 탄창을 애꿎은 정글애 퍼부었다.


  마침내 소원 성취했다!


  자, 모든 것이 잘 됐다. 하지만 단 한가지 문제가, 그것도 결정적으로 있었다. 바로 부조종사나 다른 승무원들에게 자신이 뭘 할지를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 거만한 친구는 기장이 그런 것 까지 '아랫 것 들'에게 일일히 말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거만의 댓가는 아주 혹독했다.


  스웨디시 K의 주인을 대신해 조종간을 넘겨받은 부조종사는 베트남에 갓 도착한 신참이었고, 생전 처음 겪는 실전 비행에 굉장히 신경이 날카로웠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뒤에서 콩볶는 총성이 들리자 이 불쌍한 부조종사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 처럼 자지러졌다- "적의 총격을 받았다!" 게다가 얼떨결에 조작을 잘못해 엔진 회전수까지 떨어졌고, 헬기의 고도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뒤쪽에 서 있던 수석 승무원(헬기 조종사와 부조종사 다음으로 높은 자리. 장교가 아닌 다른 승무원들의 최고 책임자) 역시 대혼란에 빠졌다. 겨우 1미터 옆에서 콩볶는 총소리가 들리고 헬기의 고도는 떨어지자 당연히 적탄에 맞았다고 생각할테고, 상황을 보기 위해 서둘러 조종실 쪽으로 달려갔지만 하필이면 바닥에는 방금 쏜 9밀리 탄피가 굴러다녔다.


  하필이면 이 탄피에 보기좋게 굴러 넘어진 승무원은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이제 문제의 헬기는 그야말로 대혼란이었다.


  CH-46의 기관총 사수들은 있지도 않은 적을 찾아 정글을 향해 기관총을 쏘기 시작하고, 이걸 호위하던 무장헬기에서는 CH-46의 기관총이 퍼부어지는 곳에 영문도 모른 채 화력을 퍼부었다. 오로지 CH-46에 타고 있던 해병 정찰다원들만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헬기 통신망에 접속할 방법이 없던 이들이 그 수라장 속에서 뭐가 어떻게 됐는지 설명해 줄 방법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기장, 즉 우리의 주인공께서 상황을 파악하고 수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연기가 나는 스웨디시 K를 내려놓고 조종석으로 돌아간 이 친구, 그래도 '짬밥'이 있는 만큼 결국 기지까지 무사히 모두를 데리고 가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 친구에게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문제의 기장, 즉 스웨디시 K의 주인장이 돌아와서 상부에 낸 보고서에는 오로지 신참 조종사가 너무 긴장해서 실수했을 뿐이고, 다른 승무원들이 여기에 과민반응을 해서 문제가 커졌다고 비난한 것이다- 모든 일의 원흉인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단 한 줄, 아니 단 한 글자도 쓰지 않았다!


  자, 이제 모든 잘못을 뒤집어 쓴 다른 이들의 분노가 타오르는 것도 당연한 일. 타오르다 못하 스팀을 내뿜기 시작했다!

 

  특히 졸지에 모든 잘못을 뒤집어 쓰게 된 수석 승무원과 부조종사의 분노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생각하면 할 수록 분노 게이지는 상승할 뿐이었다.


  마침내 참다 참다 못해 정비장교를 찾아간 이들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특하 '안전운항에 지장이 된다' '아무런 조치 없이 쏜 탄피가 잘못하면 페달 조작을 방해할 수 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도달하자 정비장교 역시 열을 받기 시작했다. 곧 이 이야기는 지휘체계를 타고 비행대장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마침내 스웨디시 K의 주인께서는 대장님 방에 부동자세로 30분동안 서 있어야 했다. 물론 그 동안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잘근잘근 '씹힌'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이제 우리의 주인공은 양자 택일의 기로에 직면했다. 5일 이내에 말썽을 일으킨 그 총을 처분해라. 안 그러면 앞으로 군대생활 하기 꽤나 힘들어질 것이다!


  이 소문은 들불처럼 부대에 퍼졌다. 순식간에 비행단 전체가 이 소식을 알았다. 이제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인정받는 SMG'였던 이 총은 순식간에 군 경력을 위협하는 애물단지로 변신했다. 누구나 원하던 이 총이 이제는 저주받은 총이 된 것이다. 총 주인은 물론 어떻게든 팔아보려고 애썼지만, 당연히 누구도 살 생각이 없었다.


  간신히 새로운 주인을 찾기는 했는데,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를 주고 샀는지는 알 수 있었다- 0달러! 결국 공짜로 줘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1,000 달러가 겨우 두 탄창 쏜 다음 고스란히 날아간 셈이었다.


  하지만, 상관에게 볶이고 1,000달러를 날려버린 뒤 소중한 총까지 잃었으면 이 친구의 성격이 조금은 나아졌으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사람은 그리 쉽게 바뀌는게 아닙니다! 여전히 그 친구는 아래의 모두에게 미움받는, 거만한 장교로 성장(?) 했으며 승진도 나름대로 잘 됐다. (어쨌든 중령까지는 간 다음 제대했다.)


  참고로 스웨디시 K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 필자를 늘 골머리 썩하게 만들었던 사실 : 도대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인정받는 SMG중의 하나'르면수 왜 내가 모를까?


  필자도 나름대로 총에 대해서는 한 지식 한다고 생각하는 처지였고, 어지간한 SMG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베트남 복무를 마치고 '속세'로 돌아온 다음에야 필자는 이 총의 정체를 알았다.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국영 조병창이 만든 M45B르는 모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자료에도 스웨디시 K라는 이름은 없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 이름은 베트남 밖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름이야 어쨌든, 그 실체도 꽤나 실망스러웠다. '최고급'은 커녕 '싸고 간단한' 총의 대명사였던 것이다- 물론 신뢰성 있고 튼튼한 총이기야 하지만 말이다. 아마도 우리의 그 오만한 총 주인님께 이 사실을 바로 그 때 이야기했으면 꽤나 볼 만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