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연설은 내용이 굉장히 길어보이는데, 사실 앞부분 60%정도는 그냥 큰 의미는 없는 시시콜콜한 역사 얘기다.
러시아는 원래 세개의 루스인 대러시아, 백러시아(벨라루스), 소러시아가 합체한 삼위일체 나라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는 한번도 루스 정체성에서 벗어난적이 없다. 이런 뻔한 대러시아 민족주의 역사 잡설이다.
근데 연설문 후반부에서 갑자기 왜곡된 역사적 인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한번도 제대로 존재해본적이 없고 러시아에서 외세들이 강제로 뜯어낸 인위적인 창조물이다"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 "Of course, some part of a people in the process of its development,..." "근데 뭐 어찌되었든 세월이 지나면서 독립된 민족의식이 생길수도 있다, 우리 러시아는 그걸 존중한다"
-> "Step by step, Ukraine was dragged into a dangerous geopolitical game... Inevitably, there came a time when the concept of ”Ukraine is not Russia“ was no longer an option. There was a need for the ”anti-Russia“ concept which we will never accept." "그러나 현재의 우크라이나는 단순한 非러시아가 아니라 反러시아다. 이건 러시아가 용납할수 없다"
-> "Who is to blame for this? Is it the people of Ukraine's fault? Certainly not..." "그런데 이것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뜻이냐? 그건 당연히 아니다. 우리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얼마나 근면성실한지 알고... The anti-Russia project has been rejected by millions of Ukrainians. The people of Crimea and residents of Sevastopol made their historic choice. And people in the southeast peacefully tried to defend their stance." 수백만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런 자국의 반러시아적 행보에 분명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 "In the anti-Russia project, there is no place either for a sovereign Ukraine or for the political forces that are trying to defend its real independence." "(서방의 사주로 벌어지는) 이 반러시아적 프로젝트에서 우크라이나의 진정한 독립은 있을수 없다"
"Again, for many people in Ukraine, the anti-Russia project is simply unacceptable. And there are millions of such people. But they are not allowed to raise their heads." "수백만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은 여기에 반대를 했으나 지금 정권에게 억압당하고 있어서 목소리를 낼수 없다"
-> "We respect the Ukrainian language and traditions. We respect Ukrainians' desire to see their country free, safe and prosperous.... Together we have always been and will be many times stronger and more successful. For we are one people." "우리는 우크라이나 언어와 관습, 독립과 번영에 대한 갈망을 존중한다.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다"
-> "Russia has never been and will never be ”anti-Ukraine“. "러시아는 결코 反우크라이나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일이 없을 것이다"
이 연설에서 철저히 러시아 자체의 관점에서만 보면 사실인 내용도 많긴 하다.
중세 키예프 루스에서 공통으로 기원했는가 -> (ㅇ)
몽골에게 정복당한 키예프 루스의 땅이 분할되면서 대러시아, 백러시아(벨라루스), '소러시아' 분화가 이루어졌는가 -> (ㅇ)
몽골한테 정복당한 이후로 처음으로 현 우크라이나 일대를 동슬라브 민족 정교회권 국가에 '수복' 한건 모스크바 차르국인가 -> (ㅇ)
자포로제 카자크가 폴란드-리투아니아에서 독립하면서 모스크바 차르한테 도움 요청을 했는가 -> 역사학계에선 사실 흐멜니츠키가 모스크바에 '종속'한게 아니라 이용할 생각였다는게 주류 의견이지만 어쨌든 내용 자체만 보면 (ㅇ)
20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인'이라 생각 안하고 '소러시아인'이라 생각한 사람이 많았는가 -> (ㅇ)
오스트리아-헝가리가 러시아 견제용으로 우크라이나 민족 정체성 발달을 권장했는가 -> (ㅇ)
현대 우크라이나 영토와 더 널리 퍼진 '우크라이나인'으로서 민족 정체성은 소비에트 우크라이나시절 확립됐는가 -> (ㅇ)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네오 나치인데 우크라이나 민중은 아니고, 우크라이나는 절대 독립 민족일수가 없는데 어찌되었든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우리는 존중하고, 우크라이나는 '역사적 영적 정체성' 때문에 본질적으로 반러시아일수가 없는데 지금은 반러시아적 행보를 걷고 있고"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를 성립시키는 유일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서방이 부추긴게 아닌 독립된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체적으로 반러 감정을 가질리가 없다. 그건 존재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런 굳은 믿음이다.
이런 전제 자체를 무조건 깔고 가니 갑자기 소멸한 나치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폴란드-리투아니아가 갑자기 중간중간 튀어나오고 있는것이다.
대러시아 민족주의자들 입장에선 실제로 자유주의의 사상이 뭔지, 나치즘 사상이 뭔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핵심은 어쨌든 둘 다 러시아랑 적대하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두긴 같은자들이 주장하는 범슬라브주의 자체가 19세기에서 한발짝도 변한게 없는 내용이다.
아무리 속 사상, 시대, 목적, 사회상이 다르던간에 '러시아의 적'이란 지정학적 구도만 같으면 자유주의=파시즘과 다름없다는 도식이 성립한다.
역사의 발전도, 변화도, 구도나 사상의 변화도 없는 지정학적 상황만 영원히 존재하는 역사관, 세계관이다.
마크롱 붙잡아두고 저거 설파하고 앉아있었다는거 보면 제대로 맛이 간듯
트럼프였으면 진지하게 머리 끄덕여주면서 맞장구 쳤을것
마르숑 마르숑
진지하게 짱깨새끼들도 한국의 반중감정이 미국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
자국민 선동을 위한 내용이니까 저렇게 하는거겠지. 근데 진짜 러시아인들이 저걸 믿기 시작하면 지금 짱깨처럼 자기만의 세상에 사는 그런 상황이 올 듯. - dc App
어떻게 보면 중화사상이랑 일맥상통함, 지금 중국애들도 반중감정 자체를 이해 못하잖아
구구절절 동감하면서 봄. 좋은 글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