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 허가 받고 씀




1. 욱일기=하켄크로이츠?


욱일기와 자주 대응되는 하켄크로이츠와 비교하자면, 둘은 상당한 차이가 있음


하켄크로이츠는 독일의 국기이기 이전에 나치당의 당기로, 곧 정당의 상징이었음


정당이란 공통된 이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임


따라서 당의 상징인 당기는 해당 당과 당원들이 공통적으로 추종하는 이념에 대한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음


하지만 군기는 국가의 존립에 필수불가결한 군이라는 집단의 상징임


군이 수뇌부와 내부조직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어느정도 내포할 수는 있지만 정당과는 다르게 특정한 이념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구성되지 않음


특히 징병이 수반되는 전시상황에서는 군 수뇌부의 의중과는 별개로 내부 구성원의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넓어짐


따라서 군기가 특정 이념이나 사상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려움


단적으로 말해서 하켄크로이츠가 상징하는 것은 나치즘이고, 욱일기가 상징하는 것은 일본군임


전자가 후자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규제를 당하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음




2. 욱일기와 일장기


전범기 논란에서 국기인 일장기보다도 군기인 욱일기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매우 신기한 현상임


대규모 학살이나 강제노동, 위안부 같은 국가적 정책역량이 동반되는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면 정책결정에 있어 가장 상위에 위치한 집단인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고 타당하기 때문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하위집단에 불과한 군에 모든 비판이 집중되는 경향이 논리적 타당성을 갖추려면, 필연적으로 모든 책임은 군에 있으며 정부는 무오하다는 입장을 취해야 함


이러한 논점의 문제점은 군인이 아닌 민간 관료와 정부의 책임을 무마시킨다는 것임


물론 당시 군부가 사실상 내각을 장악한 상태로 전쟁을 주도한 것은 맞지만, 전시내각의 각료가 모두 군인으로 구성된 것도 아닐 뿐더러 특히 천황 히로히토는 입헌군주제에 대한 통념과는 다르게 정국에 꽤나 적극적으로 개입했음


과연 이들이 전쟁범죄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즉, 폭주하는 군부가 황실과 내각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전쟁을 주도했다는 꼬리자르기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문제가 있음


전쟁범죄가 아닌 군국주의의 상징으로서의 욱일기를 비판하는 시각은 이 문제에 있어 더욱 취약함


일제강점기 초, 중기는 말기와 같이 군부가 내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임


강제병합과 식민지배는 철저히 내각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고 군은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음


별개로 내 추측인데, 욱일기가 일장기 대신 모든 화살을 뒤집어쓰는 이런 현상은 그냥 일반인들이 일장기와 욱일기의 지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혼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같기도 함




출처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 상징에 나타난 문화정체성의 메타언어 분석, 2017

아시아 태평양 전쟁, 요시다 유타카, 어문학사

쇼군 천황 국민, 후지이 조지 외, 서해문집




관함식에서의 욱일기 게양에 대해서도 써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정치적 요소가 포함될 수밖에 없어서 일단 여기서는 제외했고 만약 가능하면 완장이 댓글 남겨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