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한 어느 밤, 우크라이나 군은 드니프로 강 서안에서 크림 반도를 향해 있었다.
날마다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곳이지만 그날 밤은 보름 달만이 이 세상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의 군복에는 소련군 시절의 계급장이 붙어있었다.
그는 차가운 밤 기운과 그 속에 깃들어있는 전쟁의 포화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날이 갈수록 추워지고 있어.”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담백했지만, 그의 말 속에는 앞으로의 전쟁이 더 어려워질 것임을 예감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담담했다. 크림반도가 강제 병합될 때부터 동부의 최전선에서 싸워오며 여러 번 맞이한 겨울이었기 때문이다.
군인으로서 평생 절제하며 살아온 감정이지만, 이런 밤에는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밀려온다.
17살 때 모스크바의 고등군사학교를 졸업하면서 군인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사명은 오직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는 것뿐이었다.
1990년 초 나라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미련 없이 해체된 제국을 떠나며, 자신의 고향에서 건국된 자신의 나라가 진정한 조국이라 여겼다.
그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리라 다짐했고,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런 그에게 세상은 우크라이나의 검, 구국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주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할 뿐이었다.
“지금쯤 키이우는 어떨지. 국민들이 추운 겨울을 잘 보내야 할 텐데.” 그는 키이우에 남아 있는 대통령과 국민들을 생각했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 이 전쟁터에 나와있는 것이니깐. 그리고 그 순간 만큼은 그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검은 인간적이면 안 됀다. 비인간적으로 침략자를 찔러 그 피를 묻히는 것이 검의 목적이다.
검을 사람에게 비유하는 것이 모순되어 보인다. 검은 감정이 없지만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고, 감정이 있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장군의 삶은 검의 삶이었다. 돈바스 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적군을 찔러왔다.
그것이 군인의 당연한 본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모든 감정이 무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터.
병사들이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적들은 끊임없이 밀려왔다. 병사들의 죽음에 슬퍼하면 전쟁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감정을 절제해야 했다. 너무나 오랫동안 군인으로 살아오면서 모든 것을 절제하고, 엄격하게 통제하다 보니 인간적인 것마저 무뎌져 버렸다.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익숙한 일이었다. 군인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여겼다. 밤이 되면 밀려오는 외로움마저 그에게는 짧은 순간이었다.
아니, 짧은 순간으로 지나가야 했다. 전쟁터의 치열한 순간을 마주하며 감정조차 자기에게는 사치일 거라고 그는 생각 했으니깐.
자신을 버려 나라를 지킬 수 있다면 그만이다. 오로지 이 마음 하나로 8년의 전쟁을 치뤄왔다.
“돈바스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어간 그들이 있어. 빼앗긴 모든 땅을 다 되찾지 못한다면, 난 우크라이나의 군인으로 자격이 없어. 죽어도 눈감지 못할 거 같아.”
그는 인간적인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의 마음에는 돈바스에서 죽어간 많은 병사들과 데발체베에서 철수해야 했던 순간이 응어리가 되어 남아있다.
꼭 지켜야 했던 요충지를 빼앗겼다는 그 분함에 그 자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을 정도로 큰 좌절감을 안겨준 전투였다.
그리고 그 좌절감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렇기에 동부지역과 크름 반도를 다 되찾는 것만이 그의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이 땅을 침공해오는 모든 적은 절대 한 놈도 못살려 보내.”
그는 손이 하얗게 되도록 주먹을 쥐었다. 국민을 학살하고, 죽이려는 모든 흉악한 적들을 무찌를 때까지 그는 스스로 군인이어야 했다.
그 마음으로 다시 인간적인 감정을 멀리 내쫓아버렸다. 그 때 보름달이 서서히 지고,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사람의 모습을 감추고 다시 군인이 되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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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 도저히 맘에 안들어서 조금 수정하고 다시 올림.
다 쓰고 나서도 고민했던 이유는 이 갤러들이 생각한 문학과 분위기가 많이 다를 거 같아서 과연 받아들여질지 고민 좀 했었음.
문학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누군가를 향한 헌정글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
그 사람이 누군지는 안나와 있지만 어느 정도 갤러들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함.
이게 무슨 문학이야?! 싶다면 신고해도 됨. 난 삭제되도 상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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