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 지 조금 지나서 자세히 기억은 안 남.

통신병인 나는 몇 개월 째 직별 후임이 들어오지 않는 죄로
지옥같은 ‘항해당직 2직제’ 형에 처해졌었음.

때는 평화로운 전투휴뮤이자 처음으로 맞이한 ‘김밥데이’..
백지 설문조사에서 누군가가 건의한 ‘김밥데이‘를 맞아,
식당에서 가족같은 통신실 당직자들을 위해 김밥을 말고 있었음.

기름 아끼려고 경비 중엔 가스터빈을 잘 안 키는데,
갑자기 가스터빈을 키고 고속항해를 시작함
뭔가 좆됐음을 감지함.

아니나 다를까 실전 방송이 나옴.

“실전! 함교, 전투정보실 전투배치! 실전!”

작전부 침실쪽에서 우당탕 소리가 남.

함미 흡연장에 가니까 전자사 잇길래 무슨 일인지 물어봄

대충 들어보니 중국 어선이 nll 남하해서
전방 경비 중인 왕참이 대응하고 있었는데,
계속 남하해서 우리가 인계 받는다고 함.

중국 어선 100야드까지 접근해서 북상하라고 
함외 확성기?로 중국어로 방송함

계속 방송하는데 들은채도 안 해서 더 접근함

근데 뭔가 이상햇음.

오성홍기 없음
함수, 함미의 선박명을 의도적으로 지운 흔적이 보임

거리 벌리고 한 바퀴 돌며 킹갓 캐논 DSLR 대포 렌즈 카메라로 채증하기 시작함.

이쯤 난 함미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중국 어선 구경하다가,
당직교대하러 올라감.

올라가자마자 채증한 숫자들를 구글에 검색함.

구글링하니까 그 숫자들은 국제선박식별번호? 엿는데
중국 어선이 아니라 제재1명단에 올라온 북한 상선이엇음..

채증한 다른 사진도 확인해보니 함교 부근의 북한스러운 문구들도 확인함.

바로 실전 한 번 더 뜸.

경고사격 준비함.

”실전! 41포, 42포 포장 배치! 실전!“

41포에서 또 우당탕 소리 들림.

그때부터 경고방송 중국어에서 한국어로 바뀜.

경고방송을 수차례 했으나 응답 없음.

함대서 전투배치 하달받음.

”실전! 총원 전투배치! 실전!“

문자망에서 경고사격 지시 뜸.

41포 쏘는데 진동 때문에 통신실 모니터 몇 개가 꺼짐

모니터 다시 키고 DMHS랑 문자망 열심히 쳐다봄.

북한 상선 반응 없음.

갑자기 2함대 당직사령이 급발진 했는지 
K-6로 격파사격 지시 내려옴.

통신실 술렁거림.

뭐지 상선이면 민간인 아닌가?
격파사격은 미친거 아닌가?
전쟁 나나?

머릿속이 복잡해짐

안 쏘고 좀 기다렷는데
격파사격 취소하고 71포 경고사격 지시 내려옴

얘는 통신실이랑 좀 멀어서 쏠 때마다 모니터가 꺼지진 않음.

근데 포를 안 쏨.

경고사격 지시 내려왔는데 쏘질 않음.

문자망 못 봣나해서 함교에서 무전침

”cic/함교 71포 0발, 적 상선 00yds 전방 경고사격 실시“

응답 없음. 영상으로 지켜보던 함대에서 쏘라고 다시 지시함.

계속 안 쏨..

가끔 당직자 조작 오류로 함교-CIC간 함내통신망이 끊길때가 있어서 통신실에서 확인해봤는데 문제 없었음.

함장님 화낫는지 함내방송으로 방송 나옴.

”71포 경고사격 실시, 함장명. 이상 당직사관“

계속 안 쏨. 왜 안 나가는지 보고도 없음.

함장님 진짜 화남. 직접 함내통신기 잡고 쏴!쏘라고! 라고 소리침

응답 여전히 없음..

함장님 뛰어내려가는 소리 들림.

밑에서 함장님 사자후, 부장님 갈구기 등 무슨 일이 있었는데 좀 있다가 드디어 포를 쏨.

북한 상선 드디어 응답함.
미친놈들이 40미리 따위는 무섭지도 않다며 씹은거임.

대충 몇가지 물어보고 우리 구역 넘어가서 인계하고 정상 경비하러 감.

입항해서 뉴스 보니까 누가 말햇는지 북한 어선인데 중국 어선인줄 알았다고 대처 이따위라고 하냐고 기사 남 ㅅㅂ..

경고사격 찐빠난건 뉴스 안 타서 다행.


당시 사건 인터넷에 있길래 올려봄: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4333181

실전 몇 번 더 겪으면서 한국은 겉으로만 평화롭고 휴전 중인 국가가 맞다는 걸 배웟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