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무렵
백로가 지나 더위가 죽어가니 날씨좋다고 시팔놈에 전장비가 잡혔다.
그런데 당시 신경쓸게 여러가지라 부대가 아주 뒤지게 바빴다.
대대에 꿀발라놨는가 상급부대는 돌아가면서 파리새끼마냥 찾아오고
부대안을 매일 흙먼지로 뒤엎는 개편공사도 한창 진행중이고
여튼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부대원이 정신없이 일했던 때였음.
저 상태니 전장비가 잘 준비되겠냐
아니 전장비가 우스워? 싶겠지만 그땐 진짜 답도 없이 업무가 밀려서
일일정비 닦고조이고기름치고 이것도 힘들었음.
원래 대대원탑 에이스 우리 행보관님이 계시면 할만한데
군단에 무슨 교육프로그램 교관으로 끌려가셔서 개노답인 상황.
어느날 늦은 저녁
낼모래가 전장비날인데
부사관들은 자기 장구류랑 총기청소도 안 해놨음.
평소엔 병이 간부것도 다 처리해주는데 상술했듯이 존나 바빠서 못했음.
부사관들도 나름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느라 뭐 변명거리가 있긴한데 여튼 그랬다.
우리 중위가 외쳤다
"다들 집에 가십쇼, 어차피 제가 당직이니까 다 하겠슴다"
"퇴근버스 놓치면 숙소 못드가니 빨리 퇴영하십쇼"
그리하여 중위는 담주 훈련때문에 지도낭도 만들고
지도도 새로뽑고 아스테이지 코팅도 자기가 하고
k2 아홉 정 k1 한 정
k3 두 정 m2 두 정
그 밖에 갖가지 부수물자 세척,
그리고 통신벙커 들어내고 물자 실셈까지.
"야 어차피 행보관도 없고 내가 해야하는거임 ㅅㅂ"
상의는 벗어던지고 몬스터를 들이키며
밤을 불태워 온갖 업무를 혼자 다 하겠다는 기세였는데
22시 취침소등 후
분대장들이 하나둘씩 슬리퍼를 딱딱끌며 행정반으로 찾아오는게 아닌가
수입도구와 wp40를 각자 손에 들고서.
"제가 전방포 닦겠습니다"
"그럼 제가 후방포 하겠습니다"
"행정반있는게 모자라서 아스테이지 사놨습니다"
"저랑 애들은 아침에 영외작업나가서 없으니까 그 전에 물자세척 해놓겠습니다"
"낮에 못한거 제가 전포댐 도와서 마무리해도 되겠습니까"
모 부대 행정계원의 투서를 받고서 애들 취침여건 반드시 보장하라는
연대장의 호통아래 심야작업 지시는 금지되어있었지만
스스로들 하겠다는데 어쩔것인가,
중위는 '얼씨구; '난 오늘 당직때 여기서 너희들 못 본거다; 라는 말만 했다.
총기 다 닦고 일과중에 못마친 군수품 숫자맞추기 다 해놓고
사열할수 있게 싹 끄집어내고 전술지도가 애미 엄청나게 커서 좀 힘들긴했는데
어쨌든 이쁘게 뽑아서 만들었음.
아마 새벽 4시쯤 다 끝났던것 같다.
진짜 리더는 자기가 존경을 요구하지않아도
주위사람들이 스스로 받들어준다고 교육대에서 들은적이있다.
그 날 산꼭대기 조그만 부대의 밤 속에는
백가지 말이나 교육자료로 가르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좋은 간부였구나
참된 리더 - dc App
넘모 훈훈한데 ㅋㅋㅋ - dc App
전장비 취소 엔딩 기대했는데
와... - dc App
오 나 저 동화 읽어본적 있는데ㅋㅋㅋ 좀 감동이네
대단하네 - dc App
뭐여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