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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포에니 전쟁이 끝난 뒤, 카르타고 시 남쪽에 있는 시골 장원으로 가서 6년간 조용히 살던 한니발은

카르타고로 돌아와, 카르타고의 집정관인 두 명의 수페트 중 한 명으로 선출됨으로서 다시 역사의 무대로 올라섰다.

그가 (비록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자기를 '전쟁에 패하고 전리품을 횡령한 죄'로 군법재판에 회부하기까지 했던

조국의 지저분한 정계에 뛰어든 이유는 전해지지 않으나, 역시 카르타고에 대한 애국심이 동기였던 듯하다.



후세까지 전해지는 얼마 안 되는 관련 사료를 종합해보면, 한니발은 로마 원정군을 이끌던 시절에 연마한 행정기술을 발휘하여 

그가 만약 평생 전쟁이라곤 없는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났더라도, 카르타고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 되었으리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집정관 한니발은 카르타고의 평민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면서도 (*대농장을 소유한 카르타고 아다림(원로원) 의원들은

전쟁배상금? 평민 중소농민들한테 세금을 더 때리면 될 거 아님? 이라는 기적의 해결책을 주장하고 있었다.)

로마에 전쟁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국가 재정을 건실하게 체계화했다.

카르타고 상선단이 다시금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여러 지역에서 교역할 수 있도록 새로운 상업망을 구축하는 데에도 성공했고,

한니발의 개혁이 계속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로마에 50년간 갚아야 할 전쟁배상금 1만 탈란트를 

10년만에 갚을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개혁 과정에서 한니발은 또다시 탐욕스런 카르타고 귀족들에게 분노를 샀다.

그들이 틀어쥔 권력의 일부를 평민들에게 나눠주려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한니발이 이끈 카르타고의 부흥은 이에 비하면 그들에겐 '사소한'일에 불과했다.

로마의 가장 큰 원수가 지중해 동방의 패자, 안티오코스 메가스(대왕)과 결탁하여 또다시 로마를 뒤에서 찌르려 한다고

중상모략하는 편지들이, 다름아닌 카르타고에서 로마 원로원으로 줄기차게 쏟아져 들어왔다.



물론 로마 원로원에도, 불구대천의 원수 -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한니발 때문에 가족친지를 잃었던 이들도 수두룩했다 - 가

전후에 십자가에 매달리지도, 쇠사슬에 묶여 개선식에 끌려나오지도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의원이 한가득이었다. 

로마의 영웅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그가 존경하는 패장을 변호하고자 애썼지만, 그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있었고

한니발이 안티오코스와 결탁했다고 "믿고 싶어하는"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안티오코스와 결탁하여 로마를 침공하려 했다는 죄목으로 한니발을 체포, 처벌하라는 로마 원로원의 요구가 도착하자

카르타고 원로원의 반 한니발파들은 더없이 기뻐하며 즉시 한니발을 범법자이자 원로원의 적으로 선포했지만

눈치빠른 한니발은 이미 카르타고 시를 떠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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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절호의 기회를 놓친 그의 정적들은, 대신에 그가 살던 카르타고 시내의 작은 집을 불사르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다.

이제는 남쪽 시골의 농장에 묻혀, 한때 전설적이었다는 동네 애꾸 할아버지로 살아갈 길조차 사라졌다는 걸 깨달은 한니발은

레바논 해안에 있는 모든 페니키아 민족의 어머니 도시, 티레로 가는 페니키아 무역선 한 척에 몸을 실어야 했다.



  

- 필립 프리먼 저 "한니발 : 로마의 가장 위대한 적수"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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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해 평생 몸바친 늙은이의 집에 대낮에 불을 질러대는 전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