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영화 시나리오
 

프롤로그. T. S. 엘리엇의 「텅 빈 사람들」 낭독 

어두운 화면에서, 자막과 함께 보이스오버가 나온다.

보이스오버: 이 마지막 만남의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듬어 찾고 
그러면서도 애써 말을 피한다.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가 아닌 훌쩍임과 함께. 

S#1. 자료 화면 및 버섯구름 

사이렌이 잠시 울리며, 그 뒤로는 긴장되는 음악과 함께 북한의 핵개발,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정세, 미중갈등에 대한 뉴스 및 자료 영상들이 나온다. 맨 마지막에는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고 핵폭탄이 터지는 화면이 나온다. 그 앞 중앙에 ‘해변에서’라는 영화 제목이 나온다. 잠시 후 제목이 사라진 상태에서 보이스오버가 나온다. 

보이스오버: 그날 이후, 세상은 멸망했다. 처음에는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대참사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었다. 동아시아, 중동, 유럽까지…. 결국 세계는 파괴되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무사했다. 운 좋게 핵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그 지역 중 하나는 바로 강릉이었다. 그러나 필연적인 운명을 피할 수는 없다. 

S#2. 강릉대학교(이하 대학) (아침/안) 

핵폭탄의 버섯구름이 움직임을 멈추고, 화면이 신문 속 핵폭발 사진으로 바뀐다. ‘얼마 후’라는 자막이 나온 뒤, 그 신문을 지하 로비에 앉아 읽고 있는 조성연의 모습이 보인다.
 
시민1: (웃으며) 야, 너 그거 아직도 읽고 있어? 
성연: 아, 그냥. 
시민1: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인데도? 
성연: 뭐, 근데 요새 읽을 것도 없잖아. 
시민1: 그래. 빨리 수업 들으러 가자! 
성연: 응. 

성연과 시민1은 대학 전광판 앞을 지나간다. 전광판에는 ‘2022년 12월 16일,’ ‘오늘의 방사능 수치’라는 문구와 그 밑에 ‘피폭량 45mSv’라는 수치가 나온다. 

S#3. 대학 강의실 (아침/안) 

칠판이 일부 빼곡히 적혀 있고, 신해진이 그 앞에서 강의한다. 

해진: 그리하여, 이번 학기 수업은 여기서 마칠게. 다들 고생 많았다. 

학생들이 강의실을 나가는데, 성연은 남아있다. 

성연: 저, 교수님! 
해진: 그래, 성연아. 왜? 
성연: 강의에서 아쉬운 게 있어요. 
해진: 뭔데? 
성연: 저희 세계사 부문 마지막에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건 안 배우나요? 
해진: 아, 그건… (잠시 막막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다들 아는 거고, 또한 우리가 배웠을 때는 일어날 줄도 몰랐잖니. 또한 전쟁의 흐름도 우리가 다 알 수도 없고. 
성연: 근데 엄연히 말하자면 러시아 때문이 아닌가요? 
해진: 러시아도 있었지만 결국 미중 간의 충돌도 있었고, 그러던 와중에 한반도까지 닿았고, 그건 다들 아는 거잖아. 
성연: 그래도 후대에는 누군가 기록하지 않을까요? 
해진: 글쎄. 내가 봤을 땐 지하 벙커 속에 있던 극소수의 사람이 아니면 어려울 것 같은데.

잠시 침묵. 

성연: 하긴 높으신 분들이 아니면 자세히 알기는 어렵겠죠…. 그쪽도 잘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할 거고요. 어쨌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해진: 그래, 잘 가고! 

성연, 자리를 떠난다. 해진은 잠시 칠판을 바라본다. 

S#4. 강릉 해군기지(이하 해군기지) (아침/안) 
 
함장: 오늘은 아주 중요한 소식이 있다. 

함장이 맨 앞에 서 있고, 나머지 12명의 승조원이 교실에 앉아서 설명을 듣는다. 교실 칠판에는 ‘구조 요청 신호 발견’이라는 문구와 함께 인천 해수욕장의 위치가 나온 PPT가 띄워져 있다. 

함장: 핵타격을 입은 인천 쪽 해수욕장에서 신호가 왔다 그 내용은 생존자가 있으므로 구조해달라는 내용이다. 

보고를 듣는 중인 박우진의 모습이 비친다. 함장이 화면을 넘기자 작전명으로 「달을 향한 외침(Crying for the Moon)」이라는 제목이 보인다. 

함장: 물론 인천지역도 방사능 낙진에 심하게 오염된 상태이지만, 혹시나 존재할 수 있는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실행한다. 

마찬가지로 보고를 듣는 정미래의 모습도 비친다. 

함장: 다행히 바닷가 가까이서 신호가 잡혔기 때문에, 1명의 방호복을 입은 승조원만을 보낼 예정이다. 지원자 있나? 

승조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치만 본다. 그러다가 우진이 팔 하나를 올린다. 

우진: 소위 박우진! 제가 하겠습니다! 
함장: (약간 웃으며) 박우진 소위. 지난번 활약에 이어서 또다시 공훈을 남기고 싶나? 
우진: 아닙니다. 그냥 군인으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함장: 알겠다. (주위를 돌아보며) 다른 지원자는 없나?

잠시 침묵.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함장: 좋다. 그러면 우진을 보내서 생존자를 수색하겠다. 이상! 

S#5. 대학 내 카페 (낮/안)

카페의 모습이 보이다가, 미래가 “자, 그럼,”이라고 말하자 내부로 화면이 전환된다. 

미래: 둘이 잘해 봐. 잘 됐으면 좋겠다. 알았지? 
성연: 네, 선배님. 
우진: 네, 중위님! 
미래: 그럼 안녕! 

미래는 자리를 떠난다. 그가 떠난 후, 우진과 성연은 마주 앉은 채로 웃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성연: 그래서, 우진님이 핵미사일을 막으셨다고요? 
우진: (살짝 웃으며) 아, 네. 어쩌다가 그렇게 됐네요. 
성연: (활짝 웃으며) 와, 대단하세요! 저였으면 그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건의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혹시 좋아하시는 건 뭔가요? 
우진: 아, 저요? 일단 보시다시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좋아하고요. (그의 컵을 툭 건드린다) 그리고 고기도 좋아해요. 
성연: 무슨 고기 좋아하시나요? 같이 말해볼까요? 

잠시 침묵.

우진, 성연: (서로를 가리키며) 소고기! 

서로 웃는다.

우진: 그러면 이제 제가 물어볼게요. (성연은 “네네,”라고 말한다) 취미가 뭐예요? 
성연: 아, 저는 자전거 타기요! 그 다음에 여행하기! 
우진: 어? 저도 여행가는 거 좋아해요! 어디 어디 가볼까요? 
성연: 음…일단 전 크게 가리지는 않아요. 사람 북적이는 안목해변도 좋고, 사람 적고 조용한 허난설헌? 아무튼 그런 기념관 같은 분위기도 좋아하고요. 
우진: 저도 아무 데나 가요. 아니면 요 앞에 대도호부관아인가? 그런 곳에서 노시는 건 어때요? 
성연: 좋죠! 특히 친구나 썸 타는 분과 함께 걸으면 더 좋아요. 

서로 웃는다. 

우진: 저희는 공통점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성연: 그러게요. 
우진: 아 근데 저, 3일 뒤에 임무가 있거든요. 
성연: (미소를 풀며) 무슨 임무요? 
우진: 아, 생존자 수색하러 가는 건데….

잠시 침묵. 

성연: 어디로 가시는데요? 
우진: 인천 쪽 해수욕장으로 가요. 거기서 구조요청이 와서요. 
성연: 아 그러셨구나. 정확히 어디 지점에서요? 
우진: 다행히 바닷가 바로 앞에서 왔대요. 얼마 안 멀어요. 
성연: 알겠어요. 그러면 임무 끝나고 또 봬요. 
우진: 네, 감사합니다. 

S#6. 데스티니 술집 (저녁/안)

강릉의 데스티니 술집에서 함장과 잠수함 승조원들, 그리고 강릉 시민들이 술을 마신다. 시민2와 시민3이 서로 앉아서 대화하는데, 그 앞에 종업원이 있다. 

시민2: 와인이 몇 병 정도 남았죠? 
종업원: 100여 병 정도 있습니다. 
시민3: 꽤 남았군요. 
시민2: 아니, 별로 안 남은 거야. 
시민3: 왜? 

종업원, 자리를 떠난다.

시민2: 어차피 방사능이 오니까 다들 부어라 마셔라 할 텐데, 턱없이 부족한 거지. 
시민3: 하긴 다들 왕창 마실 테니까. 
시민2: 아, 그나저나 진작에 핵공격 대비 좀 했으면 좋았을 것 같지 않아? 
시민3: 그러게. 요오드도 많이 비축하고, 제독 정화나 피폭 치료 시설도 더 많았어야 했는데 참 아쉬워. 
시민2: 아니면 하다못해 커다란 벙커라도 있었으면…. 
시민3: 그러게. 그것도 어려우면 건물 지하마다 물이랑 식량, 또는 정화시설 같은 거라도 설치했어야지. 애초에… 

장면 전환. 함장이 카운터로 다가간다. 

함장: (승조원들을 돌아본 다음) 저희 승조원들 술값 좀 내겠습니다. 
카운터 직원(이하 카운터): 네, 카드 주세요. (카드 결제를 여러 번 시도하나, 결제가 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 카드 결제가 안 된다네요. 
함장: 네? 잠깐만요. (카드를 유심히 본다) 아, 이 나라사랑카드는 이제 못 쓰겠군요. 여기가 유일한 국방부니까…. 그럼 차라리 현금으로 결제하겠습니다.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다가 탄식한다) 이런, 돈이 충분치 않군요. 어떡하죠? 
카운터: 음, 잠시만요. 사장님! (사장을 데리고 나온다) 함장님께서 돈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셔서요. 어떡할까요? 
사장: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괜찮습니다. 그냥 반값만 주십시오. 
함장: 아니, 돈 안 받으십니까? 그럼 제가 나중에라도 드릴 테니 각서라도… 
사장: (양손과 고개를 저으며) 아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핵미사일 막아내셨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카운터를 바라보며) 시급은 내 것에서 깎아서 줄 테니 걱정하지 마. 
카운터: (미소지으며)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함장을 바라보며) 함장님, 괜찮습니다! (지폐를 꺼내고) 이제 이것도 곧 휴지조각이 될 테니까요. (꺼림직한 표정을 짓는다) 

S#7. 3일 후, 강릉항 (낮/밖) 

오늘의 피폭량은 48mSv이다. 강릉항에서 저 멀리 잠수함이 세워져 있다. 잠수함 앞에는 ‘달을 향한 외침’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 현수막 밑에서는 군인들과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화면이 전환되어 성연과 제복을 입은 우진이 서로를 바라본다. 

우진: 이제 가볼게요. 나중에 봬요! 
성연: 네! 

우진이 등을 돌리고 잠수함을 향해 간다. 장면이 전환되어, 잠수함이 출항한다. 잠수함은 서서히 물에 잠기며 화면이 어두워진다. 

S#8. 잠수함 함장실 (저녁/안) 

화면이 밝아지며 잠수함이 항해한다. 잠수함에 탑승한 우진은 함장실로 찾아간다. 우진, 문 앞에서 노크한다. 

우진: 계십니까? 
함장: (문을 열며) 들어와. 
우진: (경례하며) 소위, 박우진! 함장님께 질문드릴 것이 있습니다. 
함장: (미소지으며) 얘기해봐. 
우진: 이번에 포착된 구조요청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정확히 어디서 위치가 파악된 겁니까? 
함장: 약간의 오차는 있겠지만 GPS를 추적한 결과 인천 앞바다 에코6 지역이다.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며) 여기 보이나? 
우진: 네, 보입니다. 
함장: 일단 그곳에서 방사능을 측정한 다음, 박 소위를 보낼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말고. 
우진: 아닙니다. 다만 저번처럼 생존자가 단 한 명도 없을 경우만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잠시 침묵. 

함장: 박 소위도 알겠지만, 당연히 이번에도 생존자가 없을 수는 있다. 다만 만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결국 나중에는 후회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너무 늦지. (잠시 침묵한다) 박 소위! 
우진: 네! 
함장: 생존자가 없더라도 너무 낙담하진 않았으면 좋겠으니 최선을 다해 수색하도록! 
우진: 네! 
함장: 답변이 다 되었다면 이제 돌아가서 잘 준비하도록. 
우진: 네!

우진, 경례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함장, 책상에 앉아서 고개를 숙인다. 

S#9. 잠수함 함장실 (밤/안) 

함장은 꿈속에서 핵전쟁 당시를 회상한다. 사이렌이 울리고, 승조원 대부분이 잠수함 내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승조원1: 12시 방향에 적 함대 발견! 어뢰 장전! 
함장: 발사! 
승조원2: 발사! 

적군의 함선이 격침된다. 

승조원3: 적군의 핵미사일로 추정됩니다! 어느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해야 합니까? 
함장: 1시 방향! 1시 방향! 
우진: 잠깐만요, 함장님! 핵미사일은 더 빠르게 도달할 겁니다! 철회하시고 2시 방향으로 정정 부탁드립니다! 
승조원4: (우진의 멱살을 잡고) 야, 이 새끼야! 장교도 아닌 놈이 깝치지 마! 우리 다 뒤지게 생겼는데, 명령 불복종은 총살감이다! 
미래: 함장님, 박우진 준위 말을 믿어주십시오! 제 군 생활을 전부 걸고 박 준위는 단 한 번도 군대에서 오판한 적이 없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재고해 주십시오! 

잠수함에서 미사일이 날아가고, 핵미사일을 요격한다. 
 
함장: 여기는 오메가1, 본부, 수신 바란다. 폭격 지점이 줄루5 지역이 맞는가? 

치직거리는 잡음이 들린다. 

승조원3: 줄루5, 원산시, 조준 완료!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함장: 잠깐만! 뭔가 이상하다. 본부에서 아무 응답이 없는데…. 쓸데없이 전력을 소모할 순 없다! 
미래: 그렇다면 방사능 측정기를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함장: 좋다! 하나 보내봐! 
승조원5: 5, 4, 3, 2, 1, 0! 

치직거리는 잡음이 난다.

승조원5: 원산시 방사능 수치는 현재 150Gy! 핵공격을 당한 것이 분명합니다! 
함장: 그렇다면 굳이 공격할 필요가 없다. 전 인원, 기지로 귀환한다! 
승조원4: 하지만 명령을 받으시지 않았습니까? 
함장: 이제 다 소용없다! 명령을 내린 사령부는 전멸했으니까….

함장이 깨어난다. 그는 숨을 크게 헐떡이며 침상에 앉는다. 

미래: (노크하며) 함장님? 함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함장: (문을 열어주며) 아, 미래 중위. 그냥 꿈을 꾸었을 뿐이다. 괜찮다. 
미래: (경례하고) 네. 함장님 비명이 들려서 와봤습니다. 이상이 생기신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함장: 그래, 역시 정 중위구만. 고맙다. 아무 일 없으니까 이제 가서 자도 좋다. 

함장, 문을 닫는다. 화면이 어두워진다. 

S#10. 다음날, 강릉 시내 (낮/밖) 

오늘의 피폭량은 51mSv이다. 잠시 후 비틀거리는 내빈이 보인다. 

내빈: 허억, 허억…여긴가…? 

성연이 내빈의 앞을 지나간다.

성연: 어? 누구지? 

내빈은 그녀에게 팔 하나를 뻗으며 쓰러진다. 

성연: (주위를 돌아본다) 어? 어?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서 119를 부른다. 

성연: 여보세요? 병원이죠? 여기 피폭 환자 한 분 계시는데요!

S#11. 강릉의 종합병원(이하 병원) 피폭 환자 격리실 (저녁/안)

방사능 마크 밑에 보이는 ‘피폭 환자 격리실’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방의 문이 나온다. 내빈은 신음하고, 그 안의 침상으로 화면이 전환된다. 침상에 누운 내빈의 모습과 방호복을 입은 채 서 있는 의료진, 그리고 봉사하러 온 성연의 모습이 보인다. 

의사: 환자의 상태는요? 
간호사: 아주 나빠요. 며칠 내로 사망하실 수 있습니다. 
의사: 환자분, 환자분? 죄송한데 성함과 출신 지역 좀 알려주시겠어요? 
내빈: 으으으…네, 저는 강내빈이고요…. 
의사: (종이에 글씨로 쓴 다음에 환자에게 보이며) ‘강내빈,’ 맞습니까? 
내빈: 으으…네. 
의사: 그러면 어디서 오셨어요? 
내빈: 수도권…그냥 수도권…. 
의사: 아 그러셨군요. 알겠습니다. 간호사! 

의사와 간호사가 서로 대화한다. 그 와중에 성연은 내빈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성연: 저기 실례합니다…. 
내빈: 네…?
성연: 혹시 서울에서 오셨나요? 저희 부모님도 거기 계셨다가 연락이 끊겼는데…. 
내빈: …아, 네. 서울분들과 같은 곳에 대피했어요…으으으…. 
성연: 아, 그러면 혹시 저희 부모님 보셨나요? 
내빈: 부모님…으으…성함이…? 
성연: 아 저희 부모님은… 
내빈: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며) 으으으…또…또야! 내 머리…! 
성연: (뒷걸음질하며) 아, 죄송합니다… 
의사: 성연님, 아마 트라우마가 심하신가 봅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성연: (슬픈 표정으로) 아, 네… 

성연은 내빈을 바라본다. 내빈은 몸부림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성연은 그를 바라보면서 눈을 질끈 감는다. 

S#12. 이틀 후, 잠수함 지휘실 (낮/안) 

오늘의 피폭량은 53mSv이다. 잠수함은 인천 앞바다에 도착하고, 잠수함 지휘실에서 함장과 승조원들이 서로 의논한다. 

함장: 일단 방사능 측정을 한 번 해보자. 측정기 보내라! 
승조원5: 10, 9, 8,… 
함장: (마음의 소리) 큰 기대를 하고 있진 않다만…일단 해봐야지. 
승조원5: 3, 2, 1, 0! 

치지직거리는 소리가 난다. 

승조원5: 현재 방사능 수치는 145Gy입니다! 
함장: 역시나…! 예상은 했지만. 
우진: 함장님, 그래도 신호가 왔으니 일단 가서 확인해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잠시 침묵.

함장: 우진 소위, 그래도 괜찮겠나? 
우진: 네, 괜찮습니다. 괜찮아야 합니다. 
함장: 알았다. (승조원4를 바라보며) 가서 방호복을 가져오도록. 
승조원4: 네! (자리를 비운다) 

S#13. 잠수함 입구 아래 (낮/안) 

우진은 잠수함 입구 아래에서 방호복을 입고 있고, 그 옆에 미래가 있다. 

우진: 어쩌면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미래: (우진을 보며) 글쎄…난 없을 것 같은데. 
우진: 이번에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반드시…. 

우진, 다른 지역과 교신을 시도하고 생존자를 수색했던 것을 회상한다. 다른 지역은 모두 먹통이었고,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우진은 울며 미래에게 안겨 있었다. 

우진: 신호가 왔다면 일단 가능성은 있지 않겠습니까? 
미래: 언제 왔느냐에 따라 다르지. 

잠시 침묵. 우진은 방호복을 완전히 입었고, 미래가 무전기를 든다. 

미래: 내 말 들려? 
우진: 네, 들립니다! 
미래: 이미 알겠지만 무전이 먹통이 될 수도 있어. 그래서 잠수함이 소리를 15분 주기로 낼 거야. 
우진: 네, 압니다. 
미래: 물론 바다 앞이라 금방 오겠지만, 거기서 생존자나 생존자의 짐을 제외한 그 무엇도 가져오면 안 돼. 만일 생존자가 없다면…그냥 그걸 보고한 다음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고 귀환해. 
우진: 네! 
미래: (우진의 등을 두드리며) 잘해봐라, 이번에도 믿는다! 
우진: 네! 

S#14. 인천 해변 (낮/밖) 

인천 해변의 모습이 보인다. 장면이 전환되어 방호복을 입은 우진이 고무보트에서 내린다. 여기서 ‘뿌뿌, 뿌뿌’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는 지도를 보며 해안가를 두리번거린다. 

우진: (마음의 소리) 이쯤인데….

우진은 더 깊숙한 골목길로 들어간다. 

우진: (마음의 소리) 에코6 지점이라면 여기쯤인데.

더 깊은 골목으로 들어간 우진은 ‘뿌뿌, 뿌뿌’ 소리를 듣고 더 빨리 걸어간다. 그리고 신호의 진원지가 가까워지면서 우진이 미소를 짓는다. 

우진: 어? 

우진은 진원지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대신 태양전지 보조배터리와 연결된 핸드폰이 하나 있었다. 우진은 미소를 풀고 가까이 걸어간다. 

우진: (잠시 침묵하다가) 아무도 안 계십니까? 

그는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그는 먼저 구조요청을 보낸 메시지를 읽어본 다음, 핸드폰의 ‘설정’으로 들어가서 ‘배터리 사용 시간’ 부분을 본다. 거기에는 핸드폰이 핵전쟁 당시에 잠시 꺼졌다가, 며칠 후 다시 켜져 있다는 내용의 그래프가 보인다. 우진은 쭈그리고 앉는다. 잠시 침묵.

우진: (표정이 일그러진 다음, 일어서면서) 고작 이거였어? 고작? (주변을 잠시 돌아보다가, 콜라 캔 하나를 바라본 뒤 그것을 발로 차버린다) 씨발! (발을 동동 구르며) 개좆같네, 씨발! 애미 씨발 진짜…. (그는 핸드폰에 삿대질한다) 왜 니만 있는 거냐? 주인은? 주인은 어디다 쳐두고 니가 씨발 왜 여기 혼자 있는 건데! (발을 동동 구른다.) 

우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양손으로 얼굴을 툭툭 친다. 

우진: (마음의 소리) 씨발…그래도 보고는 해야지. (무전기를 켜고) 아아, 중위님 들리십니까? 
미래: 그래, 말해라. 
우진: 진원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핸드폰이 보조배터리로 충전되었던 겁니다. 
미래: 자세히 얘기해봐. 
우진: 배터리 사용 시간을 보니까 핵 공격 직전에 꺼졌습니다. 며칠 후 아침에 배터리가 태양열을 쓰다보니 저절로 충전되어서 켜진 다음에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미래: 알았다. 해당 소지품은 그냥 두고 귀환하라, 이상. 

‘뿌뿌, 뿌뿌’ 소리가 다시 난다. 

우진: 아, 가야지…. (등을 돌리며 바닷가 쪽으로 향한다) 아 잠깐. (핸드폰을 바라본다) 

장면 전환. 그는 핸드폰의 보조배터리를 뽑은 뒤, 전원을 끄고 고무보트로 뛰어간다. 

S#15. 병원 피폭 환자 격리실 (밤/안) 

내빈의 신음이 나면서 다시 격리실 문이 보인다. 장면이 전환되어 내부에서는 내빈이 거친 숨을 쉬면서 몸을 움직인다. 

내빈: 이거 하나만…으으…기억해줘요. 
성연: 뭐죠? 
내빈: 저 여친이…죽었어요…. 
성연: 아…안타까워요. 
내빈 : 같이 오다가…죽어서 묻어줬는데…그 위치는…으으윽…! 
성연: (마음의 소리) 나도, 곧 저렇게 되는 걸까…무섭다…. 
내빈: 차라리…여친…으으윽…에게 갈게요…으으윽! 
의사: (눈을 크게 뜨며) 간호사님, 그 약 가져와요! 
간호사: 아직 시험용인데요? 
의사: 상관없으니까 빨리요! 

간호사가 약들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어본다. 성연은 내빈을 바라보며 서 있다. 

의사: 성연님! 
성연: (화들짝 놀라며) 아, 네네! 
의사: 제가 환자분을 고정할 테니, 알콜 솜 하나 가져와요! 
성연 아, 네네! 그렇게 할게요! 

성연이 격리실을 나간다. 잠시 후, 성연이 알콜 솜을 들고 들어온다. 성연이 간호사의 주사기를 보았다가 의사를 바라본다. 

성연: 이거…설마…. 
의사: 네, 맞아요. 환자분을 고통 없이 보내드리게 하는 약이에요. 아직 시험용이라 성능이 조금 별로이지만 지금 아니면 쓸 곳이 없을 것 같네요. (누워있는 내빈을 일으켜 세운다) 자, 환자분! 
내빈: …네…. 
의사: 이 약 맞으시면, 고통은 없으실 거예요. 괜찮으시겠어요? 
내빈: …네! 차라리 여친에게 보내주세요! 
의사: 간호사님, 내빈님께 주사해주세요. 성연님도 이분 잡아드려요! 

의사와 성연이 내빈을 붙들고, 간호사가 내빈에게 약을 주사한다. 여전히 고통받는 내빈을 내려다보며, 성연은 울상을 짓는다. 
 
S#16. 다음날, 잠수함 지휘실 (낮/안)

오늘의 피폭량은 57mSv이다. 미래가 함장에게 다가간다. 

미래: 중위, 정미래! 함장님, 한 가지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함장: 그래, 얘기해라. 
미래: 저희가 지금 지나가고 있는 곳은 부산 앞바다입니다. 부산은 현재민의 고향이니, 한 번이라도 보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장: 그래, 보게 해줘야지. 현재민 중위! 잠망경을 올려줄 테니 부산을 마지막으로라도 보도록. 
재민: (경례하며) 중위, 현재민! 함장님 감사합니다! (잠망경을 통해 보면서) 이거 완전히…모두 끝장났습니다. 일단 군부대나 산업시설은 완전히 박살났지만…어라? 의외로 해운대해수욕장은 상대적으로 멀쩡합니다. 
함장: (고개를 까딱이며) 그래? 의외로군. 
재민: 저기 해운대 안쪽에 있는 횟집에서 저희 부모님이 맛있는 횟감을 파셨습니다…. 오, 아직 있습니다! 다른 곳들도 다 문이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 클럽에서는 여자 몇 명 꼬시기도 했습니다. 

다들 웃는다. 

함장: 그래, 충분히 잘 봤나? 
재민: (잠시 후) 네, 감사합니다. (몸을 돌리며) 이제 가봐도 되겠습니까? 
함장: 그래, 가봐. 
재민: 네.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떠난다) 

S#17. 잠수함 1번 어뢰실 앞 (낮/안) 

재민은 권총 한 자루와 함께 어뢰실 앞에 서서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다. 
 
재민: 기회는 지금뿐이야. 

잠수함 지휘실로 장면 전환. 함장과 승조원들이 대화하다가 경보음을 듣는다. 

승조원1: 함장님, 갑자기 1번 어뢰실이 개방되었습니다! 
함장: 1번이라면…지금 비어 있는데. 
승조원4: 함장님, 현재민 중위가 없어졌습니다! 
함장: 뭐라고? 1번 어뢰실로 당장 가봐야겠다! 

함장과 승조원들은 1번 어뢰실 앞으로 온다. 그곳 앞에서 해치를 열고자 하나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함장: 현재민 중위! 현 중위, 들리나? 

해치가 열리고, 함장과 승조원들은 그곳을 확인한다. 

승조원5: 벌써 나갔나 봅니다! 

함장, 뛰면서 지휘실로 돌아간 다음에 잠망경으로 밖을 바라본다. 그곳에서는 바깥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해운대해수욕장으로 향하는 재민이 있다. 

함장: 현재민 중위! 바보 같은 짓 하지 말아라. 당장 귀환하라! 

재민, 미소 지으며 조용히 경례한다. 

함장: (한숨을 내쉰다) 지금이라도 괜찮다! 방사능 제독시설이 있으니까 당장 귀환하면 별문제 없다. 
재민: 함장님, 죄송하지만 전 집에 갑니다. 
함장: (잠시 침묵) 알았다. 무운을 빈다. 

S#18. 잠수함 회의실 (낮/안)

승조원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소란스럽다. 그 앞에 함장이 말한다. 

함장: 조용! 

잠시 침묵. 

함장: 현 중위 일은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그래서 제군들에게 한 가지를 제안하겠다. 현 중위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오늘 하루 정박할 건지, 아니면 지금 바로 귀환할 건지 결정해주면 좋겠다.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하므로 자유롭게 손을 들도록. 

승조원들, “네!”라고 외친다. 

함장: 자, 부산에 하루 정박할 인원은? 

총승조원 11명 중 7명이 손을 든다. 함장이 숫자를 센다. 

함장: 다수결로 정해졌으니 오늘 하루는 정박하겠다. 이상! 

S#19. 병원 피폭 환자 격리실 (저녁/안)

내빈이 누워있고, 그 옆에 바이탈 사인을 나타내는 기계가 있다. 그 기계의 반대쪽에는 성연, 의사, 간호사가 있다. 

내빈: (편안하게) 정말…감사합니다. 이제 여친에게 돌아가겠습니다. 

내빈이 눈을 감자 그의 심장박동이 멈추고, 바이탈 사인 기계에서 ‘삐-’소리가 난다. 그것을 본 성연은 눈물을 흘린다. 

의사: 자, 성연님. 
성연: 네. 
의사: 일단 피폭 시신 처리 업체를 부를 테니까, 해당 직원분들께 내빈님 유언대로 여친 분의 무덤 위치까지 안내해 주시겠어요? 물론 오염지역이니 제가 병원 측에 방호복 달라고 미리 말씀드릴게요. 
성연: 네, 저도 잘 아는 곳이니까 불러볼게요. 
의사: 그리고 간호사님께서는 사망신고서 문항을 좀… 

S#20. 병원 로비 근처 복도 (저녁/안) 

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성연은 방호복을 벗고 다시 만난다.

성연: 저기, 의사 선생님! 지금 바쁘시나요? 
의사: 네, 곧 퇴근 시간이라서 좀 바쁩니다만, 말씀하세요. 
성연: 혹시 내빈님께 주신 그 약, 아직 가지고 계신가요? 
의사: 네, 있습니다. 
성연: 지금 2개만 주시겠어요? 
의사: 아뇨, 아직은 안 됩니다. 때가 되면 생산될 겁니다. 
성연: 아 그게 실은, 제가 잠수함 승조원 한 분을 기다리는데요, 제때 못 오실 수도 있을까봐서요…. 
의사: (잠시 생각하다가) 음, 알겠습니다. 간호사님! 
간호사: 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약을 들고 온다) 여기 있습니다. 
성연: (약을 받고 떠나며) 감사합니다!

성연, 알약통을 가방 속 보이는 곳에 넣는다. 걸으면서도 종종 약통을 쳐다본다. 

S#21. 잠수함 침상 (밤/안) 

우진: 하…씨발…좆같네, 진짜. 

우진은 잠수함 내 침상에 앉은 채, 머리를 숙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미래가 서 있다. 

미래: 왜 그래? 
우진: (몸을 일으켜 얼굴을 들고 경례하며) 소위, 박우진! 
미래: 됐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데? 
우진: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해서입니다. 재민 중위님도 잃었고…. 
미래: 그래서? 
우진: (갈수록 말이 흐려진다) 뭐랄까,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미래: 우진아, 일단 앉아보고 두 손 다 줘볼래? 
우진: (앉아서 두 손을 내밀며) 네! 
미래: (몸을 숙이고 두 손을 꼭 잡으며) 있지, 앞으로는 현재 남아있는 것에 신경 쓰자. 알았지? 
우진: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래: 그니까, 우리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잖아. 그동안에 절망하거나 난동 부리기보다는, 남 피해 주지 말고 보람 있게 보내자는 거야. 알았지? 
우진: (잠시 침묵) …알겠습니다. 
미래: (일어나면서) 그래. 그럼 잘 지내고, 앞으로 뭐할지 고민.도 해보면서 지내. 난 간다. 
우진: (일어나면서) 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미래가 나가며 문이 닫힌다. 우진은 아래를 보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뜬다. 

S#22. 다음날, 강릉 인근 (새벽/밖) 

방호복을 입은 성연과 신부, 그리고 인부 2명이 두 무덤 앞에 서 있다. 한쪽은 내빈의 여자친구, 다른 한쪽은 내빈의 무덤이다. 일행 뒤에는 트럭 한 대가 있다. 

신부: 성부와 성자의 이름으로, 천국에 가셨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다들 “아멘”이라고 말한다. 
 
신부: 네, 이제 끝났습니다. 세 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인부1: (삽을 들고) 네, 감사합니다. 
인부2: (손전등을 챙기며)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신부님께 감사한걸요. 
성연: 네네, 일단 빨리 돌아가요. 

신부와 인부들은 자리를 떠난다. 성연, 두 무덤을 보면서 가만히 서 있다. 

신부: 성연님, 이제 가셔야죠. 
성연: 아, 네! 갑니다! 

성연, 자리를 떠난다. 떠나면서 한 번 더 무덤을 돌아본다. 

S#23. 부산 앞바다 (아침/밖) 

오늘의 피폭량은 59mSv이다. 재민, 고무보트에 앉아 낚시하며 누워있다. 그의 옆에서 잠망경이 올라간다. 

함장: 좋은 아침, 현 중위. 
재민: (경례하며) 중위, 현재민! 
함장: 몸은 좀 어떤가? 
재민: 아직까진 괜찮습니다. 
함장: 그래. 다행이다. 고통 없이 죽을 방법은 있나? 
재민: (권총을 보여주며) 여기 한 발 있습니다. 
함장: 알았다. 뭐 좀 잡히나? 
재민: 아직 못 잡았습니다. 근데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함장: 해봐. 
재민: 제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습니까? 
함장: 짧게는 며칠, 길게는 일주일 안이다. 
재민: 알겠습니다. 
함장: 우린 여기에 다시 오지 않을 건데 괜찮겠나? 
재민: 네, 괜찮습니다. 저는 가족들 옆에서 죽겠습니다. 
함장: 그래, 식구분들께서는 어떠신가? 
재민: 집에 돌아가 보니 다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옆에 보니 이게 있었습니다. (약통을 보여주며) 아마도 이 약을 잡수시고 고통 없이 돌아가신 모양입니다. 
함장: 그래, 다행이군. 아 그리고 재민 중위! 
재민: 네! 
함장: 남은 승조원들이 현 중위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다던데, 한 번 들어줄 수 있겠나? 
재민: 네, 물론입니다.

남은 11명의 승조원들이 재민에게 인사를 나누고, 함장이 마지막 차례로 인사를 나눈다.

함장: 자네는 내 최고의 부하 중 하나였어. 그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민: 저도 함장님이 최고였습니다. 
함장: 그럼 이만. 다음 생애에서도 꼭 만나자. 
재민: (경례하며) 네! 

잠망경이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잠수함은 다시 항해한다.

S#24. 잠수함 (낮/안) 

함장, 미래에게 다가가서 CD 하나를 건넨다. 

함장: 정 중위. 
미래: 네! 
함장: 이거 하나 틀면서 분위기 좀 띄워줘. 
미래: 네!

장면 전환. 잠수함 내부에 신나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다들 춤을 추거나 몸을 흔들고 있다. 한편 함장은 조리실로 찾아간다. 

함장: 소고기 등심이랑 배추 남아있나? 
조리병: 네, 많이 남았습니다. 
함장: 술도? 
조리병: 네. 가득 쌓여 있습니다. 
함장: 그거 전부 꺼내라. (웃으며) 오늘은 파티다! 
조리병: 네! 

장면 전환. 다들 식당에서 음악을 들으며 맛있게 밥을 먹고 술도 마신다. 이윽고 깊은 바닷속에서 노래와 함성이 울려 퍼진다. 

우진: (웃으면서) 함장님, 근데 이러면 적 함대에 들키지 않습니까? 
함장: 상관없다. 그럴 배들은 다 용왕님 만나러 갔을 테니까. 
우진: 알겠습니다! 그럼 마음껏 즐기겠습니다! 
 
S#25. 부산 해운대 한 가정집 (저녁/안) 

재민, 가족들 시신을 거실로 옮긴다. 그리고 자신도 그 가운데 누운다. 
 
재민: 뭔가 으스스한데… (구역질하다가 약간 토하며 손으로 입을 가린다) 어라? (손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의 소리로) 아까 여기서 먹은 콜라 때문인가 보네.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이제 갈 때가 됐어. 

재민, 자신에게 권총을 겨누다가 화면이 옆으로 이동하여 그의 모습이 그림자로 보인다. 

재민: 엄마, 아빠, 지금 갑니다! 

‘탕’ 소리와 함께 화면이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