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카친스키.
그는 스물셋의 폴란드인이였다.
"하...망할 독일 놈들."
그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집에 돌아갈 수나 있으려나?"
그의 혼잣말은 계속 이어졌다.
"아니 돌아갈 집이 남아있기나 할까?"

그의 맑고 푸른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눈물은 수정 구슬처럼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려 군화 위로 떨어졌다.

"아니야, 이러면 안 돼. 나는 내 가족과 조국을 지켜야 해. 정신 차려, 안드레이 이 나약한 놈아."

그는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꼭 나의 가족과 조국만은 지켜내겠어.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살아서 독일 놈들이 그들을 짓밟는 꼴을 볼 일은 없을 거야. 그러느니 그들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게 나아.'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가족이 그리워졌다.
어머니가 보고싶었다. 바람에 아름답게 휘날리는 그 금발 곱슬머리가 그리웠다. 항상 나던 그 향기도 그리웠고,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맛있는 피에로기도 그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꼭 안아 주던 그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이 그리웠다.

내가 그분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는 강을 바라보았다. 나레프 강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비가 적게 내려서 그런지, 강은 얕게 찰랑거렸다.

'제기랄, 이런 곳에서 어떻게 방어전을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포기하고 항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이곳이 무너진다면 그의 가족이 사는 비소키에 마조비에츠키에는 그대로 독일군의 군화에 짓밟힐 운명이였다.

'오 신이시여....'
그는 주머니의 십자가를 손에 땀이 나도록 쥐었다.

그는 브와디스와프 라기니스 휘하의 몇백 여 명의 폴란드 군인 중 한 명이였다. 그는 나레프 강에 있었다.

'저희에게 자비와 승리를 베푸소서...'

그는 눈을 꼭 감았다. 그의 긴 속눈썹이 떨렸다. 그의 철모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주머니에 넣은 그의 손에 지니고 다니던 어머니의 사진이 닿았다. 과연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는 생각했다. 어머니의 품이 그리웠다.

그리고 독일군이 나레프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