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종이와 인쇄술이 보편화되지 않은 고대 사회라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문명이나 그랬지만,

고대 로마에서 책이란 참으로 비싸고 보관하기도 힘든 사치품이었다.

기원전 2세기쯤을 기준으로 잡으면, 로마인들에게 책이란 길이 3미터에 

높이는 30cm에 이르는 거대한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의미했다.

당연히 평범한 로마 서민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책을 접할 기회는 드물었고, 

있는 집 사람들 사이에서 친구에게 책을 선물하거나, 베끼라고 빌려주는 방식으로 찔끔찔끔 책이 퍼져나갔다.

도서관이란, 로마나 알렉산드리아 같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도시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다.



따라서 서기 1세기를 기준으로 "초등학교"는 나와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로마 시민 성인 남성이 약 10%는 되었다고 해도,

이건 글을 더듬더듬 읽어서 겨우 글의 요점이 뭔지는 알 수 있는 정도였다는 소리지

현대인들처럼 단숨에 유창하게 읽어내릴 수 있다는 뜻이 결코 아니었다.

전부 대문자로 쓰여진 데다, 구두점이나 띄어쓰기 같은 건 엿바꿔먹었던 당시의 책을 읽는다는 건

심지어 잉크물 좀 먹었다, 파피루스 두루마리 좀 길다는 나름 지식인들에게도 

역사에 네임드로 남았을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이가 아니고서야 상당한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조금이라도 더 쉽게 읽으려고, 혼자 독서를 할 때도 크게 소리내어 읽는 것이 보통이었다.



때문에 고대 로마에서 책을 더듬거리지 않고 유창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굉장한 스킬 대접을 받았다.

유능한 비서들의 주 업무 중 하나는 주인을 위해 책을 대신 읽어 주는 것이었고,

굉장한 부잣집이라면 아예 책 읽어주는 일만 전담하는 비서를 따로 두는 돈지랄을 하기도 했다.

극장이나 대중목욕탕에서는, 유명한 책의 내용이 몹시 궁금하지만 살 돈도, 읽을 능력도 없는 이들을 위해

무수히 모인 청중들 앞에서 대신 책을 읽어주는 낭송회가 열리기도 했다.




-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로마인의 삶 : 축복받은 제국의 역사"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