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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에서 전쟁의 기원이 언제부터인가에 관한 주장으로는 크게 두가지 극단이 존재함.

한쪽은 전쟁이 호모 사피엔스 시절부터 이미 존재해온, 인류 심리에 내재된 어찌할 수 없는 지배적 본능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한쪽은 수렵채집 사회는 대체로 평화로웠으며 전쟁은 정착과 농경을 시작하며 발생한 잉여 자원, 이득에 대한 욕심으로 시작된, 상대적으로 최근 "발명"된 현상이라는 쪽.

한국 인터넷에서는 "원시전쟁"이라는 첫 주장쪽 책이 번역되기도 했고 하라리나 다이아몬드의 저서에서도 관련 내용이 실려있는 덕택에 전자의 주장이 더 널리 받아들여지는 추센데,

사실 생각보다 갑론을박이 훨씬 치열한 주제임 이거.

한때 현대사회의 폐혜에 대한 반감으로 탄생한 "고결한 야만인"이라는 사조가 문화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다시 여기에 대한 반동으로 수렵채집 사회가 현대 어느 사회보다도 잔혹했고 수많은 전쟁과 학살로 물들어 있었다는 주장이 우후죽순 제기되었음.

하지만 이런 반론의 가장 큰 부작용중 하나는 신화가 또다른 신화를 낳아버린다는거지. 보통 양쪽 모두가 진실과는 거리가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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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문명이전 수렵채집사회가 잔혹했던 것만은 사실임. 이런 수렵채집 사회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학자는 아무도 없음.

다만 이런 폭력들이 정말 모두 "전쟁"으로 발생했는가 여부는 의문의 여지가 있었지만.

2013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수렵채집 사회에서 대다수의 폭력은 집단 사이에서 발생한게 아니라 집단 내부에서 발생한 불화의 결과였음.

작은 집단규모, 낮은 인.구밀도와 이동생활로 인한 드넓은 이동면적은 분명 수렵채집 집단 사이의 접촉과 폭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임.

따라서 연구는 집단 사이의 전쟁이 영토와 자원을 통제하고, 광범위하게 농사를 지어 생산한 식량을 저장하는 정착생활이 시작된 이후에나 채택된 습성이라는 결론을 내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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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명 이전의 인류 집단이 무조건 서로를 피해다니거나 평화롭기만 했던것도 아닌것 같음.

유럽인 도래 이전 대부분 수렵채집으로 생활하던 호주 원주민들의 설화에서는 자원을 두고 집단간에 발생한 분쟁이 분명하게 언급되고, 유럽인들이 이런 분쟁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음.

또 수단 제멜 사하바나 케냐 나타루크에서는 정착이 시작되기 이전이었던 10,000여년 전 발생한 집단학살의 흔적들이 발굴되기도 했음.

특히 나타루크에서는 27명의 유골이 제대로 매장된 흔적 없이 버려져있었고, 둔기와 화살 등으로 잔혹하게 살해된 사람들 중에는 만삭의 임산부까지 있었음.

또 위에서 언급한 연구에서도 집단간의 폭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게 아님.

이들 사이의 분쟁은 보통 집단 경계 인근에서 발생하는 매복과 이에 대한 보복으로 구성되는데, 공격자들은 일단 공격을 가해본 뒤 그것의 성패와는 상관없이 곧바로 도망을 침.

이런 폭력은 영토와 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침팬지 무리 사이의 분쟁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띄는데, 일부 학자들은 침팬지와 수렵채집인들의 이러한 연합살해(coalitionary killing) 행동을 조직적인 진정한 "전쟁"의 전단계로 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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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살해는 분명 이득이 존재하는 행동임. 관찰된 모든 침팬지 분쟁의 승리자들은 경쟁자를 제거하고 경쟁집단의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더 넓은 영토와 더 많은 식량 자원, 번식할 추가적인 암컷이라는 수혜를 누릴수 있었음.

하지만 한국 인터넷에 퍼져있는 또다른 속설과는 달리 침팬지들 사이의 분쟁 또한 그리 흔한 일은 아님. 과학자들이 침팬지 서식지에서 야생의 침팬지를 연구한 기간은 생각보다 오래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팬지들 사이의 분쟁이 목격되고 보고된건 상대적으로 굉장히 최근임. 이 모든 분쟁이 인간들의 간섭으로 시작된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었을 정도.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어떤 변수가 한 집단을 공존하는 평화주의자로도, 피에 굶주린 살해자 무리로도 바꿔버릴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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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연합살해의 이득이 아니라 비용에 주목하기 시작했음. 침팬지와 수렵채집인들의 연합살해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음.

두 습성 모두 압도적인 다수가 소수를 대상으로 하고, 수렵채집인들의 경우는 활과 화살이라는 원거리무기, 매복이라는 일방적인 상황의 이점까지 존재함.

실제로 침팬지 두 무리가 마주칠 경우 도주를 선택하는건 언제나 수가 더 적은, 싸움이 터질 경우 개인이 감수할 손해와 위험의 가능성이 더 큰 무리임.

즉 연합살해는 가해자가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굉장히 적을때 발생하는 행동이라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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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결국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가 하면 집단 사이의 상호작용에 있어 잠재적 가해자들은 상황에 따르는 이득과 손실을 저울질해보고 상대방을 공격할지, 아니면 공존해야 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거임

개인적으로는 수렵채집 사회가 집단간 폭력에서 얼핏 양면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함.

분쟁과 협동은 인간이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 통제 불가능한 어떤 유전적 본능같은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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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원이 극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집단들일수록 자원수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협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함.

만약 정말로 폭력과 전쟁만이 인간의 본성이었다면 이런 사례는 존재할수가 없었겠지. 집단이 마주쳤다 하면 무조건 피튀기는 분쟁이 벌어졌을테니까.

또 문명 이전의 인간이 상호간에 무조건적으로 평화로웠다면, 상술한 집단간 폭력사례가 발생하는 일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을거고.

결국 집단간 폭력은 수렵채집 사회에서 분명 드문 일이었고 정착이 시작된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그와 동시에 확실히 존재했던 현상이라는거임.

이런 결론을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의 야누스야말로 인간의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낸 신일지도 모르고, 성선설과 성악설 또한 모두가 오답인 동시에 정답인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듬.

우린 홀로코스트를 벌이고 인종차별을 사람 면전에 내뱉을수도 있지만, 동시에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고 사정을 봐줘 일을 대신 맡아줄수도 있음.

그 모두가 우리 본성의 일부고, 또 우리 본성의 일부에 불과했다는거다



출처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인간 본성의 역설 by 리처드 랭엄






더럽고 추하게 제목바꿔 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