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의 범인은 운전병인데, 탄약 관리 중대에서 탄약견인차량을 운전했음
부대의 중대장은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이 친구와도 곧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항상 탄약고 안에서만 살았던 나는 솔직히 정비반 밖의 일은 거의 알 필요도 없고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장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거의 모르고 살았지만...
견인차 외에도 연락-인원수송용 포터를 자주 몰아서
대대 본부까지 오갈 일이 잦던 이 운전병은 이야기가 달라서 장교들과도 좀 면식을 트고 살았음
곧 성실했던 중대장은 바로 옆에 주둔중인 수송대대의 대대장으로 영전하여 소속을 옮기게 됐음
중대 본부에서 소소한 축하식도 가졌던 것 같고
그리고 몇 달이 지나 호우 때문에 도로가 미끄러웠던 어느 날
운전병은 시동을 걸고 중대본부에서 출발한 지 채 100m도 가지 못해
길에 튀어나온 짐승새끼인지 뭔지를 피하다가 도랑에 견인 트럭을 빠뜨리고 말았음
마침 차량 안에 같이 타고 있던 나도 날벼락을 맞았고
진창에 쳐박은 것 뿐이라 차에는 별다른 손상이 없어 그냥 끄집어 내기만 하면 됐던 상황.
마침 호우 중임에도 작업이 바빠 차량을 한 기라도 더 빨리 굴려야 하는 상황이었고,
중대 본부에서 다른 현장에 나가 있던 작업반장에게 연락을 취한 우리는
'수송대대에 지원을 요청할 테니 기다려 봐'라는 대답을 들었음
이때 분명 우리는 도랑에 차가 좀 빠진 것 뿐이고 진흙 때문에 미끄러져 자력으로 나오지 못할 뿐이라고 이야기했음
그러나 몇 단계의 가족오락관을 거치면서 이야기가 엄청나게 와전되고 말았음
운전병 -> 중대 연락병 -> 작업반장 -> 수송대대에서 멍때리다 전화 받은 병사 -> 수송대대 부사관 -> 수송대대 대대장까지
지극히 정상적인 전달 체계가 있었고 이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차가 지금 진창에 좀 쳐박혀 있는데 나올 수가 없다 -> 차량이 '쳐박혀' 있고 (아마도 사람)탈출이 불가능하다
-> 추돌 사고가 분명하다 -> 장마철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음 -> 시급히 사고 수습이 필요한 상황
기껏해야 다른 차에 뭐 견인장치 갈고리라도 걸어서 끌어내 주지 않을까? 안일한 하는 생각과는 달리
작업반장(준위)의 지원 요청을 결과적으로는 꽤 심각하게 들었던 게 분명한 수송대대의 대대장(전 우리 중대장)은
인맥이 있는 중대에(그야 이전 근무지니까) 최대한 성의를 보이기 위해 견인차는커녕 장갑차 정도까지 끄집어내기에 충분해 보이는...
무슨 높이가 전봇대만한 크레인이 달린 차량과 의무전대 소속으로 보이는 구급차를 대동하고 현장으로 직접 행차하셨다
그냥 좀 얼굴에 진흙 좀 칠하고 기울어진 견인차 옆에서 비를 맞으며 멍청하게 서 있던 나와 운전병은
우리를 개한심하게 쳐다보던 대대장의 싸늘한 눈초리를 잊지 못했다
장마가 계속되던 여름이었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