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E 먹는 시리즈

1번 아침

1번 점심

2번 먹기

3번 먹기

4번 먹기



세상에는 다양한 광기가 존재한다.


세계 최강의 군대에게 이딴 전투식량을 보급하는 미 국방부의 광기.


그걸 또 궁금하다고 방출된 걸 돈내고 사먹는 나의 광기.


하지만 그중에서도 으뜸가는 광기는...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28220f5311e64873ccb6e164f2444d9d18212b5

양념을 아무리 쳐발라도 모자랄 판에 소금만 조금 넣고 익힌 닭고기를 메뉴랍시고 넣어놓는 제조사의 광기이다.

이것이 오늘의 메뉴 5번 "익힌 닭가슴살 덩어리"이다.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28727f3311e64873ccb6ed4a72ca2583d077902

광기의 심장을 들여다보았는데... 놀랍게도 발열팩이 빠져있다. 그러니까 지금 양념도 없이 익힌 닭고기를 차갑게 먹으라는 건가?

벌써부터 두려움이 몰려온다. 아아, 볶음고추장이여! 오늘따라 네가 그립구나...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28421f4311e64873ccb6ebda7b9244c6cfa1be1

심지어 부수기재조차 커피를 빼먹고 라즈베리맛 가루음료를 넣어놨고, 닭고기를 데워먹을 일말의 가능성조차 막기 위해 성냥도 빼버렸다.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38623f2311e64873ccb6e6e516e5a0df1e1814b

오늘은 이 광기를 두번 나눠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한번에 먹기로 했다.

일단 에피타이저로 초콜릿과 튀긴 옥수수, 라즈베리 가루음료를 먹어본다.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38621f7311e64873ccb6ef79dfed43279efcb69

라즈베리 가루음료는 아무리 봐도 피다. 아마도 MRE를 좀 더 맛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제안한 직원에게서 뽑아낸 물건이 아닐까?

뭘로 만든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라즈베리 향과 맛이 진하다.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38623f8311e64873ccb6e599d9272e8fa710f85

분명 뒷포장에는 초콜릿이라고 써놓은 '초콜릿 맛' 작전 초기용 영양 에너지 바. 그 작전을 내 혀 위에서 할 줄은 몰랐지.

뭔가 기괴하게 뒤틀린 크런키처럼 생겼으나 식감이 매우 쫄깃하고, 안에 든 퍼프는 눅눅하다.

내가 초콜릿을 당장 안먹으면 죽겠을 때에는 먹을 만할 것 같다.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38722f7311e64873ccb6ef602982281cb15a752

바베큐맛 튀긴 옥수수. 짜고 바삭하다. 맥주 안주로는 괜찮을 것 같다. 즉 술에 취한 상태로 먹어야한다는 말이다.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58422f8311e64873ccb6eff04235defc3d9fa2e

대망의 주식... 허옇고 살짝 핑크빛이 도는 닭고기와, 소고기를 당최 어떻게 가공한 건지 모를 물건, 치즈향 소금 스프레드까지...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58327f6311e64873ccb6e9d50e34021c9762db6

아까보다 신선한 피가 한잔 더 나왔다. 지딴에는 후르츠 펀치 맛이라고는 하는데 나는 도저히 무슨 과일인지 모르겠다.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58420f2311e64873ccb6e3f32edcea219370b36

주식을 바로 먹기가 너무 무서워서 먼저 먹은 데리야키 소고기 스틱... 인데, 육포인줄 알았으나 수분이 많고 부드럽다.

그리고 겁나게 짜다. 정말 짜다. 그리고 살짝 시큼하다. 차라리 소고기 피클이라고 하는 게 맞을 정도로 짜다.

거기에 묘한 광택까지 나는 게 좀 거부감이 든다.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58423f2311e64873ccb6e3103dbfe765f647371

대망의 주식 "익힌 닭가슴살 덩어리". 열자마자 통조림 참치 냄새가 확 풍겨왔다. 그리고 발열팩도 없어서 차가웠다.

나는 MRE 1~12번을 다 리뷰하기로 굳게 맹세하였기 때문에, SAN 수치가 바닥나는 것을 느끼며 이 물건을 입으로 가져다넣었다.



...!

엥? 생각보다 식감이 괜찮다. 수비드 방식으로 익힌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식감은 의외로 살짝 딱딱한 걸 빼면 참치하고는 거리가 멀다.

부드럽게 익힌 닭가슴살을 잠시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먹는 느낌? 간은 아주 살짝 짭짤하다.



a15528aa2527b356a68084e54482746f6f32cd8213258526f6311e64873ccb6e9d1e91c09c82753e66

그래서,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토르티야에 동봉된 BBQ 소스와 치즈향 소금 스프레드를 넣어 함께 먹어보니...

대단히 맛있다? 닭고기 맛 자체는 살짝 짭짤한 게 전부지만 식감이 부드럽고, 거기에 달달한 BBQ 소스와 짭짤한 치즈가 만나 맛있다.

저번에 나온 "잘게 찢은 소고기"하고는 구성은 같지만 또 다른 맛이 느껴진다. 오히려 간은 이게 더 낫다.


오늘은 혼절할 각오를 하고 한번에 다 먹어보았는데, 닭고기의 식감이 좋아서 의외로 만족스럽다.

오히려 발열팩으로 데웠으면 더 퍽퍽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먹기 전에는 치킨 누들과 동급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그런 비교조차도 미안할 정도다. 역시 물건은 겉보기로만 판단해서는 안되는 게 맞다.



먹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