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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Johanna Maria Fritz / Ostkreuz Agency / DER SPIEGEL

바흐무트 전선 : 여기는 지옥이다

서방이 전차 인도 수량과 날짜를 두고 씨름하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은 소련제 구식 화포와 소총으로 바흐무트 근처에서 싸우고 있다. 제1차 세계 대전을 연상시키는 전선을 취재했다.

By 크리스토프 로이터, 요하나마리아 프리츠(사진작가)

2023년 2월 18일 오후 1시 36분


원문(슈피겔, 독일어)


- 바흐무트 전선의 풍경을 취재한 기사임.


- 딱히 뭐 보고서나 기고, 전황도 그런게 아니라 요약 그런거 없으니 관심 있으면 그냥 가볍게 읽어볼 것.


(이하 본문)



볼록하게 튀어나온, 짙은 녹색의 덮개를 들추자 우크라이나군 제93여단 분견대의 장갑차 2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소한 자랑거리지만, 사실 그들이 가진 거라곤 그게 전부였다.


소형 주포가 장착된 평평한 궤도차량은 (독일식)포식자 이름이 아닌 BMP-2, 영어로 "Infantry Combat Vehicle - Type 2"라는 산문적인 약어를 쓴다. 1980년대 소련에서 제작돼 러시아군이 인수했으며, 지난 가을 러시아군이 이지움에서 퇴각할 당시 우크라이나군이 노획한 것이다.


그러나 이곳 바흐무트 남서쪽 교외에서 몇 달간 치열하게 싸워온 침략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몇 주간 러시아군은 전선에서 인해전술을 구사하고, 중포를 쏘고, 우크라이나 방어병력을 점점 더 뒤로 밀어내면서 천천히 도시를 포위해왔다. 길이가 약 1,000여km 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에서 바흐무트는 최전선에 있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


전쟁의 현실

전쟁을 멀찌감치서 보고 있는 독일에게 있어 논쟁거리는 주로 서방제 군사장비 인도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쟁의 현실은 무엇일까? 이곳에서 벌어지는 건 어떤 종류의 전투이며, 독일제 또는 미제 현대무기는 어떤 역할을 할까?


소총수인 예브게니(Yevgenny)는 2월 초 어느 날 아침, 러시아군이 인근 우크라이나 진지를 점령했다고 말했다. 다시 탈환해야 했다. BMP 2대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전진해 다른 곳에 가해지는 주공을 분산시켜야만 했다. 예브게니는 "적의 사격을 우리에게 유도하기 위해 전선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에 이것을 해본 적이 있었을까?


"하루에 세 번은 합니다." 예브게니가 코웃음을 치며 BMP 강철 지붕에서 눈 속으로 뛰어내렸다. “따라오세요.” 그가 박살난 집 방으로 터덜터덜 걸어들어가면서 말했다. 예브게니가 1.5미터 높이쯤으로 쌓여있는 빈 탄약 상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거 보시죠. 이게 지난 3일간(소모한 탄약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방으로 가서 더 높이 쌓여있는 박스 더미를 가리켰다.


“이건 지난 주에 쓴 겁니다.” 멀리서 포탄이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러시아인들은 겁쟁이들이에요." 밖에 있는 기계공 바냐(Vanya)가 말했다. 물론, 어제는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다들 “모든 게 엉망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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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와 바냐가 바흐무트 근처의 집 안에 서 있다.

사진 : Johanna Maria Fritz / Ostkreuz Agency / DER SPI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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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와 함께 출동 대기중인 예브게니와 콜랴, 그리고 동료 한 사람.

사진 : Johanna Maria Fritz / Ostkreuz Agency / DER SPI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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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P 옆에서 탄통에 탄약을 망치로 때려넣는 콜랴.

사진 : Johanna Maria Fritz / Ostkreuz Agency / DER SPIEGEL


두 대의 소련제 장갑차는 최소한의 서비스를 받았고 꽤 잘 굴러갔다. 전투가 한창일 때도 내부가 뜨거워지면 지휘관이 머리를 내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뜨거워지면 잠망경이 흐려지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래서 공격할 때면 분당 500발짜리 30mm 주포를 최대한 빠르게 사격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선 (괴로워도) 최소한 누가 우릴 쏘진 않습니다." 그런 다음 탄창이 비고, 증기가 내부에 모이기 때문에 승무원은 질식 직전까지 간다. 며칠 전엔 그라드(BM-21) 로켓탄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다행히 아직까진 실제로 피해를 입진 않았습니다."라고 예브게니가 말했다.


적어도 이들에겐 기계화된 파트너가 있다. 바흐무트 안팎에 있는 수만 명의 우크라이나군 대다수는 Pzh 2000이나 HIMARS 같은 현대 무기가 아닌 소련제 구식 화포와 소총으로 싸우고 있다. 여기에 노획한 전차나 이란제 박격포(아마 미해병이 예멘행 선박에서 압류해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한 것으로 보임)까지 쓴다. 최전선 병사들은 수류탄을 경계해야 했다. 양측이 서로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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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위헤 떠나기 직전 BMP에 탑승한 93여단 분견대 병력.

사진 : Johanna Maria Fritz / Ostkreuz Agency / DER SPIEGEL


예브게니와 동료들은 곧 떠날 것이다. 아침 내내 동료들은 탄약통(cartridge)을 주포에 탄약을 장전하는 금속 벨트 홀더에 일일이 하나씩 때려넣어야 했다. 탄약상자에 붙은 포장 전표에 "Made in 1984"라는 글씨가 쓰여있었다. BMP 조종수 중 하나인 안드리(Andrij)는 "동료들이 전부 달라붙으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모든 작업은 1분 안에 끝난다"고 말했다.


안드리는 전쟁 전엔 택시를 몰았다. 그래서 동료들은 안드리가 모는 장갑차에 “택시스트(Taxist)”라는 이름을 붙이고 안드리에겐 “후출(Гуцули : 후출인. 카르파티야 산맥 일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소수민족)”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승무원 다섯 중 셋이 카르파티야 출신이기 때문이다.


6개월 전 그들은 군부대에 무작위로 함께 던져졌다. 예브게니는 "그때부터 우리는 꽤 많이 돌아다녔다. 하르키우, 이지움, 돈바스..." 예브게니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온 소총수 콜랴(Kolya)는 노획한 장갑차가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전쟁보단 낚시하러 가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30분이 지나도 명령이 하달되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이 다 가는데도 아직 러시아군을 사냥하러 나가질 않았다.” 바냐가 외쳤다.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지휘벙커에서 메시지가 하달됐다. 러시아군이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는 것이다.


예브게니의 장갑차는 전선에서 1km가량 떨어진 최전선으로 즉시 출격해 러시아군 보병이 진격해오는 러시아군 보병이 진격해오는 숲 사이로 사격할 예정이었다. 조용하고 신중하게 몇 번 일제사격을 가한 후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다. 2대의 차륜형 장갑차와 1대의 자주대공포가 은신처에서 올라와 합세했다.


누군가 "드론!"이라고 외친다. 어느 쪽에서 보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병력은 엄폐를 위해 집벽을 따라 줄을 섰다. 동행한 기자는 즉시 떠나는 게 좋다. 이게 바흐무트 전선에서의 평범한 하루다.


한가할 때 평화롭게 만날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예부대의 한 군인이 전화로 말했다. 그는 전투 지역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주유소 주차장으로 와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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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 벙커에서 휴식을 취하는 우크라이나 자원병 여단 소속의 병사들.

사진 : Johanna Maria Fritz / Ostkreuz Agency / DER SPIEGEL


"러시아군이 가진 무기는 우리도 다 갖고 있다.” 군인이 공격하는 러시아군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문제는 저쪽이 더 많다는 것이다. 포병도 많고, 병사도 많고, 탄약도 많다. 우린 포탄이 바닥났다.”


1월까지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 바그너 지휘부는 죄수들을 계속해서 전선으로 보냈다. "그들은 좀비였다." 전선에서 목격한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았다. "그들은 종종 뛰지도 않고 그냥 불 속으로 걸어들어오더니 쓰러진 다음, 다음 좀비들이 또 왔다."고 말했다. 죽은 죄수들에게서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테스트를 위해 병을 보냈다. 다른 부서의 장교들도 비슷하게 입을 모았다. 암페타민은 행복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러 번 판명된 바 있다.


하지만 그 차례는 끝났다. 지금 싸우고 있는 적은 주로 러시아 공수군 부대원들이다. 그들은 정예부대고, 경험 많은 병사들로서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고, 바그너 부대처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들은 사방에서 소규모 부대로 흩어져 들어와서는, 참호를 파고 들어간다.”


군인은 휴대전화를 꺼내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숲 속에는 직사각형 모양에, 긴 면에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파인 도랑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지능적으로 설계됐고 각도도 다양했다." 이렇게 파인 참호는 방어하기 쉽다. 러시아인들은 곡괭이로 참호를 하룻밤 사이에 조용히 파냈다. 그는 "러시아군은 두더지 같다"며 2차 세계대전도 아니고 1차 세계대전식 방식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지국들이 이해 못하는 씁쓸함

한 우크라이나군 전차장을 바흐무트 중심에서 만났다. 전차장은 몇 주 전 수십 년 된 T-64를 한 대는 수리해서 받았다고 기뻐했다. 그전에는 학생들이 다니던 하르키우 대학교 훈련장에서 훈련용 탱크만 몰아봤을 뿐이었다. 그 또한 레오2를 꿈꿀까? 대답은 놀라왔다. “아니다. 그냥 앞으로 몇 주간 살아남고 싶을 뿐이다. 6개월 후에나 올 전차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전자장치가 버틸지, 아니면 그냥 주저앉아서 공격을 얻어맞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단순하면서도 시급하게 필요한 것들이 있다. 야간 투시경, 열화상 카메라, 더 강력한 광학장비가 필요하다!"


물론 그의 의견은 예외일 뿐이며, 다른 전선에선 더 많은 전차와 무기를 열렬히 희망한다. 그러나 지원하는 나라들조차도 자신들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괴롭다. 서방 사람들 상당수는 몇 주 동안 계속 사격하면 포신이 못 쓰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차량은 공격을 받고, 탄약이 떨어지고, 드론도 매일 잃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지난 월요일 아침, 군용 차량들이 바흐무트 북서쪽 M3도로 가장자리에 언덕에 보강되었다. "러시아군은 이제 다음 언덕에서 도로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엔지니어 드미트리(Dmitry)가 말했다. 드미트리는 지휘관에게서 미쯔비시 자동차 인수를 기다리고 있다. “저번 건 부상자를 데려오려다 공격을 당했다.”


드미트리는 고향을 지키기 위해 전쟁 초기부터 영토방위군에 속해있다. 영토방위군은 오랫동안 전국 각지에서 정규군처럼 싸우고 있지만, 장비는 열악하다. “우리는 90명으로 시작했고 바흐무트에 왔을 때는 55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젠 30명밖에 안 남았다." 다른 사람들은 폭발로 인해 부상을 입거나, 죽거나, 귀머거리가 되거나 겁에 질렸다. “이젠 전방 3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했다."


종종 영하를 훨씬 밑돌기도 하는 날씨를 24시간 이상 견디긴 어렵다. 손가락이 너무 축축해져서 조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2교대로 근무해도 사람이 서너 명밖에 안 남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부상자를 옮길 수 없음에도 차량을 가깝게 대야 하고 사격을 받는다. 우리에겐 장갑차가 없다. 가끔 근처의 30여단에서 BMP를 빌려주기도 한다. 11개월이 지난 지금도 빨치산마냥 돌아다니고 있다.”


미제 험비가 바흐무트의 북서쪽 언덕 꼭대기를 빠르게 지나갔다가, 몇 분 후에 돌아온다. 무거운 군용 트럭이 잠시 달리다가 멈추고, 후진한다. 모두들 거리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저공비행하는 우크라이나군 항공기가 천둥치는 소리를 내며 지상에서 불과 수십 미터 상공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추적자를 따돌리는 것처럼 나무 뒤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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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 근처에서 5주간의 임무 끝에 마모된 포신을 교체하는 우크라이나 정비병들.

사진 : Johanna Maria Fritz / Ostkreuz Agency / DER SPIEGEL


드미트리는 담배를 찾았다. 전쟁 전만 해도 드미트리는 담배를 끊었다. 어제 러시아군의 82mm 포탄이 참호에 명중하면서 동료 3명이 사망했다. “얼마나 정확하게 떨어졌는지 부상자도 없었다.”


우크라이나인군은 드론 정찰, 위성 통신 및 미제 또는 독일제 장거리 포병의 기술적 우위를 누릴 때 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한다. 하르키우 사업가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영토방위군 부대와 카르티아(Khartia) 사이의 독특한 합작투자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바흐무트 한가운데 있는 깊은 지하실에서 운용인원들은 다수의 스크린 앞에 앉아 카메라 달린 드론의 행적을 따라 구역마다 다른 색을 띠고 폐허마다 숫자가 매겨져 있는 전장의 모습을 감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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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 근처에서 포탄을 발사하는 우크라이나군.

사진 : Johanna Maria Fritz


한동안은 바흐무트 북동쪽 가장자리에 있는 낡아빠진 집들 위로 천천히 활공하는 모습만 보인다. 지하실에는 책상, 프린터, 설명서, 소켓이 있었고 입구에는 헬멧용 선반도 있었다. "저기!" 드론이 멈췄다. 두 명의 러시아군이 뒤뜰을 지나 눈밭을 따라 2층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놈들인가?" 지휘관이 묻더니 전화기를 들었다. 운용인원들은 며칠 동안 그 집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관찰했다.


러시아군 두 사람은 화면에 얇은 십자가로 표시된 집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전화 통화가 바쁘게 오가고, 비밀 정보국의 연락 담당자가 태블릿에서 관찰 목록을 검토하더니, 갑자기 모니터에서 폭발로 일어나면서 구름이 치솟았다. “소닉”이라는 코드네임을 부여받은 한 부사관이 M777 곡사포가 2~30km 거리에서 집을 강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가 걷히고, 모두가 화면을 응시하는 동안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에서 도망쳐나오는 사람도 없었고, 포격당한 이들을 구조하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 "러시아인들은 항상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린다." 소닉이 말했다. “살아남은 자가 있다면 데려가긴 할 것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위성 연결이 끊어지고, 화면이 멈췄다.


지휘관이 저주를 퍼붓는다. “머스크는 대체 뭘 원하는 걸까? 우릴 도와주고 싶은 걸까, 아니면 신 노릇을 하고 싶은 걸까?” 머스크의 스타링크 경영진이 스타링크를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발표한 이후, 연결이 더욱 불안정해졌다.


정상 상태(Normality)의 기괴한 왜곡

불과 30분 사이에 눈 속을 헤치고 중앙에 있는 드론 조종사 기지까지 걸어가 머리 위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다보면 숨이 막힌다. 내비게이터 올렉산드르(Oleksandr)는 "이게 우리 드론"이라고 소개했다. 올렉산드르는 “만일을 대비해 앞에 있는 드론과 최소 5미터 거리를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살인이 일상화됐다. 죽는 게 정상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정상 상태에 엄청난 왜곡이 일어난 것이지만, 아무도 이 얘기는 하고싶어하지 않는다. 질문을 받아도 대부분의 군인들은 잃어버린 세계, 예전의 삶, 가족, 과거의 추억에 대해 말하길 꺼린다. 내부의 공포에서 너무 멀리 나가는 게 위험한 것마냥, 예전으로 돌아가리란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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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 지하실에 위치한 야전침대에 앉아있는 세르히 소령.

사진 : Johanna Maria Fritz / Ostkreuz Agency / DER SPI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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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에서 드론을 날리는 우크라이나군.

사진 : Johanna Maria Fritz / Ostkreuz Agency / DER SPIEGEL


폐허가 바다를 이루는 바흐무트 주변의 또다른 지하실을 방문했다. 국경수비대 소속 세르히 소령은 벽에 수기로 쓴 부대원 목록이 걸려있고 야전침대가 딱 들어맞는 작은 골방에 앉아있었다. 세르히 소령은 경험이 많았지만, "여기야말로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일주일 전 세르히 소령과 부대원들은 93여단과 예브게니의 BMP 부대가 오래 전 상실한 지점을 탈환하려고 했다. “우리는 16명으로 공격해 러시아군을 밀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곧 러시아군은 유탄발사기, 박격포 등 온갖 무기로 몇 시간에 걸쳐 우리를 공격했다. 9명이 다쳤다.” 한 명도 죽지 않은 건 기적에 가까웠다.


"장갑차 잔해가 우리를 구했다." 그들은 불과 5미터 앞에서 전차포탄이 터졌을 때, 잔해 뒤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다." 세르히 소령은 52세다. 세르히 소령은 등 뒤의 명단을 보며 "지난 7일간 다섯번 출격했다"고 말했다.


세르히 소령은 2009년 전역한 바 있다. 사실 고향 오데사에서 160년 된 브랜디 증류소 부사장을 맡고 있었을때만 해도 인생계획은 달랐다. 그러나 세르히 소령과 동료들은 러시아가 한 30배쯤 더 크더라도 조국을 믿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국가가 아니라 괴물이다. 그 무엇도 창조해내지 못하고 파괴만 한다."


세르히 소령은 1988년 소련군으로 아프간 국경에 파견되었고, 2014년에는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군 장교로 활동하다 다리 부상을 입은 후 2021년에 은퇴했다. “이게 벌써 세 번째 전쟁이다."


마지막 전쟁은 언제가 될까? 세르히 소령은 쉰 목소리로 "나도 모르지"라며 웃었다.



끝.


읽어줘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