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시작하기 전에, 지금와서 나도 많이 후회하고 너무 나약했던 내 자신을 탓한다.


아무리 군대가 힘들 수 밖에 없고 모두가 끌려왔다고 하지만 엄연히 병역법이란게 있고


모두가 그 인고의 시간을 견뎌서 멋지게 전역하는 것을 보면, 참...


나는 나약한 사람이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 현역인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자 건아로써 복무를 수행한 모든 선배들에게 감사하고 또


중도에 병역을 이탈하게된 나로써 정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


서론은 이쯤으로 하겠음.


정말 부끄럽지만 내가 우리 부대에게 끼친 존나 잘못들은 대충 이러하다.

1. 초장에 열심히 하겠다고 존나 깝침 - 이래 하다가 번아웃 와서 간부들이 존나 안타까워했음

2. 첫 휴가가 1주 정확히는 7일인데  수요일날 출타해서 수요일날에 복귀하는 개씹저능아병신들만 하는 병신장애인짓함

3. 작전 뛰다가 잠깐 함장재량으로 외출 시켜줬는데 사이 안좋은 동기랑 술 처먹다가 개꼴아서 씹 추태를 보임


대충 이렇다. 진짜 씹폐급 개새끼였음. 이러다보니 진짜 우울증이 와버렸다. 배가 오래된 배라서


선배들 후배들 너나할 것없이 엄청 좋은 사람들만 가득했었는데 내가 저따위 잘못을 하니까


나 혼자서 자책하고 자괴감들고 암튼...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었음.


그렇게 스트레스 존나 쌓이다가 당직서다가 갑자기 기절해버리고 그러니까 나는 아예 무너져버렸음


그래서 블루캠프를 들어갔다. 블루캠프는 생각보다 솔직히 존나 멀쩡한 곳이었음.

물론 나같이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근무지가 해병대라 너무 힘들어서 쉬러 온사람


또래상담병 되려고 온 사람 해가지고 나름 되게 멀쩡하고 재미있는 곳이었음. 그렇지만 나의 우울증은

1주일 블루캠프가지고 치료가 어려웠었고 나는 그렇게 함상부적응 판정이었나? 


아무튼 너는 배에서 복무가 존나 안되는 프렌즈구나 판정 내리는게 있음. 그거 받고 육상 부대로 옮겨지게 되었다.


육상부대는 뭐...그냥저냥이었음 다만 여기서 우울하긴 하지만 마음 어느정도 비우고 그냥 좀비처럼 하라는거 하고


때로는 선배하고 허허실실대고 후배랑은 그럭저럭 잘 지내니까 마음씨 좋은 병장, 좀 빡빡한 선배들도 

너는 왜 복무부적응인지 모르겠다면서, 너 군생활 잘하는 것 같은데 참 안타깝다라는 말을 하더라.


그때 친해졌던 동갑의 선배하고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고 참 좋은 복무지였음. 이대로라면

다른 부대로 옮겨지더라도 군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거라는 희망마저 생겨나고 있었음.


그러나 세종의 높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했던거 같다. 하긴, 나였더라도 나 같은 애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나도 내가 무슨 잘못을 갑자기 나도 모르게 할지 그때는 정말 걱정이었으니까..


또 무엇보다도 이대로 나간다면 부모님 뵐 면목도 없어보였고, 부모님도 동네사람들 눈초리 때문에 제발 버텨라고 이야기 할 정도였으니

나는 이대로 전역해도 문제였고, 또 계속해서 복무해도 문제였을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나마 앞으로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만 붙잡고 있었고.


복무부적응의 단계는 총 3단계가 있음. 한번은 블루캠프가 끝나고 나서, 두번째는 전대급에서 영관급 모아놓고 한번, 세번째는...정확히는 모르겟지만

내가 알기로는 세종에 사령부라고 해야하나? 전역한지 좀 지나서 기억은 잘 안난다만, 거기서 최종 판정을 내는것 같더라


병관대는 그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대기하는 숙소라고 보면 되고.


병관대와 블루캠프는 같은 숙소이자 같은 방이었음. 다만 다른점은 블루캠프는 그냥 좀 힐링해서

그렇게까지 빡빡하게 굴지는 않지만, 병관대는 그냥 거의 사람 취급을 안하고 뭐랄까 가구취급함.


처음에 입소하면 소파가 보이는데 얼떨결에 자기 자리 잡아서 앉게 되면 2주동안 그 자리 그대로 있어야함.

옮기거나 아니면 눕거나 하면 관리병이 경고를 함. 자기 자리 그대로 있습니다, 일과시간엔 눕지 않습니다. 하면서 말이지.


크게 웃거나, 소리지르거나 언성이 높아지는것도 당연히 안되고. 일과시간에 막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려거나 그런것도 전혀 안됨


그냥 앉아서 TV만 내내 존나 봐야함. 나름 존나 고통스러움. 채널도 관리병이 관리하는거라서 마음대로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음


병관대에 입소한 인원은 나를 제외한 4명이었음. 그 중 한명은 블루캠프에서 봤었던 사람이었고

이 4명 중 한명은 병관대에서 퇴소하더라도 복무부적응 받으면 제대 쌉가능이라며 행복회로를 돌렸고. 그렇게 그 녀석은 평택으로 돌아갔다.


나도 그럴걸 그랬음. 그랬으면 적어도 어거지로 군대에 남아있을 수는 있지 않을까 지금와서 후회한다.


이제 나머지 3명이 남았는데, 한명은 일본 유학했던 나보다 3살 많은 사람이었음. 몸집이나 생긴건 여리여리한데

말투나 표정 행동보면 엄청 표독스러웠고 거만한 사람이었음. 틈만나면 일본에 유학했던 이야기를 꺼냈는데 편의상 일본맨이라고 할게.


다른 한 명은 블루캠프때 봤던 사람이고. 목사 아들이었음. 정신과 입원하고 정신과 약도 먹고 있었음. 너희가 생각하는 막

송윤모 그런 타입은 아니었던 것 같음. 뭐랄까 나름의 사연이 있기는 있는데 나랑 비슷하게 조금만 더 인내하면 잘할것 같은? 그런 느낌


마지막 한명은 진짜 군생활 어거지로 하기 싫어하는 티가 팍팍나는 그런 사람이었음. 시종일관 밖으로 나가면 던파 메이플 해야지


진짜로 게임 하고싶다가 아님, 아니 어떻게 보면 맞긴 맞는데 옆에 관리병 있고 그걸 다 듣고 있는데도 대놓고 진짜 던파 메이플 하고싶다ㅎㅎ

밖에 나가면 뭐부터 먹지? 이러고 있는 메던창 새끼 있었음.


그리고 나 이렇게 진짜 개씹노답병신폐급 어벤져스가 2주동안 같이 생활했다.

근데 진짜 거짓말 안하고, 매일 저녁에는 샤워를 해야하는데, 이 세명이 서로서로 그렇게 이야기하더라


'해군은 잘 빼준다던데', '몇일만 참으면 나갈수 있어요' '나가면 뭐부터 해야겠다' 이런 대화가 오갔음.


숙소에서도 시간 지나니까 이제 일상적인 이야기, 게임 이야기, 여행 이야기, 먹을거 이야기 이런게 오가기 시작하고

농담도 하고 암튼 제3자의 시선으로 보았을때 얘네는 진짜 여기에 왜있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만큼


적응해가기 시작했음. 나는 어땠냐고? 14일 내내 이 생각 뿐이었음

'부모님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게 될까', '집으로 못 돌아가고 다른 곳에 떨어져서 살아라 그럴 것 같다'

'여기에 남아있어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 '차라리 여기에 남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뭐 이런 생각 뿐이었음.


실제로 군 복무 더 하고 싶다고 의무장교? 의무관이라고 해야되나, 담당의 같은 사람한테도 말하고 그랬음.


이렇게 너무나도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14일이 지나고 마지막날, 후배관리병이 들어오더니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

'봉봉이 수병 밖에 없던데 말입니다' 라고


그 순간 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나를 곁눈질로 흘겨보더니 웃참을 하고 있는게 보였음. 진짜 맹세코

당연하게도 ' 아 이 새끼만 남고 우리는 나가는구나 ' 라고 생각을 했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고


그러나 내가 화나는 것은 내가 못나갈거라고 생각해서가 절대 아님. 나같은놈은 이렇게 제대해도 문제고

군에 남아있는것도 민폐라고 이미 내 스스로 낙인을 찍었는데 뭘...


다만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놈들이, 남의 불행을 비웃고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비겁한 짓을 저지르는게....

그게 너무 화가 났음. 한명 한명 호명해서 퇴소 하는데 나는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되었구나...싶어서 마음을 비우려던  찰나에


관리병이 길을 막아서더니 봉봉이 수병 전역복으로 환복하겠습니다. 라면서 전역복 입으라더라.


나는...기쁘지 않았음. 슬프지도 않았고...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에 대한 걱정만 가득했다.

어머니가 그 먼 길을 차로 달려와서 나를 보는데, 그대로 주저 앉아서 죄송하다는 말만 했음.


나는 인간 실격인 것 같아서...너무 나약한 사람인 것 같아서 말이다...


병관대 정문까지 가는길에 우리 관리하던 간부에게 물어봤음.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어 그래'

'관리병들이 저 밖에 없던데 말입니다라고 하던데, 저만 전역복을 입는거면...'


- ' 아, 너 빼고 전원 부대복귀야. '


그래도, 그 우울한 기분에서, 기쁘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긴 글, 길었던 나의 고해성사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지금은 잘 살고있고 훈련소 동기와도

연락 정말 자주하면서 지내는 중임. 아직도 군대 꿈을 꾸지만 전혀 무섭거나 그렇지도 않아.


오히려 재입대가 가능하다면 정말 진심으로 재입대를 하고 싶어.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지만...


지금 복무하고 있는 현역병사들, 했고 지금은 전역한 모든 군장병들 정말 대단하고 정말 존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