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를 보고 의심스러운 얼굴을 하다가, 이윽고 무슨 말인가 하려고 했는데 조선의 말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무슨 일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초조하게 생각하고손가락으로 돗자리 위에 무슨 일인가 썼다. 언뜻 보니 공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그들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의심스럽게 묻는 것인가 생각하고, 우선 일본인이라고 답했다. 그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묻기를, "일본인은 수염을 깎는 풍속인데 당신은 왜 기르고 있는가" 하였다. 당시 나의 몸차림은 양복에 안경을 쓴, 부산 경성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어서 그들이 그렇게 물은 것이었다. 

(중략)

서로 이름을 교환하고, 첫 대면의 예를 마치고 그들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공은 이웃나라의 선비이므로 틀림없이 역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알지 못하는 귀국의 인사가, 임진년의 일을 가지고 조선을 적대시하는 것이 많지 않은가?"
임진의 일이란 대개 태합(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정한의 역을 말한다. 내가 혼자서 생각하니, 임진의 역은 우리가 대승하고 조선은 대패하였으므로 대승을 한 자가 대패한 사람을 적대시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질문은 나의 예상 밖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가 혹시 아군을 친 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잘못된 소문을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자못 우스워졌다. 붓을 잡고 썼다. 
"임진의 역에 팔도가 모두 아군에게 유린되었다. 아군은 전승, 이겨서 한을 금일에 품는 자가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는 몹시 불평하는 것 같이 붓을 잡고, 전라도 혹은 경상도 동부의 전황을 매우 상세히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말하기를, "귀국이 역사를 꺼려해서 사실을 전하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나는 견문이 적어서 정한의 역사에 정통하지 않다. 그러나 고니시 유키나가, 가토 기요마사 등의 전군이 부산에 상륙해서 파죽지세로 경상도, 충청도 두 도의 중앙부를 치고 마지막에 경성에 들어간 전말을 설명하고, 그것으로 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크게 바로잡았다. 

"귀국의 역사와 우리 역사가 전하는 바는 같지 않지만, 이를 사실에서 구하기를 청한다. 귀국이 이겼다고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아군이 어찌 사람이 없는 땅을 가는 것과 같이 멀리까지 말을 달려 팔도를 유린할 수 있었겠는가. 어찌 두 왕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겠는가. 아군이 만약 패배했다고 하면, 귀국은 왜 고심하여 명나라에 원조를 구했는가. 무엇을 고심하여 기내를 벗어났는가."
그들은 내 글을 보더니 망연해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바로 입을 다물고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비스듬히 나를 곁눈으로 보고, 또 서로 얼굴을 보고 잠자코 있었다. 그들의 마음속에 분노를 품고, 한동안 그들의 붓이 축축해지고 마르고 했다. 



혼마 규스케의 조선잡기에 나오는 내용인데 조선에 와서 조선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조선인들이 "일본 니네가 임란때 일로 조선을 까는게 말이 되냐?"고 물으니까 저자는 "임란은 우리 일본이 이겼는데 승자인 우리가 왜 패자인 조선을 까겠음?" 하고 대답함.

이를 봐서는 전근대 일본에선 임란을 자기들이 이긴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던듯 하다. 

사실 일본 입장에선 쳐들어가서 온갖 보화와 포로들만 끌고오고 자기네는 별 손해 본게 없으니 이겼다고 생각할만도 하지.